새벽 기도

무너지지 않게 해 달라는 말

by 초연

하나님,


오늘은

마음이 너무 무거워

말보다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


아무 일 없는 얼굴로

하루를 다 지나왔는데

정작 제 안은

조용히 무너진 자리투성이입니다


무엇이 이렇게 아픈지

정확히 다 설명하지 못해도

주님은 아시지요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앉아 있었지만

제 마음은 오래전부터

어딘가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하나님,


제가 놓친 것들과

제가 잘못한 것들과

조금만 더 바로 보았더라면

조금만 더 바르게 말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깊어지지 않았을 밤을

자꾸 돌아보게 됩니다


후회는 많은데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없고

기도를 하려 해도

입술보다 가슴이 먼저 막힙니다


그래서 오늘은

잘 쓴 기도보다

무너지지 않게 해 달라는 말 하나만

붙들고 왔습니다


하나님,


제 안에 어두운 마음이 있다면

끝까지 숨기지 않게 해 주시고

제가 외면해 온 잘못이 있다면

핑계 없이 보게 해 주세요


그러나

저를 가르치시더라도

너무 늦게까지

울게만 두지는 말아 주세요


잘못을 아는 마음이

저를 망치지 않고

다시 사람답게 살게 하는

첫걸음이 되게 해 주세요


하나님,


오늘 밤 제게 필요한 것은

큰 기적이 아니라

조금 덜 흔들리는 마음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가슴 한복판이 젖어드는 이런 밤에

제가 저를 함부로 포기하지 않게 해 주세요


불을 끄고 누운 뒤에도

생각이 저를 끝없이 끌고 가지 않게 하시고

잠시라도

주님의 손안에 있다는 평안을

믿게 해 주세요


제가 놓친 것보다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보게 하시고

제가 잃은 시간보다

앞으로 지켜야 할 마음을 먼저 생각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오늘보다 조금 더 조용한 얼굴로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많이 바라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이 새벽을

무사히 건너게만 해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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