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코로나 팬데믹] ③
지난 7월 28일 미국 나스닥에서는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Duolingo)'가 상장 첫날 36% 상승하며 이례적으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전 세계 40개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언어 학습 앱인 듀오링고의 이용자는 3억 명을 상회하며, 누적 다운로드 수도 5억 회에 달합니다. 듀오링고를 통해 한국어를 학습한 이용자는 400만 명에 달하죠. 루이스 폰 안 카네기멜론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와 그의 학생이었던 세버린 해커가 공동으로 개발했습니다.
듀오링고의 모델은 간단합니다. 게임과 퀴즈, 그리고 시나리오를 통해 재미를 유도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포인트인 'XP'와 '왕관'을 제공해 동기를 부여합니다. 또 다른 학습 수준이 유사한 다른 나라의 듀오링고 이용자를 만날 수 있도록 각 단계마다 '리그'를 나눴습니다.
부엉이 캐릭터를 활용해 어린 나이의 학습자도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수익 구조는 유튜브 모델과 유사합니다. 기본적으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되, 광고 시청을 해야 합니다. 다만 유료회원이 되면 광고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바일의 간편함'과 '게임 같은 재미'라는 듀오링고의 강력함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국면에 새로운 학습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이 만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모니터로만 이뤄지는 교육 공백을 메꾼 셈입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이용자 수를 비교해도 알 수 있습니다. 듀오링고의 2020년 1분기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약 4000만 명으로, 2019년 1분기보다 48% 증가했습니다.
만약 학습자가 쓰기 좋은 교육 앱에 그쳤다면 듀오링고는 코로나 이후의 교육을 상징하지 못할 것입니다. 듀오링고가 주목받는 지점은 교육계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입니다. 현재 듀오링고는 전 세계 30만 명에 달하는 교사들이 학교 수업에 도입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학습 수준 역시 대학 2학년 교육까지 커버합니다. 게다가 듀오링고에서 주관하는 테스트는 예일대, MIT 등 3000여 개의 고등 교육 기관에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언어 학습 앱이 아닌 능력 지표로도 그 효과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미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학습 결손은 사회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 예견된 바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서울교육정책연구소의 ‘코로나19 전후, 중학교 학업성취 등급 분포를 통해 살펴본 학교 내 학력격차 실태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내 중학교 382곳에서 코로나19 이후 국·영·수 과목의 중위권 학생 비중이 줄고 하위권은 늘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교육 제도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가운데, 학습 결손 문제가 실제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듀오링고의 루이스 폰 안 대표는 모든 이에게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게 미션이라고 설명합니다. 듀오링고의 비전은 단순히 스타트업의 성공을 넘어, 코로나 팬데믹 시대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상징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아래 교육 패러다임 전환은 '교실', 즉 공간에 대한 전환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메타버스(Metaverse) 문화가 학생들을 중심으로 확산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반복적이고 재미가 떨어지는 화상 수업에서 벗어나, 보다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로블록스(Roblox)는 이러한 메타버스에 교육이 더해진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그 플랫폼 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친구'입니다. 로블록스는 콘텐츠를 함께 즐기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즐겁고 더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학교라는 공간이 학생들에게 제공했던 기능과 같습니다. 이러한 '공동의 경험'의 기반 위에서 학교 교육도 이뤄져 왔습니다. 이를 볼 때, 로블록스 플랫폼 안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게임방은 교실로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로블록스 운영진은 플랫폼의 교육 효과를 의도해 일선의 교사들이 로블록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무료 커리큘럼 및 수업 계획안을 제공하는 원격 교육(Teaching Remotely) 자료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자료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3D 콘텐츠 제작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하며, 함께 놀고 배우면서도 안전한 방법으로 올바른 인터넷 에티켓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이를 통해 로블록스 게임방에 접속해 경복궁에 방문해 현장 체험을 대신하며 역사를 가르쳤습니다. 게임을 설계하면 학생들에게 코딩의 기본을 전하기도 했고, 스토리를 구축하는 방법 등 배웠습니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로블록스 아바타로 옮겨 다녀 통제할 수 없다 보니, 교사들도 실제 학교에서 겪었던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미 로블록스 플랫폼은 우리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로블록스 국내 월간이용자수(MAU)는 140만 명에 이릅니다. 그리고 하루 체류 시간은 약 156분입니다. 로블록스 주요 사용자 층을 12세 아래 학생들이라 전제한다면, 학교 오전 수업을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생활하는 셈입니다. 로블록스의 한국법인을 설립에 따라 국내 환경에 맞게 UI가 갖춰진다면 사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로블록스와 메타버스에 대한 사회의 접근은 기껏해야 교육을 ‘게임화’하려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로블록스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인터랙티브 효과는 모니터를 통해 전달 위주 일방향 교육을 개선했습니다. 기존의 교육 공간이 학생들의 관심사를 찾아 그것을 배움의 기회로 연결할 수 있는 장소라면, 코로나 팬데믹 속 로블록스로 대표되는 메타버스 공간이 그 기능을 대신한 셈입니다. 새로운 교육 현장은 메타버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