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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벗 Jan 10. 2023

‘할일 쓰레기통’을 바라보는 리더의 마음

쓰레기를 치우는 방법론으론 아무것도 안됩니다 

조직이론에는 쓰레기통 이론(garbage can theory)이라는 모델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일의 현장에서 실제로 몸으로 겪은 바로는, 대학원에서 접한 다양한 이론 중 가장 ‘말이 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할일 쓰레기통’을 마주하는 리더의 마음은 어떤 것어이야 하는지에 대해 짧게 다뤄볼까 합니다. 


서구 사회과학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인간관을 상정하고 들어가기에 설명적 한계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중 하나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일 겁니다. 


기본적으로 국제정치학에서는 세개의 분석수준에서 행의자의 행동을 분석합니다. 


첫번째 이미지(리더)에서는 리더 개인의 결정의 원인, 즉 설명변수를 찾고자 노력합니다. 


두번째 이미지(국가)에서는 국가의 결정의 원인, 즉 설명변수를 찾고자 노력합니다. 


세번째 이미지(체계)에서는 시스템에서 자원의 분배 상태에서 행동의 원인, 즉 설명변수를 찾고자 노력합니다. 


조직이론은 이 중에서도 리더와 국가에 관심을 갖는데요, 리더의 인지적 구조나 경향에서 의사결정의 원인을 찾는다던지(전망이론), 국가를 추상적인 시스템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의사결정 집단으로 보고 해당 집단이 가진 이념의 틀이나 사고의 경향(집단사고)를 봅니다. 


쓰레기통 이론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조직은 할일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쓰레기통처럼 쌓여있는 상태에 있다’라는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추상화된 이론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많은 요소가 제외되어 버리기 때문에 일의 현장에서 사실 리더는 합리적인 행위자라기보다는 제한된 정보, 합리성, 결정자원(예를 들어 시간과 의지)을 가진, ‘제한적인 합리성’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잊기 마련입니다. 


아주 단순한 가정에서 출발해보면, 성장하는 모든 팀은 ‘할일 쓰레기통’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할일이 쓰레기통처럼 쌓여있지 않다면, 인지의 속도가 성장의 속도를 압도한다는 얘기인데, 필요한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겠죠. 


쓰레기통을 마주하는 리더의 마음은 어떠해야 할까요? 리더는 쓰레기통에서 어떤 것들을 골라 의사결정을 내려 성장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할까요? 


제 짧고 부족한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니,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험담이 아니라 관전평에 가깝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빠른 성장을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 기준입니다. 몇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로, 만들고자 하는 회사의 상이 있어야 한다. 


쓰레기통에 쌓여있는 아이템 중 많은 것들이 아마 팀빌딩에 대한 것, 회사로서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이나 HR 등에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꼭 ‘스타트업 놀이’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업종이나 유치하고 싶은 팀원들의 성향도 중요합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가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규모가 작으면 결국 대표의 장점이 회사의 장점이고, 대표의 (치명적인) 단점도 회사의 단점이 되니까요. 


작은 회사는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만 보면 그림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모든 채용,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의 그라운드제로가 창업가이니까요. 이런 이유로 쓰레기통 중 ‘회사의 상’에 대한 많은 내용은 사실 말그대로 쓰레기입니다. 대표가 관심 없는 분야, 아무리해도 재능이 없는 분야, 못하는걸 몰라서 유능한 사람을 데려올 수 없는 분야는 어차피 안하거나 안될거거든요. 


첫째, 의사결정과 행동의 기준은 현재가 아닌 미래여야 한다. 


얼마 전에도 쓴 이야기인데요, 모든 비즈니스는 특히 초기에 ‘사기’의 성격을 지닙니다. 1000명이 오는 행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미 누군가는 온다고 가정하고 모객을 해야 되겠죠.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도 이런 성격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모든 시나리오를 분석해 가장 안전하거나 어떠한 평형점(equilibrium)에 적합한 의사결정을 내릴 시간이, 스타트업 리더에게는 없습니다. 800명이 오면 어떻게 할지, 400명만 나타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contingency planning을 다 할수는 없겠죠. 원하는 범위의 성장세가 나와야만 한다고 가정하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 실패를 예상하고 에너지를 반감시키는 것보다 나을 겁니다. 


둘째, 좋은 결정의 시퀀스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기세’를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의 역할은, 투두리스트처럼 정리한 쓰레기통을 하나씩 하나씩 채워가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자동차를 만들 것으로 가정하고 바퀴를 한땀한땀 만들고, 엔진을 만들어 붙이고, 라디오를 만드는 식으로는 좋은 흐름을 만들 수 없겠죠. 


가설검증을 위한 기계와 기세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성장하는 팀을 만들기 위한 좋은 의사결정을 연이어서 내리고, 이를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는 기세를 만들어야겠죠. [방법은 저한테 물으시면 안되고요…]  


최악의 상황은 ‘모르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몰라서’ 나쁜 결정의 흐름 속에서 갇혀버린 것입니다. 핵심 성장 흐름이 없고, 기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뭔가 아주 심각하고 진지하게 되돌아봐야겠죠. 


이렇게 과격하게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쓰레기통은 치우는 것이 아닙니다. 쓰레기통은 폭파하는 것이고, 중요한 것에 집중해 기세를 만들고 팀원들이 알아서 문제해결을 할수 있도록 돕는다면, 핵심 의사결정이 다른 쓰레기를 태워버리는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인간이란 존재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었을 때, 불안하고 책임을 다른사람에게 넘기고 싶을 때 정말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는데, 이 문제를 쫓아다니며 하나하나 해결할 것이 아니라 핵심 성장 흐름을 만들어내고 심리적 장벽을 부수는 것만으로도 (채용이 성공했다는 가정 하에) 문제는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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