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을 처음의 경험을 준비하는 당신을 위한 마음
안녕하세요.
전 알벗이라고 해요. '함께 알아가는 벗'이라는 제 별명입니다. 제 영어 이름인 알버트(Albert)에서 떠올렸죠.
오늘은 조금 특별한 글을 써보려고 해요.
저는 지금 세 번째 회사의 첫 출근을 앞두고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이 편지를 쓰고 있답니다. 지금 이렇게 써놓은 초안은 그러나 회사의 첫 모습을 담아 고쳐 다시 쓸 거예요. 저에게 이 편지는 출근 전에 긴장을 조금 덜어놓을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획이면서, '첫 출근날의 마음'이라는 매우 귀한 1차 자료를 글로 담아 기록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죠. 이 회사를 최소 몇 년은 다닐 텐데, 앞으로 몇 년 동안 저는 '첫 출근'의 기분을 느낄 수 없겠죠. 그렇지만 지금 출근을 앞둔 저는 알아요.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면서 언덕과 산을 넘어 간신히 입사하게 된 당신이 긴장한 마음에 열심히 검색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불안함과 기대감이 교차하며 '아니 내가 경력이 얼만데 첫 출근이라고 떨리지?'라고 자문하거나 '힘 빼자. 힘 빼!'라고 귀엽게 자신을 안아주고 있을지도 모르죠.
저는 지금 당신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세상에 몇 안 되는 사람일 거예요. 지금부터 9시간 15분이 지나 회사에 발을 들이는 순간 당신에게 '처음을 경험해보니 말이야...' 하며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될 사람이기도 하죠. 그럼 앞으로 몇 시간, 며칠, 몇 주가 남았는지 모를 당신의 멋진 그날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얘기를 조금 해드릴게요.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무언가 열심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퍼블리 같은 플랫폼에는 막상 '첫 출근 준비'라고 검색해도 도움 되는 콘텐츠가 나오지는 않아요. 유튜브에 검색해봤더니 칫솔과 치약을 가져가라던지, 실내화를 챙기라는 세심한 팁을 담은 영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안한 마음과 야속하게도 빨리 가버리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어떤 소설을 보면서 했던 생각이 있어요. 누군가를 위해 매일 도시락을 싸준다는 일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사랑하는 사람의 취향과 영양을 생각해 다음날 점심에 먹을 것을 골라 미리 쇼핑해야 하고, 전날 밤이나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 1인분밖에 되지 않는 한 끼 식사를 위해 밥을 안치고 몇 개의 반찬을 해야 하죠. 몸과 마음을 다해 준비해야 하는 일이에요. 누군가의 아주 작은 만족감, 한주나 한 달이 지나면 전혀 기억하지 못할 그 작은 느낌과 감정을 위해 내 일상의 한 템포를 내어주어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하는 많은 일이 준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이어트, 운동, 공부, 자기 계발 등 목표가 확실한 일에서부터, 회사일처럼 우리가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작업은 마음에 작은 한 획을 남기고,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그리고 결국 나의 삶이 되어버리죠. 그럼 회사를 합격해 입사 날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마음은 어떠해야 할까요?
만약 '소 확 생'이라는 말이 성립한다면, 여기서 써보고 싶어요. 작지만, 확실한, 삶의 순간. 내 미래를 위해 준비하며 보내는 시간은 우리가 목표를 가지고 작게 한 획 그어나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하게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요?
매일매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는 마음으로,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차례차례 이야기해보도록 해요. 콘텐츠, 물건, 그리고 사람을 순서대로 다룰 거예요.
첫 출근 전에 시간이 남아 무언가 찾아보고 가고 싶은데, 막연한 '첫 출근' 키워드 검색으로는 적당한 결과가 나오지 않네요. 유튜브에 도움 되는 콘텐츠가 있긴 한데 부족해요. 무엇을 찾아보아야 할까요?
어느 규모의 회사이든, 짧게는 며칠, 길게는 1-2주의 온보딩이라는 시간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역사, 전략, 상품군, 그리고 스토리가 있습니다. '회사에 들어가서 배우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2030 독자분들께서는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아주 작은 실무를 맡게 되실 가능성이 높아요. 툴을 사용해 성과물을 만들면서 회사의 사업방향을 동시에 공부할 수는 없어요. 온보딩 자료나 짧은 대표 면담을 통해 간단한 개념을 듣게 되시겠지만 그것 만으로는 처음 배우는 사업 전략, 회사 구조, 상품 기획의 특징 등을 파악하기에는 무리예요.
그래서 입사하기 전에 시간이 있을 때 미리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좋아요.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회사소개서, 연간보고서, 관련된 콘텐츠, 언론 기사나 리포트 등을 살펴보되 '질문을 가지고 스키밍'하는 것이 중요해요. 회사의 내부정보를 알기 전까지는 글의 형태로 예쁘게 포장된 사업 전략이나 방향 등을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질문을 아주 뾰족하게 잡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부터 가치나 전략의 문제까지 조금이라도 파악하면 도움이 됩니다. 간단히 목록으로 만들면 다음과 같아요.
'이 회사의 사업 운영 전략은 무엇일까?' (x, y, z의 경쟁자가 있는데 어떻게 안 망하고 살아남았을까?)
'사람들이 이 회사의 상품/서비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홈페이지에는 지주회사를 비롯해 복잡한 회사 그룹의 구조가 짜여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 만들어지고 있는 시너지는 무엇일까?'
사실 엄밀히 말하면 임원급이 알만한 고급 수준의 BM, 전략, 구조, 시너지 등에 대한 설명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사업비밀'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질문을 날카롭게 잡아 호기심을 가지고 내가 소화할 수 있을 양과 질의 콘텐츠를 살펴보며 흥미롭게 보이는 것들을 수집합니다.
'얼마 전 회사에 공동대표님이 취임하셨는데 어떤 배경이 있는 것일까?'
'몇 년 전부터 상품군에 새로운 라인업이 추가되었는데 어떤 기획과 전략이 바탕이 된 것일까? 잘 팔리고 있을까?'
이쯤 되면 호기심은 날개를 달고 뻗어나가기 시작합니다. 해당 산업군의 트렌드와 미래에 대한 양질의 콘텐츠를 찾아 미리 공부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해외의 흥미로운 사례를 찾아보고 싶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방식의 자유로운 리서치에서는 힘이 빠지거나 길을 잃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아무런 질문, 실마리, 가설 없이 무작정 콘텐츠만 소비해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공부한 것은 항상 쌓이기 마련이니 아주 작고 의미가 없어 보이는 질문이더라도 질문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이 트렌트에 무언가 있는 것 같은데 따라가 보자'는 식으로 실마리를 조심스레 따라가면서도 의식적으로 내가 무엇을 왜 찾아 읽는지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 직군, 국가별로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해서 '어디서 무엇을 찾을 수 있는지'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제가 조금 알고 있는 분야에 한정해서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닿는 대로, 그러나 뚜렷한 질문, 실마리, 또는 가설을 가지고 조사를 진행한다는 원칙은 꼭 기억하는 것이 좋습니다.
온보딩 및 적응기간을 단축하고 회사가 '내 집처럼' 느껴져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앞당기는 방법은, 발생할 수 있는 불안감과 불편함을 최대한 예방하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감정이 들지 않게 회사의 분위기에 맞게 복장을 준비하되 실제로 어떤 옷을 입을지는 모르므로 왕창 사지 말고 첫 이틀 정도의 옷 정도만 미리 준비해 코디를 해놓습니다. 불안감이 가장 높은 첫날 내 마음에 쏙 들고 편한 옷을 입는 것은 어떨까요?
텀블러, 슬리퍼, 칫솔/치약, 물티슈, 독서대, 필통과 각종 필기구, 수첩 등을 취향대로 준비합니다. 물건을 준비할 때는 챙겨놓지 않아도 막상 회사에 도착해서 불편하거나 불안해지는데,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너무 많이 사버려도 곤란합니다. 쓸데없이 시간, 돈, 마음을 여기에 써버리기 때문이죠. 초반에 신경 써야 할 것은 많기 때문에 즐겁고 편한 마음으로 첫날 외로운 회사의 책상 위에서 나를 수호해줄 친구들을 캐스팅한다는 마음으로 물건들을 준비합니다.
물건에 속하지는 않지만 저는 회사에서 사진을 조금 급하게 요청해서 프로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스타트업은 증명사진보다는 홈페이지에 올릴 그럴듯한 프로필 사진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는데요, 검색해보면 프로필 사진도 미리 알아보고 비용을 써야 좋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저는 헤어나 의상을 준비하기는 했지만 비용을 많이 지출한 것은 아니었고 프로필 사진도 저렴한 곳에서 하려고 했는데 결과는 100점 만점에 65점 정도의 사진이 나왔어요. 추후에 외부 강연, 심사, 스케줄 등으로도 프로필 사진은 쓸데가 많을 수 있으므로 시간이 좀 있고 한번 돈 쓸 때에 제대로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경력을 가진 분들이 일하고 계신지 직급, 직무, 프로필 등이 나와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미리 회사에 누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는 고급 정보이니 몇 번 살펴보고 가시면 좋아요. 몇십 명이나 되는 분들을 파악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빠르게 익히기 위해서는 홈페이지 몇 번 보고, 실제로 얼굴 만나고 어떤 분인지 느낌을 받고, 한두 번 홈페이지 보면서 복습하면 금방 직급, 직무 등을 파악해 실수하지 않을 수 있고, 또 성향이나 업무 스타일 등 더 중요한 요소에 집중해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을 시작한 후에는 회사 내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정치적인 동학, 위계, 관계의 흐름, 분파 등도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좋겠죠. 저는 이런 분위기 파악을 오로지 전략적인 목표를 가지고 한다기보다는 내가 누구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파악한다는 생각으로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사람을 수단으로 삼아 성과를 내고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사람은 잘 지켜보면 보입니다. 저는 속 보이는 속물보다는 분위기를 파악해 지혜롭게 대처하고 챙겨야 할 사람, 존경할 사람, 관리해야 할 사람을 구분할 줄 아는 인성 바른 팀원이 더 멀리 간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래야 하고요.
지금의 과정과 감정을 기록해보면 어떨까요? 변화의 시기를 겪고 나면 지금 당신의 느낌과 감정을 다시 경험하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그런데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마음 다해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야 깨닫죠. 다다른 순간 더 이상 별이 아니게 된 그 지점을 넘어 우리는 또 다른 불빛을 따라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요. 손을 뻗어 희망하는 그 과정과 순간에 삶이 깃들어 있었고 사실 그때의 내 모습이 제일 그립다는 사실을.
가장 젊었을 때의 당신의 귀중한 감정을 기록해보세요. 미래의 독자인 당신은 그 누구보다 감사해할 거예요. '나에게도 뜨거운 시기가 있었구나'하고요. '나도 한 단계를 넘기 위해 삶의 주도권을 쟁취해 살아가던 때가 있었구나'라고. 이 기록을 통해 당신의 한 때 뜨거웠던 서사를 회사 안에서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 많은 노력을 나는 여기서 이것을 배우려고 했었구나'라는 일종의 운명론적 깨달음일 수도 있고, 나를 파악하고 알아가는 여정이 될 수도 있겠죠. 중요한 것은 구직 과정과 일의 현장 모두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에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 모든 것을 준비해도 첫날은 불안하고 떨릴 수 있어요. 너무 무덤덤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약간의 긴장과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르죠. 준비한 것들은 차차 그 진가를 발휘할 테지만 막상 첫발을 들이면서, 짧은 대표님과의 면접을 앞두고, 온보딩에 흔한 잠시 기다리는 시간 동안은 어떤 생각을 하면 좋을까요? 제가 생각한 질문과 주문을 하나씩 공유해볼게요.
첫날에 마음에 품어야 할 질문 하나는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언어는 마음을 담는 도구입니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던지 '어떻게 빨리 승진할 수 있을까?'와 같이 부정성이 깃들어있거나 지나치게 급한 질문을 마음에 두게 되면 스텝이 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속도와는 관계없이 오롯이 내 성장을 이끌어줄 질문은 '이 회사에, 이 팀에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을 찾자'라고 계속 고민하는 것입니다.
회사 초기에 적응 기간에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겪을 때는 그러나 이런 질문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요.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요소가 발생할 수도 있고, '회사가 나랑 맞지 않는다'는 요소가 하나씩 보이게 될 수도 있죠. 일단 이곳에서 일해보기로 한 이상, 조금 천천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아직은 운전석에서 내려와 편안히 라이드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이럴 때는 '나는 용기다'라고 마음에 입력합니다. 내가 일하고 싶은 이유는 비탄이나 분노, 오기나 자존심이 아닙니다. 우울이나 불안에 천착해 주눅 들 필요도 없습니다. 구직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통과한 당신은 용기 그 자체이고, 힘든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정면으로 맞서거나 완전히 회피하지 말고 미리 준비한 용기의 주문을 외며 천천히 따뜻하게 마음을 데웁니다.
회사 첫날,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오늘 죽지 않았고요, 입사한 것을 후회하지도 않았고, 걱정했던 것만큼 떨리거나 실수를 하지도 않았어요.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용기를 천천히 데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우리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서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