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외식 좀 합시다

by 유자와 모과

돈 쓰는 걸 아까워하는 항목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와 남편은 택시비를 아까워한다. 몇 년 전 하노이 여행을 갔다. 기본 택시비가 천원도 되지 않았지만 택시를 탈 수는 없었다. 뜨거운 태양빛을 받으며 걷고 또 걸었다. 탈진해 쓰러질 지경에 이르러서야 택시를 잡기로 합의했다(이런 게 무식한 거다). 엄마는 외식비를 아까워한다. 밖에서 밥을 사먹느니 차라리 굶고 말리라 하는 신념으로 한평생을 살아왔다.



엄마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다. 오빠 두 명은 일하느라 외지로 떠났기에 고등학생 때부터 혼자 살림을 꾸리고 학교를 다녔다. 아빠와 결혼했지만 가난한 건 여전했다. 결혼 한지 열흘 만에 쌀이 똑 떨어져 며칠을 굶었다니 말 다했지.


엄마는 나와 동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천 원 한 장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근검절약이 뼛속까지 몸에 배어 있는 엄마는 숨 좀 돌리며 살 게 된 지금도 밖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심기가 불편해진다. 엄마와 외식할 때는 김밥 한 줄이라도 일일이 가격을 말해줘야 한다. 엄마는 가격을 듣고 음식을 맛본 후 그 가치를 가늠한다. 엄마 입맛에 정확히 맞는 음식이라면 조금 비싸도 용납된다.



“이 정도는 받아야겠지.”


그렇지 않다면(대부분 여기에 속하는데) 엄마는 우리가 이렇게 사치를 부리면 안 된다며 속상해 한다(돈은 내가 내는데?)

엄마는 매번 진지하게 말한다.


“난 싼 게 제일 맛있어.”


엄마는 고흥에서 태어나 해산물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밖에서 밥을 먹어야 할 일이 생기면 비싼 낙지볶음은 졸지에 맛없는 음식이 되고 저렴한 야채김밥은 최고의 음식으로 탈바꿈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엄마가 식당에 들어가기라도 하니까. 많은 경우 엄마 선택은 ‘집에서 먹자’다. 만약 가족이 다 같이 멀리 여행을 가야 한다면? 엄마는 자신의 밥만 따로 챙긴다.


휴게소에서 우리가 우동이나 비빔밥을 사먹을 동안 엄마는 집에서 가져온 밥과 김치를 먹는다. 만약 누군가 부모님께 식사 대접을 하길 원한다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엄마는 집에 남고 손님과 아빠만 식사를 하러 나간다. 엄마는 다른 사람 돈도 자기 돈처럼 아낀다.



엄마가 외식을 끔찍이 싫어하는 건 돈을 아끼려는 마음도 크지만, 내가 보기에 근본적인 이유는 엄마에겐 모든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매일 김치와 된장국만 먹어도 만족하니 굳이 다른 걸 찾을 필요가 없다. 밥을 더 먹고 싶은데 밥통에 남은 밥이 없다면 튀밥을 된장국에 말아 먹는다. 동태국과 된장국이 애매하게 남았다면 섞어 먹는다. 엄마는 어떤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쉬어버린 음식도. 일 년 내내 한 가지 반찬만 먹어도 엄마는 행복하다. 아빠와 나는 엄마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만 봐도 흥이 난다.


“엄마, 진짜 비린내 안나? 진짜 상한 맛 안나? 진짜 그게 맛있어?”


안타깝게도 엄마와 같이 사는 아빠 입맛은 까다롭다. 아빠는 비린 것도 못 먹고, 질긴 것도 못 먹는다. 향이 강한 것도 못 먹고, 매운 것도 못 먹는다. 식초도 싫어하고, 고기도 싫어한다. 회도 싫어하고, 단것도 싫어한다. 온통 못 먹고 싫어하는 음식으로 무장한 아빠와 모든 걸 잘 먹고 좋아하는 엄마가 매일 세 끼 식사를 함께 하며 40년을 살아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빠는 내가 집에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내가 오면 가까운 야외로 나들이를 떠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밖에서 점심을 먹을 기회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전에 엄마 심기를 거슬리지 않도록 밑밥을 깔아놔야 한다. 아빠는 며칠 전부터 운을 띄운다.


“여보. 계속 집에만 있으니 좀 답답하네. 하림이 오면 나들이라도 갑시다.”


이제 내 차례다.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점심 먹으러 갈 식당은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기에 소(小) 자를 시켜 셋이 나눠 먹으면 된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후 2인분만 시켜도 눈치 주지 않는 집이라면 2인분만 시켜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어차피 아빠와 나는 소식가라 셋이 가도 2인 분이면 충분하다.


매번 운이 좋을 수는 없다. 사전 작업을 해 놓아도 나들이 가기로 한 당일에 엄마 마음이 바뀌어 집에서 밥을 먹고 출발하겠다고 선언하면 그걸로 끝이다. 항의해봤자 화만 더 키울 뿐이다. 엄마는 절대 군주다. 자칫하면 나들이까지 취소될 수 있다. 우리는 엄마 눈치를 보며 집에서 조용히 밥과 된장국을 먹는다. 엄마는 집에서 먹으니 돈도 아끼고 맛도 있고 얼마나 좋으냐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엄마랑 외식하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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