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
읽다 만 페이지에
종이 한 장을 끼워 둔다
며칠 뒤
다시 펼치면
문장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다르게 읽는다
그래서 책은 가끔
같은 곳에서
새로 시작된다
손끝이 종이를 넘기듯
생각도 천천히 넘어가고
급한 날일수록
결론을 앞당기고 싶어 지지만
그럴수록
책갈피는 더 조용히
그 자리에 남는다
잊지 않으려는 표시가 아니라
돌아올 때
서두르지 않기 위한 표시
종이 한 장이
오늘의 속도를
한 칸 늦춰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