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청바지,
지구가 입기엔 너무 꽉 끼는 패션
청바지에 숨겨진 탄소 발자국 이야기
청바지는 우리 옷장에 필수 아이템입니다. 편하면서도 멋있고, 어디에나 잘 어울리죠.
사실 청바지 없이 일주일을 보내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청바지를 입을 때마다 생각해 보셨나요? "이 옷 한 벌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청바지 하나를 만들 때 필요한 물의 양이 7,000리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7,000리터입니다.
이 양은 한 사람이 10년 동안 마실 수 있는 물과 맞먹는 양입니다.
그러니까 청바지 한 벌을 입을 때마다 물을 마시는 게 아니라 쓰고 있는 셈이죠. 놀랍지 않나요?
그럼 왜 이렇게 많은 물이 필요할까요?
그 답은 청바지의 원료인 면화와, 그 면화를 염색하고 세척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단지 청바지에 국한된 게 아닙니다.
패션 산업 전체가 사실 물과 자원을 엄청나게 소비하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청바지의 주요 원료는 면입니다. 이 면을 재배하는 데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면화 재배는 전 세계 농업용 물 사용량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물을 많이 사용하는 작물입니다.
이 면화를 키우고, 수확하고, 가공하는 데 필요한 물은 정말 어마어마하죠.
또한 청바지를 염색하고, 특유의 색감과 디자인을 내기 위한 세척 과정에도 엄청난 양의 물이 소모됩니다.
예를 들어, 인디고 염색을 하거나 산 세척을 통해 청바지의 특유의 빈티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물이 사용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염색 과정에서 사용된 물은 오염물질로 가득 차고, 많은 염료와 화학물질이 강이나 하천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가 수질 오염을 일으키죠.
이렇듯 청바지 한 벌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과 환경적 부담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청바지 한 벌을 입기 위해 수많은 물을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죠.
이쯤에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에이, 청바지 하나 입는다고 지구가 망하겠어?"
사실 한 벌의 청바지로 지구가 즉각 망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입는 옷들이 하나 둘 모여 지구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는 점입니다.
세계 패션 산업은 석유 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환경 오염 산업입니다.
우리는 해마다 10억 벌 이상의 옷을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물과 에너지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죠.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문제는 여기에 더욱 가속도를 붙입니다.
저렴하고,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한 옷들이 시장에 쏟아지며, 우리는 더 많이 사고, 더 빨리 버리게 되었습니다.
유행에 따라 옷을 자주 바꾸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버리는 옷들 또한 쓰레기 더미가 되어 매립지에 쌓여가고 있습니다. 많은 옷들은 합성 섬유로 만들어져 있어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으며, 플라스틱 미세섬유는 환경과 생태계에 더 큰 피해를 끼칩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바로 지속 가능한 패션입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의류 생산과 소비에서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옷을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우리가 그 옷을 더 오래 입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면이나 폴리에스터 같은 기존 섬유는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유기농 면이나 대나무 섬유, 삼베 같은 친환경 섬유는 물 사용량과 환경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섬유로 재사용해 옷을 만드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의류 생산 과정에서 특히 문제되는 것은 물 사용입니다.
다행히도 최근 몇몇 의류 브랜드들은 물 사용을 줄이는 기술을 도입해 청바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부담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바이스는 Water<Less™ 기술을 통해 청바지 생산 시 사용되는 물의 양을 96%까지 줄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실천은 바로 의류를 더 오래 입는 것입니다.
우리가 옷을 자주 바꾸지 않고, 오래 입는 것만으로도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입지 않는 옷을 기부하거나 중고 거래를 통해 순환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재활용과 리폼을 통해 낡은 옷을 다시 사용하거나, 중고 의류를 구매하는 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청바지는 이제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 되었지만, 그 뒤에 숨은 환경적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청바지를 더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한 작은 변화들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미 생산된 청바지를 다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큰 환경적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중고 청바지는 새로운 청바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자원 낭비를 줄여줍니다.
옷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매번 새로운 유행에 따라 청바지를 새로 사는 대신, 기존의 옷을 잘 관리하고 오래 입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바지를 자주 세탁하면 물 사용량과 세제 오염을 증가시킵니다. 청바지는 그 특성상 자주 빨지 않아도 되는 옷입니다.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청바지를 오래 입고 세탁 횟수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결국 우리가 입는 옷 한 벌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그것에 대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패션은 그저 멋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구를 위한 책임도 동반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니 다음번 청바지를 살 때,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하고, 중고나 재활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