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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Aug 17. 2022

[월말정산] 말로 보는 정치 이슈  
(7월)

박지현 vs 이재명...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월말정산]은 매월 세간의 이목을 끈 주요 '말말말'을 모아 정치 이슈를 소개합니다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이후 한 달만에 빛을 본 박 전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사뭇 새로웠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입고 있느라 짓눌려 있던 그였으나 중책을 벗어던지자 언행이 한결 편해진 듯했다.


■ '불꽃' 같은 그의 반란...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새끼'였다.


민주당은 3월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2030 세대 여성 표심을 결집하기 위해 만 25세의 박 전 위원장을 전격 영입했다. 파격적으로 어린 나이에 유달리 내세울 업적조차 없었던 그를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중책에 기용한 것을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 '청년 팔이'라거나 '페미니즘 장사'라는 등 거센 비판이 일었다.


당시만 해도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혁신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고, 민주당의 권세를 쥐어흔들고 있는 586 세대가 정치적 야욕을 실행하기 위해 "말 잘 듣는 20대 여자애"를 허수아비로 세워겠거니 냉소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는 세간의 생각과 달리 귀여운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새끼'였다.


◎7월 1일

박지현 "뒤에 누가 있다? 청년 정치에 대한 모독... 어리면 배후 있을 것이란 생각은 꼰대식 사고"

박지현 "꼼수 탈당 민형배 복당 촉구? 편법으로 선거 패배... 책임과 반성 찾아볼 수 없어"



한때 민주당의 수장이었던 그는 당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검수완박' 법안의 날치기 패스를 위해 '위장 탈당'이라는 추악한 짓을 감행하였던 민형배 의원이 복당을 시도하자 "책임과 반성을 찾아볼 수 없다"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한 그의 행보에 당 안팎에서는 '뒷배'가 있다는 식의 루머가 흘러나왔다. 젊은 청년이 직언을 하고자 하면 '스폰서'가 있다거나 '싸가지론'을 들먹이며 공격하는 행태였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굴하지 않았다. 그는 당내 유력자인 이재명 의원에게 칼을 겨눴다. 정말이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아무리 이 의원이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뒤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는커녕 '방탄복'을 입기 위해 당을 죽이고 스스로만 살아남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막강한 힘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7월 5일

박지현 "이재명, 최강국 성희롱 발언, 징계 절차 미루도록 종용했다"

박지현 "이재명, 옳은 일 밀고 나가는 분이라 생각... 선거 거치며 제 입 막는 모습으로 변해"


박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 전에 벌어진 최강욱 의원의 이른바 '짤짤이' 성희롱 사건을 둘러싸고 이재명 의원이 사건을 '묻어놓을 것'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소위 '인권변호사'를 참칭하는 이 의원이 선거 승리를 위해 물불 가릴 것 없이 성희롱 사건마저 입막음하기에 바빴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이재명 의원의 겉과 속이 다름을 폭로하는 박 위원장의 행보에 이 의원의 강성 팬덤이 들고 일어섰다. '개딸' 혹은 '양아들'로 불리는 맹목적 광신도들은 박 전 위원장의 신상정보를 탈탈 털기 시작했고 그의 자택을 찾아가 비난 방송을 퍼붓기도 했다.


◎7월 8일

정춘숙 "여성 정치인에 대한 심각한 폭력 행위... 사생활 침해이자 스토킹에 해당"

이재명 "비난과 억압은 민주당의 언어가 아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신상 털기에 대한 당 차원의 조사에 나서겠다"라며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의 행동거지를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밝혔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문재인 대통령의 '양념'에 호되게 당해본 이재명 의원은 빠르게 반응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하고 억압하는 것은 이재명과 동지들의 방식이 아니다"라며 박지현 전 위원장을 향한 무차별 공격에 우려를 표했다. 


◎7월 15일

박지현 "민주당, 위선과 내로남불의 강 건너지 못해... 당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

박지현 "썩은 곳 도려내고 구멍 난 곳 메우겠다... 민주당 변하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

박지현 "민주당 몰락은 성범죄 때문... 무관용 원칙으로 신속 처리, 당에 성폭력 발붙이지 못하게"

박지현 "(이재명 출마) 당도 본인도 모두 상처받는다... 쉬는 것이 좋다"


애초에 박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출마하려면 권리당원으로서 권리행사 전 6개월간 당비를 납부할 것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뜬금없는 영입으로 정계에 입성한 박 전 위원장은 당비를 납부하지도 않았고 권리당원도 아니었고 진짜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은 본인이 비대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예외를 인정해달라 떼를 썼다.


◎7월 22일

박지현 "매주 회의에서 개무시 당했다... 이재명은 기회주의자"

박지현 "이재명, 국회의원 선거 당시 공천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박지현 "이재명으로부터 '계양을' 지역구 콜 해달라 압박 전화 있었다"

박지현 "자기가 부릴 수 있는 사람이라 나를 위원장에 앉혔는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 불만 표출"


진작에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을 두고 나 하나 살고자 송영길 의원의 지역구를 강제로 빼앗아 '방탄조끼'를 입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는데, 박 전 위원장의 폭로를 통해 이것이 모두 사실이었음이 밝혀졌다. 두려움에 감춰두었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아군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하물며 잔챙이도 아니고 정보접근의 최고 권한을 가지고 있던 비대위원장을 적으로 돌렸으니 후폭풍을 감내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흉흉한 소문이 무성하여 모두가 두려워하는 이재명 의원을 상대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쓴소리를 퍼붓는 박지현 전 위원장의 모습이 새삼 놀랍다. 젊은이의 패기는 두려움을 모르는가. 거악(巨惡)을 상대로 고군분투해왔던 그가 우리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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