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이런건 선물하면 안됩니다.

신발과 수건은 이별의 선물이다?

by 한자루




사람들은 말합니다.
신발을 선물하면 연인이 떠난다,
손수건을 주면 이별하게 된다고요.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신발을 사주려다 망설이고, 이별을 겪은 뒤 수건을 바라보며 괜히 의미를 부여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건 단지 미신을 믿어서가 아니라, 관계가 갖는 불확실함을 우리는 어딘가에 투사하고 싶어 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신발은 누군가가 멀리 걷는 행위를 상징합니다.
‘떠남’이 눈에 보이는 모양으로 존재하죠.
그래서 그걸 선물한다는 건 당신이 언젠가 이 신발을 신고 멀리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열어버리는 일입니다.

수건은 이별을 닦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운동장에서, 장례식장에서, 헤어진 날에 수건은 언제나 마지막을 정리하는 손길로 함께 있었지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수건을 준다는 것은 언젠가 그 사람이 흘릴 눈물, 흘린 땀을 내가 아닌 그 자신이 닦게 둘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담게 됩니다.

이 미신들은 그래서 ‘물건’이 아니라 관계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은유로 포장한 말입니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선물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선물은 관계의 균형을 미묘하게 흔드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어떤 선물은 상대를 감동시키고, 어떤 선물은 오히려 무게감을 안기거나, 헤아리지 못한 거리감을 드러내기도 하지요.

그러니 선물을 주는 사람은 늘, 기쁨을 주고 싶은 마음과 상대가 이 선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혹시 부담스럽진 않을까?”
“이게 너무 과하지 않을까?”
“이 선물을 보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 불안을 우리는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신발은 안 좋아, 수건은 안 돼” 같은 말로 상징화해서 회피합니다.

미신은 어쩌면 관계에 대한 불안과 예민함을 조심스럽게 말하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물건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지만, 때때로 마음은 물건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신발이 이별을 부르고, 수건이 눈물을 예고한다는 말은 그 물건이 ‘불길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우리가 어떤 물건에 어떤 기억을 부여하고, 어떤 감정을 투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리적 반응입니다.

관계란 늘 한 걸음쯤 뒤를 생각하게 만들고, 그 불안을 특정한 상징에 담아 놓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덜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신발이나 수건이 불길한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건넬 때 스스로 느끼는 거리감이 우리 마음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떠나는 사람은 신발이 없어도 떠납니다.
남을 사람은 수건 없이도 곁에 머무릅니다.

선물은 마음의 표정이고, 관계는 그 표정 뒤에 숨어 있는 의도와 온기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신발을 줄 때는, “이걸 신고 어디든 같이 가자”고 말해 보면 어떨까요.
수건을 건넬 땐, “언젠가 너의 힘든 날을 내가 닦아줄게”라는 뜻을 담아 보세요.

미신은 때때로 우리가 진심을 정확히 말하지 못할 때 슬며시 꺼내 드는 감정의 보호막입니다.

하지만 진심은 결국 말보다 더 오랫동안 남는 선물입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건넸는가?
그것이 진짜 미신보다 더 강력한 관계의 징조가 될 것입니다.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