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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플라스틱이 친환경이라니,
그게 말이 돼?

친환경 플라스틱

by 한자루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니? 플라스틱이 어떻게 친환경이 될 수 있냐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플라스틱이야말로 지구 환경을 망가뜨리는 주범 아닌가. 어디를 둘러봐도 플라스틱 천지다.

물병, 포장지, 장난감, 가구, 자동차 부품까지.

과장 봉지에 손을 집어 넣고 있는 지금의 나조차도 그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 요즘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플라스틱이 환경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보호할 수도 있다고?

도대체 무슨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기분 좋은 광고 문구에 불과한 걸까?


편의점에서 작은 물건 하나를 사도 우리는 비닐봉지를 받는다.

아침에 커피를 사면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배달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먹는다.

마트에 가면 비닐봉지에 과일을 담고, 플라스틱 트레이에 포장된 고기를 산다.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모이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될까?


전 세계에서 1분마다 약 100만 개의 플라스틱 병이 소비된다고 한다.
비닐봉지는 연간 5조 장 이상 사용된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90%는 단 한 번 사용된 후 버려진다.


이제 눈앞에 그려보자.

오늘 하루 동안 당신이 사용한 플라스틱이 어디로 갔을지. 버려진 플라스틱 컵이 바람에 날려 강으로 흘러가고, 비닐봉지는 바다로 떠밀려가고,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에 쌓여가고 있을 것이다.

그중 일부는 태워지고, 일부는 흙속에 파묻히지만, 대부분은 수백 년 동안 그대로 남아 있다.


문제를 정확히 들여다보려면, 먼저 플라스틱이 왜 이렇게까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하다. 저렴하면서도 쉽게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다.

깨지지 않으니 유리보다 안전하고, 금속보다 가벼우며, 나무보다 변형이 적다.

너무 완벽한 물질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남용해 왔다.

그 결과,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우리는 비닐봉지를 들고 나오고, 배달 음식을 시킬 때마다 플라스틱 용기가 쌓인다. 버려지는 양이 너무 많다 보니, 도시는 물론이고 강과 바다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로 넘쳐난다.

문제는 그것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병 하나가 먼 미래에도 그대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바람에 날려 바다로 가고, 거기서 물고기의 뱃속으로 들어가고, 결국 다시 인간의 식탁으로 돌아오는 끔찍한 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


사람들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기존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만든 재생 플라스틱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얼핏 보면 훌륭한 해결책처럼 보인다.

버려도 썩어 없어지고, 다시 녹여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분해되려면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맞아야 하고, 미생물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립지 깊숙한 곳에 묻히면 공기와 접촉하지 못해 일반 플라스틱처럼 남아버리고, 바다에 떠다니면 미생물의 도움을 받지 못해 분해되지 않는다.

결국 ‘자연에서 쉽게 사라진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이야기일 뿐,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재생 플라스틱도 마찬가지다.

기존 플라스틱을 녹여 다시 사용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지만, 모든 플라스틱이 재활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될 때마다 품질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재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 ‘재활용’이라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환경 부담을 낳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친환경 플라스틱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분명 기존 플라스틱보다는 나은 선택이지만, 그것만으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정말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을 써야 할까?"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덜 쓰는 것이다.

플라스틱 없는 삶을 완전히 살기는 어렵지만,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은 가능하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배달 음식을 시킬 때 일회용 수저를 받지 않는 것처럼 작은 습관들이 쌓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가 편리함에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은 불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편리함이 곧 정답은 아니다.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번 더 신경 쓰는 것이야말로 이 문제를 해결할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전 세계에서 1분마다 100만 개의 플라스틱 병이 소비된다.
1초마다 16만 개의 비닐봉지가 사용된다.
그중 단 9%만이 재활용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버리고 있다.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덜 쓰는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다.

문제의 답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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