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서(In Ginocchio da Te)
지금은 우리들의 주위에서 듣기 힘들어졌지만 칸초네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대중가요는 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며 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당시 상당히 많은 이탈리아의 노래들이 한국어로 불려졌습니다. 흔히 번안가요라고 말하는 이런 노래 중에는 원곡이 외국곡인지도 모르고 그저 한국 노래인 것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또 불려진 노래들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배경으로 60,70 년대에 발표된 이탈리아 칸초네가 표현해 내는 정서와 우리 한국인의 정서가 비슷했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 분들도 계십니다. 최근 한류 물결과 함께 알려지기 시작한 한국인들의 정열적인 모습 때문에 우리를 '아시아의 이탈리아인'들이 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최근의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5,60년 전에도 이탈리아와 한국은 서로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이었지만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살고 또 정이 많은 나라라는 점에서 상당히 닮았었습니다.
아래에 소개해 드리는 노래를 한 번 보시지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서(In Ginocchio da Te)"라는 영화 속에 삽입된 노래로서 영화의 제목이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음악과 화면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나 친숙하다는 것을 발견하실 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QLcXu59-Kw&t=1s
먼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영화 "기생충"에 삽입되었던 그 음악이 맞습니다. :-) 주인공 가족의 사기 행각이 쫓겨난 가정부에게 들통이 나고 그들 사이에서 엎치락뒤치락 싸움이 벌어지던 그 장면에서 나왔던 음악이지요.
위의 화면에서 군복을 입고 무대에 뛰어들어 열창을 하는 사람은 잔니 모란디(Gianni Morandi, 1944- )라는 이탈리아의 가수입니다. 가수이면서 영화배우이고 또 쇼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여든에 이른 지금까지 왕성하게 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이 노래는 1964년 경 잔니 모란디가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발표되어 그의 이름을 이탈리아 전역에 알린 노래입니다.
당시 백만 장 이상의 음반이 팔렸고 일약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지요. 갓 스무 살의 잘 생긴 미소년이었기에 그런 인기가 가능하지도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어쨌든 노래의 멜로디와 화면에서 진행되는 장면들을 보면 대충 가사의 내용이 짐작이 되실 겁니다.
위에서 소개한 화면의 서두에서 무대에 오른 잔니 모란디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이 방송을 통해 제가 부르는 노래를 여러분께서는 많이 들으셨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제가 작곡한 새로운 노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저녁에서야 비로소 이 노래에 맞는 가사를 찾았습니다. 왜냐하면 제 심장이 (가사를) 불러주었으니까요. 이 노래를 저의 카를라에게 바칩니다."
좀 진부한 멘트이기는 합니다만 노래는 여전히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강하게 전달됩니다. 천천히 클라이맥스에 오르는 노래가 아니라 노래의 시작에서부터 강하게 외치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서(In Ginocchio da Te)"라는 이 노래의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io voglio per me le tue carezze
si' io t'amo piu' della mia vita
ritornero' in ginocchio da te
l'altra non e' non e' niente per me
ora lo so ho sbagliato con te
ritornero' in ginocchio da te
네가 나를 쓰다듬어 주었으면 좋겠어.
그래, 나는 너를 내 목숨보다도 더 사랑해
무릎을 꿇고 너에게로 돌아갈 거야.
다른 여자는 내게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나는 너에게 잘못했다는 것을 알아.
무릎을 꿇고 너에게로 돌아갈 거야.
e bacero' le tue mani amor
negli occhi tuoi
che hanno pianto per me
io cerchero' il perdono da te
e bacero' le tue mani amor
그리고, 내 사랑, 너의 두 손에 키스할 거야.
나로 인해 눈물을 흘렸던 너의 두 눈 속에서
너의 용서를 구할 거야.
그리고, 내 사랑, 너의 두 손에 키스할 거야.
io voglio per me le tue carezze
si' io t'amo piu' della mia vita
io cerchero' il perdono da te
e bacero' le tue mani amor
네가 나를 쓰다듬어 주었으면 좋겠어.
그래, 나는 너를 내 목숨보다도 더 사랑해
너의 용서를 구할 거야.
그리고, 내 사랑, 너의 두 손에 키스할 거야.
ritornero' in ginocchio da te
l'altra non e' non e' niente per me
ora lo so ho sbagliato con te
ritornero' in ginocchio da te
si' io t'amo piu' della mia vita
io voglio per me le tue carezze
oh si' io t'amo piu' della mia vita
무릎을 꿇고 너에게로 돌아갈 거야.
다른 여자는 내게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나는 너에게 잘못했다는 것을 알아.
무릎을 꿇고 너에게로 돌아갈 거야.
그래, 나는 너를 내 목숨보다도 더 사랑해
네가 나를 쓰다듬어 주었으면 좋겠어.
그래, 나는 너를 내 목숨보다도 더 사랑해.
사랑하는 여인에게 아마 큰 잘 못을 했나 봅니다. 그리고 그 잘못을 뉘우치고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돌아간다는 내용인데 영화의 장면으로 보아서는 그녀도 용서를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잔니 모란디가 가수로 데뷔를 한 것이 18 살이었고 이 노래를 발표할 무렵 그는 스무 살이었습니다. 그 이후 그는 결혼과 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군입대 등의 여러 가지 인생사를 겪으면서 6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기도 하지만 과거 그의 히트곡들도 여전히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아래의 장면은 1999년 한 텔레비전 쇼에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여성 로커인 쟌나 난니니(Gianna Nannini)와 듀엣으로 부르는 같은 노래입니다. 새로운 편곡 탓이기도 하겠지만 요즘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멋진 노래입니다. 더구나 박력 있는 쟌나 난니니의 목소리는 열정적인 이 노래의 멜로디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SZx1sTF4TU&t=4s
잔니 모란디는 1944년 생으로서 이제 우리 나이로는 여든이 넘었습니다. 반세기 이상 활동하고 있는 잔니 모란디의 음악을 들으며 우리에게도 저와 같은 연륜이 쌓인 음악인들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젊은 가수들의 생기 있는 목소리와 새로운 음악들도 좋습니다만 오랫 기간의 경험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쌓여있는 나이 든 가수들의 노래는 젊은 가수들의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그 무엇인가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다가오겠지요. 그 가수의 음악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일 수도 있고 세상살이의 연륜이 쌓이고 음악에서 그것을 표현해 내는 그 가수들의 인생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 그리고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그런 음악을 하는 음악인들이겠지요.
지난 2020년 코로나가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로 퍼지고 있을 때 이탈리아 중부의 도시 아씨시에서 열린 관객이 없는 콘서트에서 잔니 모란디가 부르는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소개합니다. 여든에 가까운 가수가 60년 전 자신이 불렀던 노래를 여전히 열정적으로 부르고 있고 그것을 사람들이 여전히 즐기고 있다는 사설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z2GaUfYdz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