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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Apr 09. 2021

巨與시대, 착각과 오만을 경계하라

총선 돌아보기

*이 글은 필자 개인 블로그에 게시했던 2020.04.17자 논평 연습입니다. 오탈자 수정 및 보완을 거쳐 재게시합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등에 업고 국회 300석 중 152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초 47석의 중소형 정당으로 출발했던 열린우리당이었지만, 후일 소위 '탄돌이'로 불리게 된 108명의 초선 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할 정도로 그해 총선에서의 기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난 몸집은 열린우리당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정치와 의정활동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얼떨결에 여의도에 발을 들인 108명의 초선 의원들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108 번뇌'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이에 더해 원내 과반을 차지했다는 환희에 심취한 나머지 정부의 숙원 업이었던 '4대 개혁 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하고야 말았다. 이는 야당의 반발과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고 이후 개혁 법안 처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정부 말기의 레임덕과 당내 갈등으로 곤두박질치는 여론을 감당하지 못하고 2007년 탈당 러시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87년 민주화 이후 최대 승리'라는 쾌거로 막을 내렸다. 국회 정원의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하며 야당과의 협의 없이도 모든 법안을 마음껏 처리할 수 있는 거물이 되었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이라는 최초의 대기록을 달성했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주류가 진보 진영으로 교체되었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정도의 성공을 맛본다면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이성이 마비되기 마련이다.

더불어시민당의 우희종 대표는 곧장 '국보법 철폐'와 '윤석열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으니까 마음껏 칼춤을 춰도 된다는 착각에 빠져 슬그머니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투표용지의 붉은 도장이 마르기도 전에 이런 주장이 나온다니 앞날이 걱정이다.


국민이 여당에 180석을 쥐여준 것은 정부 여당의 '위대한 업적'에 감동해서가 아니다.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며 초토화된 대한민국을 정상화해달라는 염원이었으며,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지리멸렬한 야당에 대한 반발심이었다. 최선의 선택지가 없으니 차악에 표가 몰렸다고 해석해야 합당하다. 그것이 승자의 겸손이고 위정자의 덕목이다.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원내 180석 석권이라는 오만에 빠져 열린우리당의 패착을 반복해서는 된다는 어른의 따끔한 회초리다.


올해 3월 일시 휴직자는 전년 동월 대비 12만 명이 증가한 161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회를 열고 칼춤을 추며 승자의 여유를 즐길 때가 아니란 말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벼랑 끝까지 내몰린 경제가 당장이라도 무너지려 하고 있다. 국보법을 폐지하든 독자적 개헌안을 밀어붙이든 윤석열 검찰총장을 끌어내리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활 기도를 올리든 말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선거의 환상은 끝이 났고 남은 건 현실이다. 선거로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고 코로나 19에 신음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하루 바삐 벌 벗고 나서야 한다. 강력해진 권력은 그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바라보고 현명하고 겸손한 정치를 펼쳐주길 기대한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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