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서랍

작은 다리

by 초연

어떤 마음은
큰 말로 시작하지 않는다


대신
하루가 헝클어질 때
따뜻한 것을 고르고
목을 한 번 더 여미는 일처럼
작은 결에서 자란다


가끔은
분명히 있던 것들이 사라져
손이 허공을 더듬고
그 허전함이
하루를 길게 만든다


그러다 어느 날
잃어버린 줄 알았던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와
조용히 줄을 선다


그 앞에서 사람은
크게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다행’이라는 말만
속으로 한 번 삼킨다


우리가 끝내 배우는 건
붙잡는 법이 아니라
보관하는 법


서두르지 않고
넘치지 않게
필요한 날
조용히 꺼내 읽을 수 있도록


그래서 오늘도
계절의 서랍 한 칸에
작은 문장 하나를 넣어 둔다


누군가의 하루가
건너야 할 자리마다
작은 다리가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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