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직장인, 1년차 퇴사인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
10년.
멀리 강산을 찾아 나설 필요도 없이, 매일 출퇴근하는 길가의 음식점들만하더라도 수 십번은 개업과 폐업을 반복했다. 심지어 멀쩡하던 건물이 없어지고 멋드러진 새 건물이 들어서기도 했다.
나의 지난 10년은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같은 사무실로 향해, 같은 사람들과 마주하며 비슷한 일을 해내는 삶이었다. 출근 길 지하철에서 딴짓을 하더라도 내릴 역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광화문역이 되면 저절로 몸이 문 쪽으로 움직였으니까. 그럴 때면 뒤늦게 정신을 차려 알아차리곤 혼자 웃기도 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보통 두어번 이직을 했을 시간. 누군가는 더 많이 공부해 두 세개의 학위를 땄을 시간. 혹은 이 일 저 일 모두 경험하고 아예 다른 직종으로 전향하여 성패의 결과를 맛볼 시간.
나의 10년은 어찌보면 큰 변화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내가 "아직도"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내 주위에서 10년간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내가 거의 유일했고, 인터넷 속 돌아가는 세태를 보더라도 요즘은 10년간 한 회사에 몸담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인 듯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한 회사에 몸담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꽤 괜찮은 회사에서 남들보다는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고있다는 반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또, 그것이 나의 자랑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에게도 고민이 없었겠는가. 오히려 그 반대였다.
10년간 단 한번의 부서이동과 자리이동. 그 외엔 같은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하는 일상이었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일이 익숙해지기는 커녕 더 어렵게만 느껴졌다. 부담감은 더해왔다. 내장 속까지 다 꿰고 있다고 생각했던 동료들을 대하는 것도 순간 순간 힘들 때가 찾아왔다.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몸이 신호를 보냈다. 한 번 걸린 감기는 좀처럼 낫지 않는데, 부랴부랴 퇴근하고 병원에 달려가면 이미 진료는 마감되었다고 한다. 나는 서서히 지쳐갔다. 비로소 한계치에 다다른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설날 아침, 오직 단 하나의 생각이 머리속을 뒤흔들었다.
"나는 퇴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