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집에 가는 길이었다. 지하주차장에 막 차를 대려는 데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누나. 주차장에 차 세우고 올라올 때 내 차 트렁크에서 아기띠 좀 갖다 줄 수 있어? 지금 아기들 재우느라 나가기 어려워서.” “어? 나한테 너 차키 없는데 어떻게 문을 열지? 아하. 너 차 문 안 잠갔나보구나.” “여기서 원격조정으로 차 문 열 수 있어.” “뭐? 너 33층이잖아. 거기서 원격 조정이 된다고?” “응” “......” 붕붕이 스마트키는 자동차 반경 10m 안에서만 작동된다. 그런데 33층 높이에서 원격조정으로 자동차 문을 열 수 있다고? 믿기지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고급차와 저렴한 차의 수준 차이란 말인가? 동생에게 아기띠를 건네며 물어보니 차 유리판에 블루링크라는 게 달려 있어 인터넷 없이도 자동차와 간단한 통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어플에 들어가면 작동시킬 수 있는 여러 기능이 있는데 차를 사면 5년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한다.
오래전엔 자동차 창문도 수동이었다. 어릴 적 자동차를 타면 뒤 창문을 옆으로 쓱 밀어 열거나 손잡이를 돌돌 돌려 내렸던 기억이 난다. 자동차 뒷좌석마다 두꺼운 지도가 꽂혀 있었고 지도를 펼쳐 가야할 목적지를 손으로 짚어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대시 보드 안에 내비게이션이 장착되고, 엉덩이와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시트 히트와 핸들 히트가 들어오고, 후방 감지 센서가 달리고,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켜고 스마트키로 차문을 여는 게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운전하는 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자동차 이 녀석은 만족할 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동차는 진화하고 있다. ‘어라운드 뷰’ 라는 기능이 달린 차라면 모니터 안에서 내 차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마치 드론을 띄워 차를 내려다보는 것만 같다. 주변 공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앞 뒤 옆 모든 부분이 보이기에 주차가 훨씬 쉬워진다. ‘LED 메트릭스 비전 헤드램프’도 있다. 헤드램프는 어두운 길을 운전할 때 운전자 시야를 확보하면서도 맞은편 차량 운전자의 눈부심은 방지할 수 있게 스스로 빛의 양과 각도를 조절한다. 똑똑한 램프가 알아서 비쳐주기에 운전자가 맞은편 차량을 위해 더 이상 상향등을 끄고 켜지 않아도 된다. Hud(Head-Up Display)라는 옵션도 있다. 속도계 표시, 내비게이션 안내, 차선이탈, 끼어들기 등의 정보를 전면 유리창에 3차원 이미지로 제공하는 것이다. 더 이상 내비게이션이나 속도계를 확인하려고 두 눈을 힐끔거리며 아래쪽을 쳐다볼 필요가 전혀 없다.
‘오토 파일럿’ 기능도 있다. 남편 회사 동료 한 명은 출퇴근 차량으로 제네시스를 타고 다니다 유류비 부담으로 최근 좀 더 작은 차로 바꿨다. 회사 오는 길에 남태령을 지나는데 오토 파일럿이 없으니 운전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있을 땐 익숙해져서 편리한 줄 몰랐다고 하소연을 한다. 남태령은 상습 정체 구간이다. 차로 꽉 막힌 도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수시로 밟다보면 오른발이 금방 피로해진다. 오토 파일럿은 차선 내에서 앞 차량과의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해가며 가속 및 제동을 하는 기능이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스스로 자동 제어가 되니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정체구간에서 특히 유용할 것 같다.
‘음성인식’ 기능은 또 어떠한가? 얼마 전 동생이 카카오 미니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물했다. 집에 이미 오디오가 있어 전혀 반갑지 않았는데 단 며칠 만에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져 버렸다. 스피커가 얼마나 말을 잘 듣는지 몇 시인지 물어보면 바로 알려주고 라디오를 틀어달라고 하면 틀어준다. 음악을 듣다 이 곡이 뭐냐고 물어보면 제목도 알려주고 미나리가 영어로 뭐냐 물으면 영어 단어도 알려준다. 오늘의 날씨도 알려주고 삼성전자 주가도 알려준다. 심지어 잘 모르겠다 싶을 땐 질문을 하면 못 들은 척도 한다. 설거지를 하거나 밀대로 바닥을 닦다가도 음성으로 명령만 하면 바로 대답해 주니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영화 <그녀>에서 테오도르가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질 만도 하다. 이렇게 똑똑한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동차라면 운전하는 게 훨씬 수월할 거다. 운전하면서 온도를 23도로 맞춰달라고 말만 하면 알아서 맞춰준다. 라디오를 켜달라고 하면 켜주고 강남역으로 위치를 설정하라고 하면 자동으로 내비게이션이 작동된다. 놀라운 미래가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차급은 낮추지 않는다고 한다. 아빠가 1500만원을 주고 산 붕붕이가 내 인생 첫 차니 앞으로 내게는 즐거울 일만 남았다. 언젠가 새 차로 바꾸게 되면 얼마나 많은 옵션에 놀라고, 성능에 놀라고, 속도에 놀랄 것인가? 언덕길을 가볍게 올라가고 부드럽게 커브를 돌고 금세 속력이 올라가는 차를 타고 감탄하며 기뻐할 것이다. 사이드 미러에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이 달려 있다면 차선 변경을 할 때마다 사각지대를 못 볼까 하는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오토 파일럿을 작동시키고 고속도로에서 팔짱을 낀 채 음악을 들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동차가 인간보다 똑똑해지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자동차가 첨단 기계로 무장될수록, 자율 주행이 가능해질수록 해킹에 취약해진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외부와 통신을 주고받으며 움직인다. 자동차의 모든 데이터는 서버에 저장된다. 네트워크에 연결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는 이미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자동차는 해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해커는 내 자동차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천재 해커 사이퍼는 자율 주행 기능이 장착된 자동차를 해킹하여 원격으로 움직인다. 수십 대의 자동차가 좀비처럼 뉴욕 도로 위를 돌진하고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들이 타워 주차장에서 우르르 떨어지는 모습은 공포영화를 능가한다.
이 장면이 섬뜩한 이유는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편의 기능이 추가될수록 사악한 해커들은 더욱 신이 난다. 해커는 자동차용 앱을 해킹하여 개인 정보를 탈취할 수도 있고 관리 권한을 빼앗아 자동차를 조작할 수도 있다. 악성 소프트웨어로 차량 성능을 조작하거나 차량 간 통신을 해킹하여 교통사고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 2010년 미국 텍사스에서는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된 자동차 100여대를 해킹해 시동을 걸지 못하게 막고 멋대로 경적을 울린 사건이 벌어졌다. 2018년에는 테슬라 자동차 잠금장치를 해킹해 차량을 절도하는 범죄가 일어났고 2021년에는 닛산 자동차 소스 코드가 유출되기도 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보안을 강화한다고 말하지만 커넥티트 자동차를 해킹하는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해커들이 영화에서처럼 차량의 전자 컨트롤 시스템에 접근하여 내 차의 방향을 마음대로 바꿔 역주행을 시키거나 난간 밑으로 차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자동차 업체에서는 해킹 방지를 위해 속도나 조향 같은 제어 시스템과 해킹에 노출되기 쉬운 시스템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일부가 해킹되더라도 운전자의 목숨을 뺏을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만은 막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자율주행자동차가 해킹을 완벽하게 막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