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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벗 Jan 14. 2022

사실 강의보다 실습형 수업이 더 어렵다

워크숍 진행의 명현 현상


오늘은 군산에 내려왔다. 공무원 대상의 교육과정에 '토론의 기초'과목이 포함돼서 출장 와서 실강을 하게 된 것. 내가 함께 일하고 있는 토론교육회사는 중학생부터 성인, 선생님, 공무원까지 다양한 분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제공하는데, 이점이 항상 어렵다. 오늘 실습형 토론 수업을 진행하며 느끼고 배운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이번 주 초에 서울의 모 대학 학생들 대상으로 진행된 줌 수업에서 받은 피드백을 살펴보려고 한다. 


제가 기대한 만큼이 100이라면 실제 내용은 300, 400일
정도로 알찬 수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토론에 대해 짧게 배워온 것보다
오늘 하루 배운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소수로 진행되어서 직접 실습과
1:1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좋았습니다

줌이었지만 오히려 소수로 진행했고, 오전부터 오후까지 약 5시간 정도로 시간이 충분히 짜여 있었던 수업이었다. 토론 경험이 전혀 없거나 고등학교 때 토론을 한두 번 해본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실습 방식을 새롭게 받아들였던 것 같고, 소수였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꽤나 있었다. 


오늘 수업은 12명의 공무원 분들을 4명씩 3개 조로 나누어 진행했다. 주어진 시간은 단 3시간, 지난번에는 5시간에 다룬 얘기를 핵심만 압축해서 3시간 동안 다루고자 커리큘럼을 수정했고, 교육 공무원분들이기 때문에 교육 분야의 토론 주제를 예시로 선택했다. 


어떤 피드백이 나왔을까?


예시자료를 좀 쉽게 해 주시면 좋겠어요.
토론 주제를 조금 더 쉬운 걸로 정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실습 위주 수업은 좋았으나 준비 과정이 거의 없어 힘들었음


공무원이나 선생님들은 보통 피드백을 친절하게, 나쁘게 말하면 형식적으로 작성해주시는 경우가 많다. 좀 싸한 느낌이 있었던 강의의 피드백을 받아보면 전부 4, 5점에 '좋았어요' 정도의 피드백을 써주시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따라서 위와 같이 직설적인 피드백이 나왔다는 것은 정말로 예시 주제가 어려웠고 실습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오늘 토론 수업에 활용했던 주제는 다음과 같다. 

 

     기본소득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스마트 드러그 기술이 있다면 합법화해야 한다.    

     경쟁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주는 득이 실보다 더 많다.    

 

스마트 드러그는 영화 <리미트리스(Limitless)>에서처럼 복용하면 인간의 지능을 일시적으로 현저하게 올려주는 약을 말한다. 


토론에 익숙한 대학생들이라면, 그러니까 이미 토론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이었다면 이런 주제들이 특별히 어렵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오늘은 기초 수업이었고 스피치와 토론의 기본 구조와 형식을 배우는 실습에 내용도 어려운 주제를 넣었으니 교육생분들이 꽤나 고생을 하신 것 같다. 전반적으로 수업 분위기는 좋았고 각 조별로 토론도 활발했었지만 수업 중간에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내가 맞게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나는 각각의 실습 방법론을 쉽게 설명했다고 생각했으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시간 부족, 예시의 난이도로 전반적으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오늘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이상을 한꺼번에 할 수 없다. 한 번에 한 개만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토론에서는 기본으로 가르치는 스피치, 논증, 반론의 기본 구조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 있게 느끼지만, 동시에 생소하고 어렵게 느낀다. 가끔 수업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기본적으로 좌뇌와 논리력이 발달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강의해본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나 직업군보다는 '토론을 해본 경험'에 따라 적절한 난이도를 분류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들었던 수업보다 자신이 활발하게 말할 기회가 있었던 수업을 더 좋아한다. 아무리 중요한 이론 내용이라도 길어지면 만족도가 떨어지고, 쉽고 토론과는 크게 상관없는 예시를 사용해도 적절한 실습 시간에 어느 정도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면 만족도가 올라간다. 


그래도 오늘은 다른 수업에서 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요즘 명상력이 올라온 탓인지, 교육생들의 피드백에 대한 반응도가 올라간 것 같다. 각각의 교육생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피드백을 드려야 될지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앞으로 갈 길은 아직 멀었지만 현장에서 약간씩 나아지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무언가를 잘 알고 깊게 분석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지고의 가치이자 최상의 목표라고 암묵적으로 느껴왔던 것 같다. 그다지 새롭거나 깊이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딱히 귀 기울여 들을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느낀 것은 아닐까. 


결국은 더 잘 듣고, 더 잘 보고, 세밀하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이러한 능력은 엄밀히 말하면 깊은 도메인 지식이나 분석력과는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는 것 같다. 논문을 찍어내는 교수님들 중에서도 수업은 정말 지루하고 얻을 것이 없는 경우도 있다. 


갈 길은 멀지만 방향은 조금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전문 주제 강연이라면 기존의 방법을, 실습형 수업이라면 소통력과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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