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외주
모니터 옆에
붙인다
“10:30 회의”
키보드 옆에도
붙인다
“점심 약속”
책상 모서리에
하나 더
“결재 올리기”
나는
기억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붙이는 사람이 된다
하루가 지나면
노란 종이들이
서서히 늘어난다
그중 몇 개는
이미 끝났는데도
떼지 못한다
떼는 순간
내 하루가 지워질까 봐
포스트잇은
잊지 않게 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잊고 산다는 걸
계속 알려준다
그래도 나는
또 붙인다
인생은
기억이 아니라
알림으로 굴러가니까
그리고
가장 슬픈 메모는
늘 같은 문장이다
“오늘은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