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홀더의 벚꽃

아직 피지 않은 것들

by 초연

카운터에서
따뜻한 잔 하나를 받는다
손잡이가 없는 계절이라
두 손으로 감싼다


컵홀더에
벚꽃이 인쇄돼 있다
아직 피지 않은 것들이
먼저 도착하는 법을
그때 배운다


문을 나서면
바람이 세다
목을 한 번 여미고
신호등 앞에서
발을 가지런히 모은다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흘러가고
나는 잠깐
유리창에 비친 얼굴을 본다


무언가를 바꾸기엔
하루가 너무 짧고
무너뜨리기엔
하루가 너무 아깝다


그래서
큰말 대신
자잘한 것들을 고른다


컵홀더의 벚꽃,
따뜻한 잔,
조금 느린 걸음


그 작은 선택들이
오늘을
조용히 정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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