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셔츠

작은 인사

by 초연

아침에 옷장을 열면
흰 셔츠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에도
그걸 고르는 날이 있다
손이 먼저
마음의 방향을 정하는 것처럼


단추를 하나씩 잠그다 보면
흩어지던 생각이
조용히 자리를 찾는다
구겨진 마음도
조금씩 펴진다


흰색은 말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은 괜찮다”는 쪽으로
나를 데려간다


누군가와 나눈 작은 약속들,
눈에 보이지 않는 응원들,
그런 것들이
하루를 버티게 한다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어떤 날은
흰 셔츠 한 장으로
그날을 시작한다


누구에게는
그저 옷이지만
알아보는 사람에겐
멀리서 건네는
작은 인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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