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너무 똑똑해서 욕 먹는 대통령

에마뉘엘 장미셸 프레데리크 마크롱

by 한자루
출생 : 1977.12.21. 프랑스
소속 : 프랑스(대통령)
가족 : 배우자 브리지트 마크롱
경력 : 2017.05.~ 프랑스 대통령
2016.04. 프랑스 앙마르슈
2014.08.~2016.08. 프랑스 경제산업부 장관

에마뉘엘 마크롱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30대에 대통령이 되었지만, 국민에게는 60대처럼 잔소리를 듣는 남자.”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었지만 정작 대통령이 되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거만하다.”였다.
물론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내가 한 말이 그렇게 틀렸나?”

문제는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분위기였다.
마크롱은 늘 옳았다. 하지만 늘 얄미웠다.
이게 그의 정치 인생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마크롱은 프랑스 북부 아미앵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얘는 뭔가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책을 너무 많이 읽었고, 토론을 너무 좋아했고, 질문을 너무 많이 했다.

선생님은 그를 귀여워했고, 친구들은 그를 부담스러워했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 루트인 앙리 4세 고등학교를 나와 파리 정치대학 그리고 ENA(프랑스 최고 행정학교)로 이어지는 황금 루트를 타며 마크롱은 승승장구했다.

한마디로 “프랑스 공화국이 직접 설계한 인간형”이 탄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설계된 인물은 현실의 감정적 혼란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치에 들어오기 전 마크롱은 로스차일드 은행에서 일했고 그곳에서 ‘수학적으로 움직이는 엘리트’라는 이미지를 굳힌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다.
“은행가와 권력”이라는 조합은 프랑스 민중에게 거의 공포 영화 제목 같은 단어다.

하지만 마크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프랑스 전체가 느림보처럼 보일 만큼 기세 좋게 권력으로 돌격했다.

2017년, 그는 33세에 장관, 39세에 대통령이 됐다.


마크롱의 정치철학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정치는 데이터다. 정책은 효율이다. 국민은 결국 설득될 것이다.'

문제는 프랑스 국민이 유럽에서 가장 설득이 안 되는 국민이라는 점이다.

마크롱은 늘 “옳은 말”을 했다. 그리고 그 옳음을 너무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자 국민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너 말은 맞아. 그런데 왜 기분은 나쁘지?”

그의 말투는 늘 ‘우리가 몰라서 설명해 주러 왔다.’라는 교사의 태도였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은 ‘우린 수업 들으러 온 게 아니라 혁명하러 왔다’라는 정서의 민족이다.

이 오해는 결국 폭발한다.


마크롱이 등장했을 때 세계는 환호했다.

“젊다! 중도다! 합리적이다! 안정적이다! 푸틴에게도 말하고, 바이든과도 대화하고, 시진핑과 와인도 마시는 남자!”

기성 정치에 지친 유럽은 마크롱에게서 새로운 시대를 보았다. 하지만 프랑스 내부는 달랐다.

프랑스 국민은 오래전부터 ‘엘리트는 우리의 삶을 모른다.’는 정서를 누적해 온 민족이다.

그래서 국민은 처음부터 그를 경계했다.

“저 사람... 너무 잘생기고 너무 똑똑하고 너무 부유하고 너무 말이 많네.”

이건 프랑스 정치에서 최악의 조합이다.


모든 갈등은 연금 개혁에서 폭발했다.
마크롱은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려 했다. 프랑스의 재정 상황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조치였다.

문제는... 프랑스 국민은 ‘일’보다 ‘삶’을 더 사랑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정부가 아니라 삶의 질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국민들은 “64세? 그건 은퇴가 아니라 사형선고지.” 라는 반응이었다.

도시는 파업, 시위, 그리고 불타는 쓰레기봉투로 가득 찼다.

마크롱은 그때도 차분하게 말했다.
“군중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을 국민들은 이렇게 해석했다.
“아~ 너희들 입장도 이해한다. 근데 난 내 할 말만 한다.”

그 순간, 프랑스는 대통령보다 거리의 소리가 더 큰 나라가 되었다.

마크롱은 국제사회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잡고, 푸틴에게 직접 전화하고, 유럽연합의 중재자로 나서고 기후, 경제 의제로 세계무대에서 존재감 뽐냈다.

국제 사회는 그를 “유럽의 마지막 합리주의자.”라고 평가했지만 프랑스 내부 평판은 “아니 국제무대에서 잘하는데 왜 우리에겐 저렇게 뻣뻣하지?”라는 평가표를 내밀었다.

세계는 그를 리더라 불렀고 프랑스는 그를 ‘상사’라고 불렀다.


에마뉘엘 마크롱은 분명 똑똑하고, 세련되고, 유럽 정치에서 보기 드문 실행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프랑스를 ‘효율의 나라’로 만들고 싶어 했고, 유럽을 ‘스스로 방어하는 대륙’으로 바꾸고 싶어 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프랑스 국민이라는 존재를 조금 덜 섬세하게 고려했다는 데 있다.

마크롱의 가장 큰 약점은 정책의 정당성을 설득이 아니라 정답지처럼 내놓는 태도였다.
국민에게는 대통령이 아니라 ‘잘생긴 알고리즘’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의 정치 상황은 그를 더 단단히 현실로 끌어내렸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신의 정당이 참패하자 그는 국회를 해산했고, 프랑스 정치는 순식간에 혼란의 골목길로 들어섰다.
2025년 현재 그는 여전히 대통령이지만, 권력은 반쯤 증발한 레임덕 상태에 놓여 있다.
2027년 이후엔 헌법상 재출마조차 불가능하다.

미래를 이야기하던 리더는 이제 현재의 정치적 진창 속에서 조용히 임기 종료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마크롱은 대통령이다.
하지만 오늘의 프랑스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은행가의 수학이 아니라 거리의 분노를 번역할 줄 아는 ‘공감의 기술’ 인지도 모른다.


에마뉘엘 마크롱을 이야기하며 브리지트 마크롱을 빼면 안 된다.

정확히 말하면, 마크롱을 이해하려면 브리지트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마크롱이라는 프로젝트는 애초에 “브리지트 주식회사”의 야심 찬 인큐베이팅 사업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언론이 말했다. “그는 정치의 신동이 아니라, 브리지트의 장기 프로젝트였다.”

물론 둘은 흔한 커플이 아니다.
프랑스식으로 말하면 “오히려 그래서 프랑스 답다.”


브리지트는 단순한 ‘대통령의 아내’가 아니다. 그녀는 원래 마크롱의 고등학교 연극 교사였다.
연극을 가르치며 학생들의 표현력과 무대 감각을 다듬던 그 시절, 마크롱은 이미 남다른 재능을 발휘했다.

그 재능은 수학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사람을 홀리는 능력”이었다.

브리지트는 그걸 간파했다.
그리고 그의 글쓰기, 그의 말투, 그의 시선을 다듬어주기 시작했다.
연극 수업이 끝났는데도, 수업이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브리지트는 말한다.

“나는 그 아이가 언젠가 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말이 지나치게 로맨틱하다고 느껴지면, 프랑스 정치권은 이렇게 정리했다.

“브리지트는 마크롱의 언어 코치이자 이미지 설계자, 그리고 비공식 전략가다.”

실제로 2017년 대선 캠페인에서 마크롱의 메시지, 제스처, 인터뷰 톤, 심지어 사진 선택까지 브리지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었다.


마크롱의 약점은 감정의 온도가 낮다는 것이다.
그는 종종 파일 속 통계와 연애하는 사람, 엑셀의 영혼이 인격을 가진 존재, “프랑스 국민 여러분”보다 “그래프 여러분”을 더 사랑하는 남자.

그래서 국민은 물었다.

“저 대통령은 인간인가, 알고리즘인가?”

그런데 브리지트와 함께 있는 장면이 나오면 국민들은 갑자기 안심하기 시작했다.

2024년 어느 행사에서 브리지트가 마크롱의 얼굴을 가볍게 밀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프랑스 전역이 술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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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일 아닌 장면이었지만 SNS는 폭발했다.

“프랑스판 부부의 세계”, “오늘도 살아남은 남자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집에서는 평범한 남편이다”

심지어 일부 미국 매체는 “프랑스가 드디어 현실 정치 예능을 만들었다”라고 농담했다.

브리지트는 아무 말 없이 지나갔고, 마크롱은 기자들에게 말했다.

“장난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은 이미 결론을 내렸다.

“그래, 프랑스 대통령도 아내 앞에서는 그냥 남편이다.”

이 장면은 오히려 그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었다.
정치적 위기 10번 보다, 퍼스트레이디의 ‘툭’ 한 번이 지지율에 더 도움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프랑스 언론은 지금도 종종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를 움직이는 두 사람 중, 국민은 남편을 대통령이라 부르고, 정치권은 아내를 ‘감독’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것은 절대 농담만은 아니다.
브리지트는 과거 연극 교사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한 남자의 무대를 연출하고 있다.
그 무대가 때로는 파업 천국이 된 프랑스 전체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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