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오 달라(Lucio Dalla)-다가올 한 해

by Alcide Mio

우리에게 카루소(Caruso)라는 명곡을 선물했던 이탈리아의 싱어송라이터 루치오 달라(Lucio Dalla)와 그의 노래 "l'Anno che Verra'(다가올 한 해)"는 12월의 끝자락마다 이탈리아에서 불려지는 노래일 겁니다.


노래의 가사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친구여, 잠시나마 시름을 잊어보려 펜을 드네. 자네가 멀리 있으니, 더 큰 목소리로 적어 내려가겠네." 편지는 저물어가는 한 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상황은 좋지 않고, 주말 저녁인데도 사람들은 바깥출입을 꺼립니다. 창가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두는 이들도 있고요. 분명 이 가사는 노래가 발표된 1978년과 1979년의 이탈리아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폭력 사태와 좌우익 테러리즘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교황 바오로 6세의 선종과 요한 바오로 1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노래는 다가올 새해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루치오 달라는 특유의 유머와 과장 섞인 어조로 이렇게 말하죠. "크리스마스가 세 번이나 찾아올 것이고, 일 년 내내 먹을 것이 넘쳐날 걸세. 누구나 원하는 방식대로 사랑할 수 있고, 신부님조차도 일정 나이가 지나면 결혼할 수 있게 될 거야."


하지만 제게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노래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달라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다가올 한 해는 또 다른 한 해가 지나면 흘러갈 걸세. 그리고 나는 그것을 준비하고 있네. 그게 바로 내가 전할 소식이라네."

https://youtu.be/MinuPFuX8hc?si=UfbmmXCFsX-6BWh7

*위에 링크한 동영상은 루치오 달라가 죽기 전 마지막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콘서트는 자신이 태어난 도시인 볼로냐에서 열렸었지요.


우리의 삶과 시간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든 상관없이 시간은 그저 흘러갑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사실을 온전히 이해하면서, 계속 살아가고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한국의 상황은 그래도 희망적이었지만 미국에 사는 많은 이들에게 2025년은 힘겨운 한 해였습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저를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정신을 붙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뉴스를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나쁜 소식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지는 저로서는, 그 고통의 한가운데 있는 분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 해는 지났고, 또 다른 한 해가 다가와 곧 지나갈 것입니다. 이 변함없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는 여전히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정말, 정말 행복한 2026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래에는 2025년 볼로냐 팀의 이탈리아 컵 경기가 끝난 후 승리한 볼로냐 팬들이 루치오 달라의 이 노래를 축구장에서 부르는 장면입니다. 몇 만 명의 관중이 함께 부르는 이 노래에서 볼로냐와 그곳의 축구팀 그리고 그 도시가 낳은 음악인에 대한 사랑과 자랑스러움이 느껴집니다.

https://youtu.be/tzQMsrWLfpM?si=WHDNJI1LAHXrY9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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