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 여행카페에 가입하려고 보니, 이미 2019년에 가입을 해놓았더라.
2019년이면 내가 퇴사한 해다. 퇴사 후 한 달 살기를 해볼까 해서 가입했다가 곧장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일말의 생각조차 무산되면서 내 기억에서도 삭제되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치앙마이를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그려졌던 안정됨, 휴식, 느림, 내려놓음의 이미지는 2019년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3박 5일의 일정으로 치앙마이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더 여유 있게 머물며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 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치앙마이에 더 있기로 한 결정은 다소 즉흥적이었다.
그런데 그 즉흥성은 어쩌면 미리 계획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많은 준비를 거쳐 떠나는 여행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모르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특별하게 떠나게 된 여행인 만큼, 난 이번 여행을 특별함을 가지고 임했다.
함께 여행하게 된 일행들과 잘 지내보겠다는 다짐, 새로운 경험으로 신선한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이 에너지를 발판으로 더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각오.
특별한 마음가짐. 이것이 나의 즉흥성을 부추겼다.
“이번엔 특별해지기로 했잖아! 새로움에 부딪혀봐!”
내 마음 한 켠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리고 나는 아무 저항도 없이 그 목소리를 따랐다.
치앙마이에 남기로 하고 가장 먼저 할 일은 숙소를 정하는 것이었다.
치앙마이에 대해 검색해 보고 크게 두 지역으로 좁혀졌다.
옛 시대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 ‘올드타운’, 한국의 가로수길에 비견되지만 지극히 태국적인 핫플레이스 ‘님만해민’.
기왕이면 깨끗한 곳이면 좋겠다.
기왕이면 네이버에 후기가 많은 검증된 곳이면 좋겠다.
기왕이면 인스타에서 핫플로 소문난 곳이면 좋겠다.
원래의 ‘내’가 소리쳤다.
그러나 특별한 ‘내‘가 거부했다. 이번엔 많은 생각 없이 도전해 보자.
각성한 ‘내’가 구글지도로 대충 위치를 확인한 뒤, 올드타운 한가운데에 있는 호텔을 연이어 3박 예약했다. 바로 다음날 체크인하는 일정으로!
예약을 하고 네이버에 한국인 후기가 있는지 검색해 보았지만 1~2건이 전부였다.
조금 걱정되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다음날 직접 내 두 눈으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파라이소 호텔 치앙마이 (Paraiso Hotel Chiang Mai)
https://maps.app.goo.gl/rBNfietbedYtKB6XA
치앙마이 올드타운 중심, 왓프라싱 1분 거리
1박 약 1000바트 (약 4만원)
호텔은 깔끔했지만 오래되고 쾌적하지 않았다.
아니, 오래되었지만 잘 관리되어 깔끔하고 왠지 정감이 느껴지는 호텔이었다.
ㄱ자 모양의 건물 가운데에 놓인 크지 않은 수영장은 충분히 호텔에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치앙마이 올드타운의 호텔들은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다.
3층 건물인 이곳도 높은 층으로 배정받는다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런 구조가 처음엔 마냥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나름대로 올드한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올드타운’인가?)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습기를 머금은 나무가 제자리를 벗어나 들떠있지만,
에어컨을 틀어도 춥지 않고 적당히 습한 공기가 아늑하게 느껴졌다.
밤늦게 도착한 미지의 호텔.
나무로 된 방문 하나만 넘어서면 바로 야외가 나오는 오픈된 구조.
이 문이 밤새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걱정할 틈도 없이, 나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섰다는 안도감에 잠에 빠져들었다.
치앙마이 거리의 오토바이, 트라이시클, 썽테우(미니버스) 등의 소음이 밤새 귀를 간지럽혔다.
비로소 치앙마이 한복판에 내가 들어왔다는 생각으로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