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플러

한 번에 묶는 법

by 초연

서랍을 열면
늘 그 자리에 있다


검은 몸통
짧은 손잡이


종이를 맞춘다
끝을 가지런히
한 번 더


딱—


생각보다 큰 소리


두 장이
갑자기
한 운명이 된다


나는 가끔
이게 부럽다


말로 설득하는 건 오래 걸리는데
이건
한 번 누르면 끝이라서


가끔은
잘못 찍힌다


모서리가 찢어지고
종이는 울고
나는
침을 삼킨다


조용히
심을 뽑는다


흔적은 남는다


회사도
사람도
대개 그렇다


묶는 건 쉬운데
풀어내는 건
언제나
손이 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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