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카플라노 컴프레소로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신다. 작동법은 간단하다. 필터 바스켓에 원두가루를 담고 샤워 스크린을 씌운 후 챔버에 뜨거운 물을 붓고 피스톤 운전대를 꾹 눌러 에스프레소를 짜면 된다. 사용하다 보면 샤워스크린에 두르는 고무 패킹 부분이 늘어나거나 필터 바스켓이 약해져 부품을 바꿔줘야 할 시기가 온다.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지만 지체하지 않고 바꿔준다.
이전에는 ROK라는 기구로 커피를 내려 마셨다. 영국에서 만든 수동 에스프레소 기구인데 디자인이 워낙 예쁘고 작동법도 간단하여 유용하게 사용했다. 포타 필터에 원두 가루를 넣고 본체에 고정한다. 실린더를 장착한 후 뜨거운 물을 붓고 헐크 자세로 양쪽 손잡이를 힘껏 누르면 실린더가 내려가며 에스프레소가 추출된다. 어느 날 남편이 커피를 내리다 말고 비명을 질렀다. 남편이 양쪽 손잡이를 꾹 누르는 도중 실린더가 압력을 못 견디고 깨져 버린 것이다. 남편 목에 뜨거운 물이 튀며 살갗이 벗겨졌고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우리는 급히 택시를 타고 한림대병원 응급실로 갔고 남편은 일주일간 목 부위에 거즈를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며 고생을 해야 했다. 알고 보니 실린더 같은 플라스틱 부품은 약하기 때문에 1년에 한번 정도 교체해주는 게 좋다고 한다. 우리는 5년 넘게 사용하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부품들이 멀쩡한지 점검했어야 하는데 안일하게 생각하다 뜻밖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간단한 커피기구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데 하물며 3만여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는 오죽할까. 엔진 오일, 브레이크 오일, 냉각수, 각종 필터 등 소모품은 일정한 거리를 달리고 나면 꼭 교체해야 한다. 부품 중 교체 시기가 가장 빈번한 건 엔진오일이다. 엔진오일은 자동차 엔진 내부를 흐르며 쇠와 쇠를 부드럽게 맞닿게 해주는 혈액과도 같다. 자동차 심장인 엔진을 오랫동안 고장 없이 사용하려면 첫 시동을 걸 때에는 1분 정도 워밍업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엔진 오일이 부품을 충분히 적셔 주어야 쇠끼리 서로 부딪히며 손상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엔진 오일의 경우 5천~1만 킬로미터에 한 번씩 교환한다. 하지만 주행 거리 대부분을 서울 시내를 달리는 데 사용한다면 1만 킬로미터가 되기 전 오일을 교체하는 것이 좋다. 막히는 시내에서 달리지 못하고 가다 서다만 반복하면 오일의 성분 변질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오일은 4만 킬로미터 마다 교환하는 게 안전하다.
타이어는 자동차의 신발이다. 자동차 타이어는 4만 킬로미터 혹은 4년을 수명으로 친다. 두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면 바꿔 줘야 한다. 자동차도 새 신을 신고 달리고 싶어 한다. 낡은 신발을 신고 달리면 폴짝 뛰어오르다 자빠질 수 있다. 수명이 지난 타이어는 내부 고무 성분이 산화하여 제대로 노면을 잡아주지 못한다. 말랑말랑한 타이어도 오래 되면 점점 딱딱해져 어느 순간 더 이상 닳지도 않는다. 타이어가 마모되면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 저항이 급격히 떨어져 빗길에서 특히 위험할 수 있다. 타이어가 물 위에 떠 있는 수막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동차가 수상스키로 변신하는 걸 경험해 보고 싶다면 타이어를 오래오래 쓰면 된다.
운전을 해보니 울퉁불퉁한 노면이 생각보다 많다. 대충 보기에는 매끈한 도로 같은데 아스팔트가 움푹 패거나 깨져서 생긴 포트홀이 상당하다. 아스팔트 공사를 대충해 동그란 맨홀처럼 생긴 제수변(물 잠그는 수도꼭지)이 튀어나와 있는 경우도 있다. 타이어는 성치 않은 도로도 끄떡없이 달리는 편이지만 운이 나쁘면 날카로운 모서리에 타이어가 찢길 수도 있다. 도로 상태 부실로 타이어가 찢어질 경우 증거를 첨부하여 지자체에 보낸 후 매섭게 항의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운전을 막 시작했을 당시 창문을 열고 시내를 달리는 데 평소와는 다른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타이어에서 나는 소리였다. 바퀴는 잘 굴러가는데 드윽 드윽 하는 미세한 소리는 계속되었다. 한참을 달리다 정비소가 보이길래 차를 세운 후 바퀴가 터졌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엔지니어는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바퀴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공기압이 낮아져 그럴 수도 있다며 타이어 공기압을 맞춰 주었다.
감사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미묘한 소리는 여전했다. 그 상태로 며칠을 타고 다니다 부모님 댁에 갔을 때 바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했더니 차 정비를 맡길 테니 두고 가라고 하셨다. 정비소에서 차를 들어 올려 확인해보니 타이어 밑면에 압정이 박혀 있었다고 한다. 타이어는 압정이 박혀도 씩씩하게 달린다. 타이어 바닥면에 난 작은 구멍은 지렁이라 불리는 타이어 껌(seal strip)으로 때울 수 있다. 쫄깃쫄깃한 쫀드기처럼 맛있게 보이지만 질기기만 하고 맛은 없다. 타이어 옆면이 손상되었을 경우에는 무조건 타이어를 교체해야 한다.
튼튼하고 질긴 타이어는 페니실린처럼 우연히 발견되었다. 미국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던 찰스 굿이어는 1839년 실수로 난로 위에 올려놓은 천연고무덩어리와 황을 혼합한 물질을 태우게 된다. 원래 천연고무는 힘을 가해 늘리면 늘어나고 멈추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탄력성이 있다. 하지만 내구성은 약하기에 주위 온도에 따라 쉽게 변형이 된다. 굿이어는 숯처럼 까맣게 변한 이 고무 덩어리를 만져보고 탄성뿐 아니라 내구성도 증가했다는 걸 발견하게 된 것이다.
굿이어가 고무 타이어를 발명했다면 프랑스 엔지니어였던 미슐랭 형제는 타이어 혁명을 가져왔다. 미쉐린을 상징하는 비벤덤은 타이어를 쌓아올린 볼록볼록한 이미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다. 1889년 이들이 설립한 타이어 회사 미쉐린은 스틸 휠, 저압력 타이어, 트럭 타이어, 래디얼 타이어 등을 개발하며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현재 최고의 레스토랑 가이드로 꼽히는 ‘미슐랭 가이드’도 원래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여행 책자를 만들어 선물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자동차 산업이 막 시작되던 때였기에 자동차는 부유층만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쌌고 관리도 쉽지 않았다. 따라서 1900년에 미슐랭 형제가 만든 안내 책자에는 자동차 관리법, 정비소, 레스토랑, 호텔 등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타이어는 직접 도로와 맞닿으며 굴러가기에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사계절 변화가 뚜렷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타이어는 늘 피곤(tire)하다. 타오를 것 같은 아스팔트 위를 달려야 하고 얼어붙을 듯 추운 빙판길을 견뎌야 한다. 기온은 습해졌다 건조해지고 폭우가 쏟아졌다가 함박눈이 내리기도 한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한 번씩 휴게소에 들려 타이어 열을 식혀주는 게 좋다. 비포장도로를 조심하고 공기압을 항상 확인하자. 최전방에서 운전자의 생명을 지켜주는 타이어. 타이어는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