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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cide Mio Oct 16. 2024

차디찬 마음

Hank Williams - Cold Cold Heart

컨트리(Country)라는 장르로 불리는 미국의 대중음악 형식이 있습니다. 미국의 남부 지역과 아팔래치아 산맥 등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음악은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팬이 있었지요. 예전에 서수남, 하청일 두 분이 미국의 컨트리 음악들을 번안해서 부르기도 하셨고 7,80년대를 거치며 쟈니 캐시나 케니 로저스 그리고 돌리 파튼 등 일부 컨트리 가수들이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리라 믿습니다만 요즘은 힙합이나 기타 다른 장르의 음악에 많이 가려져 있는 것 같더군요. 사실 학교에서 만나는 젊은 미국 학생들 가운데에도 컨트리 음악이 나이 든 노인들이나 좋아하는 음악이라며 싫어하는 이들도 있더군요. 한동안 한국에서 트로트 음악이 젊은 사람들에게 주던 주던 그런 이미지와 흡사하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컨트리 음악 속에는 미국의 옛날 모습, 도시화되기 이전 미국의 시골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흥겹게 같이 어울려 춤출수 있는 그런 음악들도 있지만  슬픈 사랑의 이야기나 실패한 인생의 한탄과 같은 애잔한 분위기의 노래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컨트리 음악들을 듣는 이유는 아마도 어린 시절 처음 접한 이른바 "팝송" 이 나중에 알고 보니 컨트리 음악이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미국의 대중 매체에서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소개되고 있지만 컨트리 음악이 하나의 장르로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1940년대 무렵에는 남부의 촌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생각되었었지요. 그래서 전국적으로 음악이 알려지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활동한 한 명의 음악인을 통해 이런 지역적인 한계가 극복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 싶은 행크 윌리암스(Hank Williams)라는 가수 겸 작곡가가 바로 그 사람인데요. 앨라배마 주의 시골에서 태어난 행크 윌리암스는 십 대 초반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십 대 후반이 되어서는 어머니를 매니저로 해서 미국 남부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역에서는 가장 사랑받던 가수가 되었습니다.


행크 윌리엄스가 발표한 노래들 중에는 잠발라야, You Cheating Heart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노래가 많이 있습니다. 팝 음악을 처음 접했던 1980년대 초반의 어느 날 행크 윌리엄스의 음악을 우연히 듣고 있는데 저의 부모님께서 그 음악을 기억하시더군요. 20년 전에 유행했던 음악이라시며 말입니다. 그러니까 1960년대에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던 사람이니 대충 그 사람이 활동했던 연대가 짐작이 가시지요?


그런데 행크 윌리엄스가 1951년에 발표한 한 곡의 노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노래를 통해 컨트리 음악이라는 장르와 행크 윌리엄스의 이름이 미국 사회 전반에 알려지게 되었지요. 그 노래를 계기로 컨트리 음악은 남부의 촌사람들이 기타와 바이올린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소박한 음악에서 전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1952년에 행크 윌리엄스가 부르는 이 노래를 들어 보시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yCQraOX4Bw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컨트리 가수의 모습입니다. 남부 억양의 영어로 노래를 소개하는 행크 윌리엄스도 그러하지만 기타와 바이올린 그리고 스틸 기타라 불리는 컨트리 음악 특유의 악기 소리가 전형적인 컨트리 음악의 소리를 들려줍니다. 


이 노래 역시 슬픈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마치 대화를 하듯 풀어놓는 가사는 아주 간단하고 직설적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잘 전하고 있지요. 이 노래의 이야기는 대충 이러합니다. 


"내가 꿈꾸던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고 했지만 당신은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마치 어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상처를 주기 위한 행동이라 생각하지. 과거의 사랑으로부터 받은 아픈 기억 때문에 내 사랑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나는 내가 하지도 않은 행동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어. 내가 가까이 가려하면 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의심을 씻어내고 당신의 차디찬 마음을 녹일 수 있을까요? "


이 노래의 가사는 행크 윌리암스가 자신의 첫 부인인 오드리 셰퍼드(Audrey Sheppard)에 대해 노래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당시 행크는 첫 결혼이었고 오드리는 두 번째 결혼이었지요. 혹시 이런 사랑을 경험해 보신 분들이라면 가사의 의미를 더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I tried so hard my dear to show that you're my every dream.
Yet you're afraid each thing I do is just some evil scheme
A memory from your lonesome past keeps us so far apart
Why can't I free your doubtful mind and melt your cold cold heart.


Another love before my time made your heart sad and blue
And so my heart is paying now for things I didn't do
In anger, unkind words are said that make the teardrops start
Why can't I free your doubtful mind, and melt your cold cold heart.


You'll never know how much it hurts to see you sat and cry
You know you need and want my love yet you're afraid to try
Why do you run and hide from life? To try it just ain't smart
Why can't I free your doubtful mind and melt your cold cold heart.


There was a time when I believed that you belonged to me
But now I know your heart is shackled to a memory
The more I learn to care for you, the more we drift apart
Why can't I free your doubtful mind and melt your cold cold heart.


그런데 이 음악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또 다른 한 명의 걸출한 가수가 있습니다. 지난해에 아흔이 넘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토니 베넷(Tony Bennet)이 그 사람인데요. 토니 베넷 역시 그 무렵 막 음악계에 데뷔해서 서서히 인기를 얻어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토니 베넷의 음반을 제작하던 미치 밀러가 행크 윌리엄스의 이 노래를 듣고 단번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음악을 새롭게 편곡해서 토니 베넷에게 부르게 했습니다. 


그런데 토니 베넷은 사실 이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나무에 매달아도 겨우 부를까 말까 하다면서 반대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뉴욕 시티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도시적인 재즈 음악을 부르는데  행크 윌리암스의 "촌스러운" 음악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미치 밀러의 끈질긴 설득에 굴복했고 새로이 편곡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추어 이 노래를 녹음했습니다. 그리고 이 음악은 전설이 되었습니다. 토니 베넷도 그렇게 녹음한 노래를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토니 베넷이 불렀던 그 노래는 당시 빌보드 차트에서 오랫동안 1위에 올라 있었던 것은 물론 아직까지도 토니 베넷의 대표적인 노래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에 한 텔레비전 쇼에 나와서 이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하며 부르는 토니 베넷의 노래를 들어 보십시오. 행크 윌리엄즈의 컨트리 음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음악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ERZo2wnaCY

행크 윌리엄스의 노래가 마치 "내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정말 답답하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느냐"라고 한탄하는 노래 같습니다만 나이 든 토니 베넷의 노래는 자신의 답답함 보다는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를 더욱 측은하고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젊은 시절 토니 베넷이 부른 노래는 또 다르게 들립니다. 


토니 베넷이 이 노래를 발표한 후 행크 윌리엄즈가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서 "왜 내 노래를 망쳐놓았느냐?"며 따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물론 행크의 농담이었다고 하는군요. 실제 행크 윌리엄즈는 공연을 다니며 레스토랑에 들렀다가 주크 박스가 있으면 반드시 자신의 노래와 함께 토니 베넷의 노래를 틀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지그시 눈을 감고 토니 베넷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노래를 발표하고 2년 후 행크 윌리엄즈는 29세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던 그였지만 십 대 후반부터 술을 가까이해서 자주 술에 취한 채로 무대에 서기도 했고 그것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술뿐만 아니라 모르핀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했던 것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까지 이끌었지요. 


하지만 그가 죽은 이후에도 그가 만든 음악들은 여러 가수들에 의해서 계속해서 불렸고 그의 이름은 컨트리 음악을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은 아들과 손자까지 삼 대에 걸쳐 컨트리 음악인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는 행크 윌리엄즈의 아들인 행크 윌리엄즈 주니어가 부르는 같은 노래입니다.  아버지의 모습과 노래가 연상이 되면서도 조금은 현대적인 아들의 목소리가 인상 깊습니다. 물론 이 영상도 오래전 70년대쯤으로 보입니다만. 

https://www.youtube.com/watch?v=bJYNqfQnCt0

행크 윌리엄스의 이 노래는 아직까지도 여러 가수들에 의해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데요. 재즈 싱어인 노라 존스(Norah Jones)가 부르는 Cold Cold Heart를 아래에 연결합니다. 노라 존스는 비틀스에 영향을 끼친 인도의 시타 연주자인 라비 상카르의 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가수였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G6JOXHfet40

피아노와 베이스를 주로 한 아주 단순한 편곡이지만 정말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지요. 어쩌면 최근의 음악팬들은 노라 존스가 부르는 이 노래를 더 좋아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남부 시골의 순진한 시골 청년이 부르는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뉴욕 아가씨의 도시적인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면서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노라 존스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툭툭 내던지는 노래 가사가 마치 "내 마음을 몰라주면 네 손해지 뭐, 나는 답답할 것 없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께는 누구의 노래가 더 와닿습니까? 


아래에는 이 노래를 부른 여러 가수들의 클립을 모아서 플레이 리스트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NOD4qcWqmAv8xmTGo8dBVxm8Q3UE2nEY&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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