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금이 간 자리로 빛이 스미는 방식

by 초연

한 번 흔들린 것들은

이전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대신

쉽게 감기지 않는 눈과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을 얻는다


금이 간 그릇이

물을 다 놓치는 것은 아니듯

사람도 꼭 그렇다


다만

예전처럼 무심히

빛을 받아들이지 못할 뿐


한때는

흘려보내던 말 한마디가

이제는 오래 가슴에 남고


무사했던 날들보다

겨우 웃게 된 저녁 하나가

더 깊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흔들린 뒤의 마음은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기보다


한 번 지나간 상처가 남긴

느린 온도로

하루를 건너는 법을 배운다


온전한 것들만 아름답다고 믿었는데

빛은 오히려

상처가 지나간 자리에 오래 머문다


그러니 조금 늦어도 괜찮다


금이 갔다고 해서

아름다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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