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미국 시골마을이 배경인 레이 브래드버리가 쓴 <민들레 와인>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중앙로가 아닌 곳으로 뛰어갈 필요가 있으면 펀 할머니와 로버타 할머니의 현관문을 두드리고 소형 전기차에 배터리를 충전한 후 보도로 내려가면 돼.”(146) 뭐라고? 1920년대에 사람들이 전기차를 타고 다녔다고? SF 소설인가? 아니다. <민들레 와인>은 작가가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쓴 자전적 소설이다.
우리는 전기차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 개발된 미래형 자동차라 생각한다. 사실 전기차는 디젤이나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보다 먼저 고안되었다. 1832년경 스코틀랜드 사업가 버트 앤더슨은 전기마차를 발명하였으며, 1842년 영국에서는 실용적인 전기 자동차를 만들게 된다. 이후 전기차 전성시대가 열려 1900년대 미국에서만 3만 대가 넘는 전기차가 돌아다녔다. 1913년 토머스 에디슨도 전기차를 만들 정도였다. 그러다 1908년 컨베이어 벨트가 구축되고, 1930년대 텍사스에서 대량의 유전이 발견되며 원유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사람들은 가격이 저렴한 내연기관차에 관심을 돌리게 되고 전기차는 점차 사라지게 된다.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언제 생겨났을까? 자율주행차 역시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자율주행은 운전자 조작 없이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 기술을 의미한다. 1925년 미국 엔지니어인 프랜시스 후디나는 라디오 신호를 이용해 자동차를 원거리에서 조정하여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뉴욕 시내를 가로지르게 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다면 현대적 의미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어디일까? 뜬금없이 여기서 대한민국이 등장한다.
1993년 고려대 산업공학과 한민홍 교수님은 록스타 자동차를 개조하여 서울 시내를 17km 자율주행으로 운행하였다. 2년 뒤인 1995년에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주행 시범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 당시 영상을 찾아보면 운전석은 텅 비어 있고 그 뒤에 교수님과 기자 한 명이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걸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교수님께 ‘이런 미친 짓을 하는데 생명보험은 얼마를 걸고 하는 건지, 밖에서 이런 미친 짓을 하고 다니는 걸 아내도 알고 있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한국이 자율주행에 성공하자 세계의 자동차 시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독일 벤츠와 폭스바겐측이 기술을 배우러 한국에 찾아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기술투자에 관심이 없었기에 산업기술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거부한다. 자율주행 개발은 개인이 상용화시키기에는 너무 큰 규모였기에 한국의 자율주행기술은 따라서 중단되고 만다. 어쩌면 한국에서 일론 머스크가 나올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현재는 자동차 시장이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전기차로 바꾸기에는 가격이 비싸고 주행거리가 제한적이며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은 일제히 ‘테슬라 타도’를 외치며 자율주행 기술에 달려들고 있다. 전기차 부품은 약1만9천개로 내연기관차인 3만개보다 37%가 적어 만들기가 수월하다. 대신 반도체가 10배 이상 늘어나 소프트웨어 기술 비중이 커지기에 IT 기업도 도전할 만하다.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한 대당 평균 200~4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소니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려고 하는 것이다. 2020년 테슬라가 S&P 500에 편입된 당일 테슬라 주가는 오히려 6.5% 폭락했다. 그날 애플이 애플카 계획을 발표하여 잔치를 벌이려는 테슬라에게 찬물을 끼얹어 버린 것이다.
2020년 7월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글로벌 자동차 1위 기업인 토요타를 뛰어 넘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테슬라는 ‘단차가 기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품의 마감 상태가 좋지 않다. 또한 세상의 모든 차와 맞짱을 떠야 하는 상황이라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테슬라 위상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테슬라는 독보적인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운영체계(OS) 기술을 갖고 있다. 일반 차량 대시보드에는 수십 개의 장치들이 달려있지만 테슬라는 대시보드 중앙에 ECU(Electronic Control Unit)라는 17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전부이다. 이 스크린 안에서 서스펜션 선택, 음악과 내비게이션 제어, 인터넷 연결과 스마트폰 연동 등 모든 기능을 조정할 수 있다. 둘째 테슬라는 독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차가 스스로 움직이려면 실제 도로를 찍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배달의 민족’ 어플이 독일 기업 DH에 4조 7천억원에 팔릴 수 있었던 건 다른 기업보다 배달을 특히 잘해서가 아니라 축적되어 있는 고객 데이터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51억 마일에 해당하는 주행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구글 웨이모는 2천만 마일에 불과하다.
현재 자율주행차 선두 주자는 테슬라이고 그 뒤를 구글이 바짝 뒤쫓고 있다. 테슬라는 운행 중인 전기차 차량들이 도로 데이터를 보내주면 이를 딥러닝(자동 학습)으로 분석한다. 테슬라가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반면 구글 자율차는 차량 주변에 레이저 빔을 쏜 후 반사각과 거리를 토대로 입체 지도를 만들어 움직인다. 현재까지 개발된 모든 자율차 기술 수준은 2단계다. 3단계는 운전자가 운전에 거의 개입하지 않지만 비상시에는 제어를 해야 하기에 4단계가 되어야 완전자율주행차라 말할 수 있다. 3단계(조건부 자율주행)부터는 사고 발생시 책임을 운전자가 아닌 제조사에게 묻기 때문에 자동차 입장에서는 무작정 3단계를 진행하기에 부담이 있다. 자율 주행 자동차 시대가 시작되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초고속통신, 배터리 충전, 정교한 장애물 감지 센서, 위성과의 통신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또한 궁극의 친환경차라 불리는 수소 전기차는 움직일 때마다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놀라운 차이지만 자동차 회사들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대중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10년 뒤에는 어떤 차들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1982년에 만들었던 영화 ’블레이드 러너‘처럼 UAM(도심항공모빌리티)가 구축되어 자동차가 지상이나 지하가 아닌 도심 위를 날고 있는 세상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너무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 미국에서 열린 CES(세계가전 전시회)에서 UAM 기반 모빌리티에 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물론 현재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UAM은 자동차라기보다는 비행체와 가깝다. 현대차는 우버와 함께 개발한 모델 ‘S-A1'을 공개하였는데 이 비행체에는 조종사 포함 총 5명이 탑승 가능하다. 최대 100km를 비행할 수 있고 승객이 타고 내리는 짧은 시간 동안 초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었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항공교통관리 시스템도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이착륙시설을 갖춘 터미널도 필요하다. 하지만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하니 영화 속 미래 도시를 직접 마주할 날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