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올해 계획을 세웠다면 이미 몇번쯤 실행하지 못해 정체성에 금이 갈 수 있는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코로나 확진을 핑계로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지만, 사실 전 개인적으로 SMART한 계획 세우기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따르는 접근법은 ‘비전 세우기’에 조금 더 가깝고, 때에 따라 직관에 몸을 맏겨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선호하기는 합니다.
오늘은 제가 생각하기에 많은 분들이 2023년에 집중해서 길러야 할 역량이자 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거시경제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조금 더 큰 관점에서 앞으로 1년뿐만 아니라 5년 10년이 지나며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역량입니다.
다양하게 부를 수 있겠지만, 저는 이 힘을 ‘주의권력(attentional power)’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만든 용어입니다. 국문도 영어도 검색해봐도 레퍼런스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개념의 뒤에 있는 현상의 핵심은 이미 다들 알고계신 내용이에요. 주의경제라는 단어는 들어보셨을 것이고, 디지털 치매를 접해보셨을 수도 있죠. 과잉의 정보가 떠다닐 때, 희소해지는 것은 주의입니다. 약화되는 것은 주의력입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인간의 관심을 끌고자 경쟁하고, 이 때문에 인간이 특정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희귀해질 때, 가장 강력한 힘은 인간의 관심을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끌 수 있는 능력, 바로 ‘주의권력’입니다.
인간의 주의를 끌기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넘어야 할 진입장벽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편견과는 달리 더 많은 책들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 글쓰기 플랫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 크리에이터를 위한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 커뮤니티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간의 시간은 유한합니다. 한국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모든이가 하루 24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제는 모두가 디지털 프로덕트에 사용자를 록인시키고 유의미한 리텐션 지표를 얻어야 생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푸시알람 같은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매력적인 콘텐츠를 깔아놓는 방식의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의 3C 전략은 콘텐츠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략이죠.
- 급성장한 버티컬 커머스 스타트업 중에는 콘텐츠와 커뮤니티로 시작한 곳들이 많습니다. 오늘의집, 무신사와 같은 곳들은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서비스 경험의 핵심입니다. 사용자의 주의를 끄는 각종 콘텐츠 덕분에 리텐션과 체류시간을 높일 수 있습니다. ‘주의권력’을 가진 프로덕트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겠죠
- 토스에는 경제/증권 관련 콘텐츠 피드인 토스피드가 있습니다. 돈 한푼 나오지 않는 이런 서비스에 토스가 투자하는 이유는, ‘주의권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숫자만 있는 껍데기같은 MAU가 아니라 실제로 좋은 디지털 콘텐츠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실제로 인게이지하는 오디언스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는 겁니다.
- 디지털 광고는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피드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미디어 커머스의 흐름,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의 흐름, 디지털 디바이스의 개인화 흐름을 붙여보면 이젠 초개인화된 콘텐츠형 광고가 사람들의 일상에 얼마나 깊게 파고들지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매력적으로 인간의 주의를 끌 수 있는 능력에 광고를 붙이면 바로 돈이 됩니다.
- ‘주의권력’의 핵심은 사실 모든 IT제품(프로덕트)을 만드는 회사가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 접속이나 피상적인 성장세는 아무런 의미가 없죠. 구매의사가 높은 디지털 행동은 디지털 콘텐츠와 깊게 관여하는 오디언스가 만들어냅니다.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익혔다면, 일관적으로 브랜드 경험을 하게 해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 자체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주의권력’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누자면, 다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광고형 ‘주의권력’
구독형 ‘주의권력’
광고형 ‘주의권력’은 제품이나 브랜드와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1초안에 직관적으로 강력한 가치 제안을 할 수 있거나 콘텐츠의 매력을 발산해 매료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페인포인트를 짚거나, 독특함으로 승부하거나, 이미 익숙한 인물이나 마케팅 포인트를 사용할 수도 있겠죠. 이 시장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마 개인정보와 관련된 합의와 법이 어떻게 발전하는가와도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타깃 개인화 광고가 발전하려면 사용자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테니까요.
구독형 ‘주의권력’은 제품이나 브랜드와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광고형이 획득형이라면, 구독형은 리텐션용이겠죠. 재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 커뮤니티에 정주하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 콘텐츠를 계속 소비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을까요? 시장 및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할 것이고, 인간은 누구나 지루함을 참기 어려워한다는 지점에 대한 이해도 필요할 겁니다. 브랜딩은 일관적이지만, 메시지는 적절히 새로운 메시징 방식과 전략을 내놓을 수 있어야겠죠.
‘주의권력’은 어디에서 오나요? 어떻게 훈련할 수 있을까요?
일본발 경영담론을 접하며 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야마구치 슈, 하라 켄야, 이나모리 가즈오, 프로세스 이코노미 등 서로 다른 결의 담론은 모두 ‘인간’을 강조하고 있고 특히 인간의 정신, 감각, 센스 등에 특히 더 집중합니다. 일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죠. 스티브 잡스는 가전에 인문학을 엮어서 엄청난 가치를 가진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고, 심플한 디자인에 집착했다고 하죠.
‘주의권력’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온다고 봅니다. 해당 도메인의 인간 욕망에 대한 깊은 이해, 페인 포인트에 대한 공감,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과 역량, 지속적으로 변화를 파악하고 빠르게 업데이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 얼마 전에 은퇴한 모 기업의 총수는 십수년간 같은 데일리 루틴을 반복하며 각종 트렌드를 섭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썼다고 합니다. 미디어와 잡지를 챙겨보고, 힙한 동네 꼭 가보고, 최신 콘텐츠 놓치지 않는 등의 노력이죠.
인간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각자의 방법론은 다를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철학이나 이론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어떤 변화를 접하면 총론적, 추상적, 개념적으로 핵심을 찌르듯이 파악하는 방법을 좋아합니다. 더 감각적으로 파악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그냥 이 방법이 제가 직관을 훈련해왔던 방식이기에 저한테 적합할 뿐이죠.
책과 잡지를 본다던지, 최신 프로덕트를 써보는 습관을 들인다던지, 네트워킹의 폭을 계속 늘려간다던지 하는 방법들은 사실 다들 알고 있는 것들이죠. ‘미친 호기심’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에너지를 유지하는 자신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억지로 ‘인풋’을 쏟아붓는다고 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주의권력’을 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리더나 대표라면, 자기 자신이 미디어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혁신을 왜 하고 있는지, 자신과 함께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계속해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합니다.
리더는 콘텐츠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사용자는 이제 잠재 사용자, 고객, 팀원, 그리고 이해관계자입니다.
모든 비즈니스가 콘텐츠 비즈니스입니다. 우리 팀의 이야기가 노이즈를 뚫고 사람들에게 전해져야만 좋은 팀원을 모아 더 좋은 콘텐츠로 사용자의 시간과 주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어야 합니다. 가능한한 모든 채널을 활용해서, 언제 어디에서든 우리 팀의 메시지를 사용자가 접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잊혀지는 순간, 리텐션은 없습니다.
2023년, 리더가 목표로 삼아야 할 단 한가지 역량이 있다면, 바로 그것은 ‘주의권력’입니다.
인간 성장의 관점에서 인간이 내어준 소중한 주의의 시간을 사용해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 브랜드, 프로덕트, 크리에이터, 기업은 보상받을 거라고 봅니다.
‘주의권력’을 훈련하시고 계신가요?
인간을 성장하게 하는 메시지, 우리 서비스나 팀에 공감해 노이즈를 뚫고 우뚝 설 수 있게 하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