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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cide Mio Jun 21. 2024

친절한 거인

Over the Rainbow

1939년에 만들어진 오즈의 마법사 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도로시 역할을 한 주디 갈란드의 목소리를 통해 알려진 Over the Rainbow 란 노래는 참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면 저는 다른 형용사들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저 아름답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PSZxmZmBfnU

영화를 통해 소개된 이후 수많은 가수와 음악가들이 아직까지도 이 노래를 부르고 또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음악인이 연주하고 노래는 것을 들어도 이것이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지요. 그런데 21세기로 넘어 오면서 그 동안 들었던 감미롭고 애절한 Over the Rainbow 의 원곡과는 조금 다른 음악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쾌하고 가벼운 리듬으로 허스키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는 이 노래가 여러 경로를 통해 퍼져 나갔습니다. 원곡과는 가사도 조금 다르고 음정도 달라진 것 같은데 여전히 아름다운 이 음악이 각 종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의 배경 음악으로 쓰이면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의 귀를 찾아갔지요. 그래서 이제는 주디 갈란드의 원곡 보다 이 노래가 더 잘 알려져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겁니다. 이 노래만 들어 본 사람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의 노래를 한 번 들어 보시면 아마 "아! 이 노래" 하실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ZFkXQKCuBc

음악의 시작 부분에서 사용된 기타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작은 악기는 하와이 음악에서 많이 쓰이는 우쿨렐레 라는 악기이고 허스키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이스라엘 카마카비보올레(Israel Kamakawiwoʻole)라는 발음하기 힘든 이름을 가진 하와이 출신의 음악인입니다. 이름이 길고 발음하기 힘들다보니 이즈(Iz) 라는 애칭으로 불렸지요.


이즈는 1959년 호놀룰루에서 태어났는데 형의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서 우쿨렐레를 들고 처음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그의 목소리가 퍼지는 순간 파티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든 것을 멈추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전해집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이미 10대 말부터 자신들의 그룹을 만들어 하와이에서 활동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와이에서는 유명해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하와이 섬 밖으로 알리게 된 것은 1993년에 발매된 앨범 솔로 앨범 “Facing Future” 였는데 이 앨범을 통해 빌보드 차트에도 진입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이 앨범을 통해 이즈의 음악이 소개되면서 하와이의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에 수록된 곡 중 하나가 Over the Rainbow 였습니다. 


앨범에서는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What a Wonderful World 와 Over the Rainbow 가 연결된 메들리로 수록이 되어 있는데 두 노래가 마치 하나의 노래처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두 노래 모두에서 무지개가 등장하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U-Ooxpz0Eqk


그런데 이 앨범에 수록된 Over the Rainbow 는 실제로는 1993년이 아니라 5년 전인 1988 년에 이미 녹음된 음악이라고 합니다. 1988년 녹음 엔지니어였던 밀란 베르토사는 하루 일을 마치던 새벽 3시경에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누가 음악을 녹음하고 싶어하는데 도와 달라는 것이었지요. 그러면서 그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이즈였다고 합니다. 친절하고 부드럽게, 하지만 끈질기게 부탁하는 그를 거절하지 못 하고 15분 내로 녹음실로 오라고 했는데 거구의 이즈가 15분 만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녹음 준비를 마치자마자 이즈는 우쿨렐레를 들고 Over the Rainbow를 연습도 없이 불렀고 그 한 번으로 녹음이 끝이 났다고 합니다. 녹음을 마치고 밀란 베르토사는 그 테잎의 복사본을 이즈에게 건내주었고 원본은 캐비넷에 보관을 하고는 잊어 버렸습니다. 5년이 지나 하와이의 대표적인 레코딩 회사에서 이즈의 첫 개인 앨범을 맡아 녹음하고 있던 밀란 베르토사는 거의 완성된 앨범에 뭔가 더 넣을 것을 찾다가 5년 전에 녹음한 Over the Rainbow 를 기억해 내고 결국 그것이 앨범에 포함이 되었지요. 그리고 나서 서서히 전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즈의 음악이 미국 본토에 알려지면서 우쿨렐레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또 본토를 방문해서 순회공연을 하는 하와이 음악 연주자들에게는 이즈의 음악을 연주해 달라는 신청이 쇄도했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음악을 공연하고 싶던 그 연주자들에게는 난처한 주문이었겠지요. 이즈가 부르는 노래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즈는 이즈의 스타일이 있고 자신들은 자신들의 스타일이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와이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그러한 난처함을 극복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의도했건 아니건 하와이 음악을 외부로 알리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즈는 하와이에서 영향력 있는 음악인으로 활동하면서 하와이의 독립과 하와이인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노래를 통해서 하와이의 전통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하와이의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음악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었던 거지요.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에 상관없이 모두 동등한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그의 말은 여러 인종들이 모여사는 하와이 출신이었기에 더욱더 절실하게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에 그가 부르는 마우이 메들리(Maui Medley)라는 곡을 소개해 봅니다.해변가에서 음악을 듣고 고개를 흔들며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듣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평화롭게 해 주는 음악의 힘을 느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u-fRUzxVs4


위의 화면에서 보셨겠지만 이즈는 보통 사람들 보다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키가 187 센티를 넘었지만 300 킬로그램이 넘는 몸무게 때문에 여러 가지 병을 앓고 있었지요. 하지만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한은 음악을 멈추지 않았고 또 하와이를 찾는 다른 음악인들의 공연에도 늘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콘서트에 찾아가서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덩치 때문에 그가 앉을 만한 자리가 없어 늘 이즈를 위한 특별석을 무대 뒤에 마련했다고 합니다. 아마 그런 관심이 있었기에 이즈는  전통 하와이 음악만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Over the Rainbow 같은 노래도 불렀던 것이 겠지요. 하지만 동시에 관광객 용으로 만들어지던 흥미용 훌라 음악이 아니라 하와이의 전통에 더 가까운 하와이 음악을 만들고 소개한 것도 이즈였습니다. 


남다른 체구을 가진 그였기에 건강 문제는 언제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와 비슷한 몸을 가졌던 형이 일찍 세상을 떠났고 가족들도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이즈는 가족들이 세상을 떠날 때는 그들 때문에 정말 두려웠지만 실제 자신도 일찍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모두 일시적인 것으로 하나의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하와와인들은 삶과 그 이후의 세상을 언제나 동시에 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죽거든 울지 마세요. 대신 우리가 축구하고 놀던 그 곳에 작은 나무나 한 그루 심어주면 좋겠네요. 작은 놈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나 중에는 (나는) 아주 큰 놈으로 자라나겠지요.” 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고 하는군요. 


결국 과체중으로 인한 호흡기 문제로 이즈는 채 마흔이 되기 전인 1997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던 날 하와이 주정부에서는 조기를 걸어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하와이 주 정부 청사에 마련된 영결식장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고 합니다. 화장한 그의 유해는 수많은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태평양에 뿌려졌다고 하는데 처음 소개드린 영상에서 마지막에 보이는 장면이 바로 그 장면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 후에도 이즈와 그의 음악은 더욱더 많은 사랑을 받았고 죽은 후에 나온 앨범이 다시 빌보드 차트에 오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즈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이즈와 같은 예술가가 한국에서 활동을 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음악인들이 나와서 자신의 앨범에 실린 음악 보다는 의상과 화장의 컨셉을 이야기하고 그 음악이 주는 감동보다는 그 음악인의 겉모습에 더 관심이 있어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즈와 같은 음악인이 한국에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래도 좋은 음악에 감동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이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위안을 찾아 봅니다.  


이즈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시원한 해변가에 앉아서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을 맞는 느낌이 듭니다. 사람을 즐겁게 만들지만 적당하게 기분을 좋게 해주면서 동시에 또 마음을 가라앉히는 이런 음악들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지요.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지친 분들께는 이즈의 음악을 권해드립니다. 잠시 나마 덥고 답답한 일상을 잊고 푸른 바다와 그곳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생각해 보시면 더운 여름을 살아가시는데 좀 힘이 나지 않을까요?  아래에는 마지막으로 이즈의 노래 "White Sandy Beach" 를 소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oRpWEE-E0Q


*이즈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웹 싸이트들을 한 번 살펴보십시오.


- “Beyond the Rainbow” The Legacy of IZ Documentary. 25 Years of “Facing Future,” 2018. https://www.youtube.com/watch?v=4YRvGXyOAL4.


- Hawai’i Public Radio. “Israel Kamakawiwo’ole’s Famous Medley Added to National Recording Registry,” May 20, 2021. https://www.hawaiipublicradio.org/local-news/2021-05-20/israel-kamakawiwooles-famous-medley-added-to-national-recording-registry.


- Montagne, Renee. “Israel Kamakawiwo’ole: The Voice Of Hawaii.” NPR, March 9, 2011. https://www.npr.org/2010/12/06/131812500/israel-kamakawiwo-ole-the-voice-of-hawaii.


- “The Official Site of Israel IZ Kamakawiwo`ole – This Is the Place for Everything ‘IZ’ Music, Stories, Videos.” Accessed June 19, 2024. https://izhawai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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