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가 기후 변화의 주범이라고?
우리는 고기를 사랑합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스테이크 한 점에 레드와인 한 모금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삶의 작은 행복을 선사하죠.
우리의 식탁에서 고기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고기만 먹도록 설계된 존재는 아닙니다.
인간은 잡식동물로, 초식동물처럼 음식을 갈아먹는 어금니와 육식동물처럼 고기를 찢어 먹는 송곳니를 모두 갖춘 독특한 치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치아 구조는 고기와 채소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인간이 진화해왔음을 보여줍니다.
인간이 본격적으로 육식을 시작한 건 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인류가 육식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약 2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기 인류는 채집과 사냥을 병행하며 살았지만, 육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선택을 넘어선 특별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고기는 단백질과 열량이 풍부했기에 인류의 두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다만, 당시의 육식은 지금처럼 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냥은 성공률이 낮았고, 고기를 얻는 것은 축복에 가까운 일이었죠.
하지만 농업 혁명을 기점으로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가축 사육이 가능해지면서 고기는 점점 더 우리의 식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운 육류 소비는 그렇게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소비합니다.
세계 평균으로 보면, 한 사람이 하루에 약 120g의 고기를 먹습니다.
미국에서는 1인당 하루 약 250g, 한국은 약 130g을 소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총량은 약 3억 4천만 톤.
이것은 전 세계 인구 1인당 매년 약 42kg의 고기를 소비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 소비는 단지 개인의 식사로 끝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육류 소비는 엄청난 환경적 비용을 동반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진짜 문제입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CO₂)보다 지구 온난화 효과가 무려 28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방귀와 트림으로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자동차 한 대가 하루 종일 달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량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네, 소는 기본적으로 방귀 뿜는 기후 파괴자인 셈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4.5%에 달한다는 겁니다. 이는 자동차와 비행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수치죠.
그러니까 우리가 소고기를 즐길 때마다 작은 비행기를 띄운다고 상상해보세요.
소 한 마리를 키우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사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사료를 키우려면 또 막대한 양의 물과 에너지가 들어가죠.
예를 들어, 소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약 15,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한 사람이 샤워를 약 6개월 동안 매일 해야 쓸 만큼의 물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물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사용되죠.
소가 마시는 물뿐만 아니라 사료를 재배하는 데 필요한 물까지 포함된 수치니까요.
육류 소비는 단순히 온실가스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소를 사육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상상 이상의 숲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마존 열대우림입니다.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로 불리며 전 세계 산소의 약 20%를 만들어내는 귀중한 생태계입니다.
그러나 축산업을 위해 숲을 태워 소 사육지로 전환하면서, 아마존은 매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은 11,088㎢에 달했습니다.
이는 서울시 면적(605㎢)의 약 18배에 해당하는 크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물 다양성은 줄어들고, 산림을 잃은 토양은 점점 황폐해집니다.
결국, 우리가 먹는 소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지구의 허파를 갉아먹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그럼 고기 안 먹으면 되는 거야?"
정답은 "꼭 그렇지는 않다"입니다.
채식은 분명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열쇠는 아닙니다.
채식 식단은 육식 식단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약 50%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채소나 곡물을 대량 재배하는 과정에서도 물과 에너지가 소모되고, 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쌀 1kg을 생산하는 데 약 2,500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또한, 육류 소비는 문화적, 경제적 맥락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육류가 필수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며, 모든 사람이 완전히 채식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기도 합니다.
다행히 과학은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배양육입니다.
실험실에서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만들어진 이 고기는 기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거의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과 토지 사용량은 적고, 온실가스 배출도 미미합니다.
또 다른 대안은 곤충 식품입니다. 곤충은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환경 부담이 적습니다.
사실 곤충은 이미 일부 국가에서 인기 있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죠.
물론, "배양육 스테이크"나 "튀긴 귀뚜라미"를 상상하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미래의 환경을 위해 이런 대안을 고민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고기가 사실 지구에게는 골칫덩이라는 사실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크기와 복잡성을 마주하다 보면, 단순히 "고기를 덜 먹자"라는 해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실, 이건 단지 고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만든 시스템, 우리가 만들어낸 삶의 방식이 낳은 결과입니다.
육류 소비, 기후 변화, 환경 파괴는 모두 하나의 거대한 퍼즐 조각입니다.
그리고 그 퍼즐은 우리를 향해 묻고 있습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대답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변화를 원하는 마음과 익숙한 안락함 사이에는 언제나 갈등이 존재하니까요.
그래도 어쩌면 중요한 건 우리가 모든 답을 찾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불편한 진실 앞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다시 질문하며,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태도를 가질 수 있는가가 아닐까요?
결국 중요한 건, 대단한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무엇을 더 잘 살아낼 수 있을지 묻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환경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환경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남길 수 있는 진정한 지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지금 먹고 있는 스테이크 한 조각을 바라보며 한번 더 생각해봅시다.
"이 스테이크 한 점의 진짜 대가는 무엇일까?"
이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면,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