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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Apr 19. 2021

꼭 이해하지 않아도

일전에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리허설을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음악에 관한 다큐나 영화를 보면, 그런 장면이 있잖나요?! "제1바이올린은 보잉을 크게" "베이스 파트는 울림을 살려서" 이런 음악 뒤의 이야기, 합주단 사이의 교감 같은 걸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휘자, 작곡가와의 대화가 포함된 행사여서 특히 기대가 컸습니다.


리허설 중인 공연장에 들어서니, 사복 차림의 연주단원들이 어쩜 그렇게 낯설던지요. 항상 정장을 입고 관객을 맞던 그들도 우리가 어색했을까요? 무대가 아니었다면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지나치며 만나는 이들일 텐데 말이죠.


그 이후 대화에서 이덕기 지휘자는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익숙하지 않은 음악곡의 감상법 질문에 대한 답이었을 겁니다. "꼭 곡에 대해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들리는 소리에 대한 감상, 하나의 악기가 내는 소리에 대한 아름다움을 들어도 좋겠다"


가끔 우리는 이해라는 이유로 느낌을 무시하곤 합니다. 있는 그대로 듣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요. 글을 쓰는 저도 그랬습니다. 도입을 베이스로 시작한 건, 클라이맥스의 상승을 노린 것일까? 카덴자 부분은 왜 템포를 늦췄을까? 이런 것들이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기 시작하는 순간, 감상은커녕 의심만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행여 아름다운 소리가 아니었다 해도, 다음 마디로 넘어가 버리면 그만이잖아요. 곡은 끝나기 마련이구요.


사람의 삶도 그렇겠죠?! 굳이 저 말을 따져 묻기보다는, 혹은 내 말을 해석해주길 바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말하고 듣는 것도 살아가는 데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저 악기가 내는 소리에 집중하는 것처럼요. 사복 입는 합주단원들이 무대 정장을 입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되는 것 아니니까요. 그 사람이 내는 소리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4월 20일 교향악축제<광주시립교향악, 협연 피아노 손정범>

-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내림나 단조 Op.23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라 단조 Op.47


4월 22일 교향악축제<KBS교향악단, 협연 피아노 손민수>

-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서곡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라 단조 Op.30

- 브람스 교향곡 제3번 바 장조 O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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