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나아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우리는 주로 가격을 비교하고 신선도를 따진다.
오늘 저녁 메뉴는 뭘로 할지, 할인 코너에 뭐가 나왔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은 해본 적 있는가?
"내가 고른 이 한 봉지의 고기, 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채소, 이 수입 과일이 지구를 얼마나 더 뜨겁게 만들고 있을까?"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고들 하지만, 사실 북극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그 식품들, 그리고 그것을 선택하는 당신의 습관이 기후 변화의 아주 가까운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알고 있는가?
우리는 늘 선택하고 있다.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소비할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환경에 흔적을 남길지.
이제는 장바구니에 담긴 선택 하나하나를 조금 더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는 고기를 먹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바싹 구운 스테이크 한 점.
하지만 이런 한 끼의 뒤에는 엄청난 환경 비용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는 약 1만 5천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이건 성인이 50일 동안 샤워할 때 쓰는 물과 맞먹는 양이다.
게다가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 더 강력한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
한 마리의 소는 1년에 약 100kg의 메탄을 배출하는데, 이는 자동차 한 대가 1만 6천 km를 달릴 때 내뿜는 탄소량과 같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마트에서 집어 든 소고기 한 팩이 환경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한 번쯤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소고기를 아예 먹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소비량을 조금 줄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안 먹어도, 자동차를 1,600km 덜 운전하는 효과가 있다."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삼겹살을 먹는 날을 일주일에 하루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비닐 포장을 벗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도대체 나는 음식을 산 걸까, 플라스틱 포장지를 산 걸까?"
마트에서 우리가 구매하는 식품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다.
한 개씩 개별 포장된 과일, 비닐 랩으로 단단히 감싸진 고기, 겹겹이 포장된 간식거리들.
문제는 우리가 이런 포장재를 단 몇 분 만에 뜯고 버린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플라스틱 봉지가 사용되며, 그중 90% 이상이 단 한 번 사용된 후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어떻게 될까?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한 물고기들은 그것을 삼키고, 우리는 그 물고기를 먹는다.
결국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을 다시 우리가 먹고 있는 셈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완전히 없애는 건 어렵다. 하지만 조금씩 줄이는 건 가능하다.
장바구니를 챙기고, 비닐 대신 종이 포장 제품을 선택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일회용 포장은 사지 않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요즘 마트에서는 1년 내내 딸기를 볼 수 있다.
사과는 뉴질랜드에서, 바나나는 필리핀에서, 체리는 미국에서 온다. 식탁 위의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보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그 과일들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한 알의 체리가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탄소 발자국은 얼마일까?"
수입 식품들은 먼 나라에서 배와 비행기를 타고 우리에게 온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연료가 소비되고,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 실제로 전 세계 식품 운송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6%를 차지한다.
물론 "수입 과일을 먹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선택하면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재배된 제철 과일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환경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나 하나 노력한다고 세상이 바뀔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을 위한 노력은 거창한 실천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장을 볼 때, 우리는 이미 수많은 선택을 하고 있다.
오늘 저녁엔 뭘 먹을지, 어떤 브랜드를 고를지, 가격과 신선도를 비교하며 고민한다.
여기에 하나만 더 고민해 보면 어떨까? 이 선택이 지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비닐봉지 수십 장을 덜어낼 수 있다.
플라스틱 포장이 덜한 제품을 고르면, 버려질 쓰레기가 줄어든다.
수입 과일 대신 지역에서 재배된 제철 농산물을 선택하면,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고기를 매 끼니 먹을 필요는 없으니, 하루 정도는 채소로 식탁을 채워보는 것도 좋은 변화다.
이 모든 걸 한꺼번에 실천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라도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결국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다음번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장바구니를 채우기 전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오늘의 선택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한 걸음이 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