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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Oct 18. 2021

'가불구취' 소비자를 잡아라

[Focus 코로나 팬데믹]④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콘텐츠 경험에 대한 공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찾아가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전달되는지가 중요합니다. 또 '미리보기'로 정말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인지 확인해야 하고, 나와 비슷한 이들의 경험은 어땠는지 비교해보길 원합니다. 이러한 이 콘텐츠가 정말 자신의 가치에 어울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소비자가 콘텐츠를 선별하는, 경쟁우위의 시대로 돌입한 것입니다.


'가불구취'하는 소비자의 등장


'가치관과 불일치하면 구독 취소합니다.' 이 '가불구취'로 불리는 신조어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자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아무리 좋고 의미를 가진 콘텐츠라고 해도,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소비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콘텐츠는 즐거운 경험을 위한 수단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콘텐츠의 이용 목적은 자신만의 선택 기준을 통한 자기표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동시에 콘텐츠의 엄청난 수요를 불러왔습니다. 기존의 콘텐츠로는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성공은 새로운 가불구취적인 소비자의 등장을 알리는 예고편과 같았습니다.


넷플릭스는 취향 알고리즘으로 사용자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집어내 제공했습니다. 이전까지의 '추천'의 개념이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넷플릭스는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으로 다가간 것입니다. 자신이 이전에 즐겼던 콘텐츠와 비슷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장기 이용자를 확보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안에서 굳이 머무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가치과과 취향에 더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구독 취소'를 누르고 이동하면 됐습니다. 소비자 시장의 성격이 확실해지자, 경쟁자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 성공을 확인한 디즈니+, 아마존TV, 애플TV 등 글로벌 OTT 기업들이 공격적 진출을 예고했고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기업들은 이미 보유한 한국 콘텐츠를 기반으로 플랫폼화 시켰습니다. 게다가 중국의 한한령 완화로 아이치이, 텐센트 등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전파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에이스토리 '킹덤', 스튜디오드래곤 '스위트홈' 등 국내 드라마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해외 콘텐츠 시장에서 인정 받았습니다.



이러한 가치관 중심의 콘텐츠 소비로의 변화는 콘텐츠의 길이를 점점 짧게 하는 제작 경향을 불러왔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시간 가량의 콘텐츠 조차 너무 길었던 것, 소비자는 자신과 맞지 않는 콘텐츠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관련 업계는 자연스럽게 짧은 콘텐츠를 여러 번 경험하게 만드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웹툰·웹소설의 그것과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IP, 콘텐츠의 모든 것


짧게는 1분, 길게는 5분. 하나의 웹툰 혹은 웹소설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동시에 콘텐츠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관이나 취향과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이후 '가불구취' 소비자는 하나의 양질의 콘텐츠를 오래 즐기기보다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탐색하는 데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웹콘텐츠 소비량 증가를 불러왔고, 시장 확장을 가져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웹툰, 웹소설 사용량은 이전보다 일평균 23% 상승했으며, 구매 정도 역시 110% 올랐습니다. 콘텐츠 소비 시간 역시 2020년 7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4%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콘텐츠 소비량 증가 → 웹콘텐츠 시장 성장 가속화(출처: KT경제경영연구소,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하여금 '콘텐츠를 최대한 유통하고 전파한다'는 기존 전략을 넘어, '콘텐츠의 원천 소스인 IP(지적재산권)을 어떻게 발굴하고 확보할 것인가'로 전환하게 했습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수의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 아닌, 하나의 콘텐츠를 하나의 소비자에게 여러번 파는 전략입니다.


팔리는 하나의 자원을 토대로 다양한 사용처를 개발해내는 것. 이를 콘텐츠로 확장하면, 하나의 콘텐츠IP를 영화, 게임, 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해 판매하는 전략으로 전면 전환한 것입니다. 웹소설이 웹툰으로, 웹툰이 드라마로, 웹소설이 영화로, 웹소설이 게임으로 제작해 소비자의 구독과 구매를 멈추지 않도록 이어가는 전략입니다.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콘텐츠 전쟁, 네이버 vs 카카오


그래서 플랫폼은 IP 확보에 사활을 걸게 됩니다. 카카오의 '래디쉬' 인수와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는 IP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지난 5월 카카오는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래디쉬는 웹소설 집단 창작 시스템을 도입, 미국 헐리우드식으로 다수의 크리에이터가 참여해 빠른 콘텐츠 생산이 가능합니다. 이전에도 카카오는 네오바자르, 삼양씨앤씨, 다온크리에이티브, 알에스미디어 등 콘텐츠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IP를 확보해 왔습니다. 래디쉬를 통해 확보한 웹소설 IP를 통해 미국 시장까지 노리겠다는 의도입니다.



네이버 역시 '왓패드'를 인수, IP를 다수 확보했습니다.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는 1억 6600만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으며, 플랫폼 내 콘텐츠 수만해도 10억개, 활동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500만명입니다. 게다가 이미 1500편 가량의 콘텐츠를 다른 형태의 출판물이나 영상물로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네이버는 왓패드 시스템에 PPS 프로그램을 적용해 콘텐츠 수익화 사업에 집중하다고 밝혔습니다.


'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은 완결작/먼저보기와 같은 콘텐츠 유료판매, PPL/배너광고/텍스트광고 등을 활용한 웹툰 전용 광고, 캐릭터 상품 등 파생상품 판매 지원의 프로세스로 이어지는 IP 전략입니다. IP를 엔터테인먼트 핵심 전략으로 삼겠다는 의도입니다. 더불어 한국 콘텐츠의 북미 시장에 진출 경로가 자연스럽게 확보돼 IP를 중심으로 한 산업 역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카카오가 우선 전열 정비를 마쳤습니다. 지난 1일 카카오는 기존의 다음웹툰 서비스를 확장, 기존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를 더한 카카오웹툰을 공식 론칭했습니다. 콘텐츠 IP를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공식적으로 연 것입니다. 서비스 제공 방식인 그림체 기반, 키워드 기반 추천을 통해 사용자 취향 맞춤도 가불구취의 소비자 중심으로 바꿨습니다. 이는 기존 방식인 연관 작품, 동일 작가 작품 추천으로는 그들의 취향을 공략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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