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방랑자 아빠 집돌이 엄마

by 유자와 모과

아빠는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처럼 살고 싶었다. 세상 모든 것에 관심 있던 아빠는 20대 때 예수를 믿고 회심 한 뒤 삶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세상을 향한 시선이 신에게로 옮겨진 거다. 하지만 호기심 많고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엄마는 엄격하고 정결한 수녀처럼 살고 싶었다. 세상 모든 일에 진지하고 최선을 다하던 엄마는 아빠를 만나 인생이 살짝 꼬였고 지루하지 않은?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정직을 추구하고 보수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아빠는 여행을 아주 좋아하고 엄마는 여행을 매우 싫어한다. 아빠는 어린 나와 동생을 데리고 계곡으로 물놀이를 다녔고 엄마는 살림을 한다며 두더지처럼 집안에만 머물렀다. 그때는 교회일과 집안일로 엄마가 해야 할 일이 많아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빠와 둘이 살고 있는 지금도 따개비처럼 집에만 딱 붙어 있는 엄마를 보면 진심으로 여행에 관심이 없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나와 동생은 방랑자 기질을 물려받았기에 아빠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보낸다.


아빠를 구제하기 위해 나는 가끔 엄마를 설득하여 당일치기 나들이(1박 여행은 어림도 없다)를 가기로 약속을 잡는다. 날짜가 확정되면 아빠는 매일 내게 문자를 보낸다.


‘언제 놀러 가기로 했지?’ ‘몇 시에 출발하니?’ ‘점심은 뭐 먹을까?’ ‘운동화를 신어야 할까?’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아빠는 신이 나고 마음이 들뜬다. 나는 아빠와 함께 여행 코스를 짜고 입고 갈 옷을 코디하고 맛집을 검색한다. 나들이를 앞둔 전날,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따르릉 따르릉. 불안하다.



“엄마, 컨디션은 어때? 준비는 다 했어?”

“얘. 아무래도 안 되겠다. 아빠가 좀 피곤해 보이네.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우리 다음에 갈까?”

“갑자기 왜? 아빠 아파? 무슨 일 있어?”

“그게 아니라, 아빠가 피곤한 것 같아서... 암튼 다음에 가면 좋겠다.”


엄마가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아빠는 멀쩡하다. 당사자는 쌩쌩한데 엄마는 무슨 근거로 아빠가 피곤할 거라고 추측하는 걸까? 아빠는 엄마에게 내일 가기로 하림이와 약속 했으니 즐겁게 다녀오자고 최후의 설득을 시작한다.


다음날 엄마는 이번 한번만 양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차에 오른다. 아빠는 설레어 밤새 뒤척였다. 밖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집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엄마를 굳이 데리고 가려는 이유는 뭘까? 한 가족이라서? 엄마만 두고 놀러가는 게 미안해서? 아니다. 그건 엄마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반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행이 시작되면 엄마는 창밖 풍경을 보며 감탄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새로운 풍경에 놀라워하고 다양한 음식을 맛보려 한다. 정작 나와 아빠는 무덤덤한데 엄마 혼자 흥이 나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다리가 아파 우리가 쉬고 있을 동안에도 엄마는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끝없이 말하고 웃고 주변을 관찰하는 엄마를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만족스러운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현관 문을 열며 말한다.


“아무리 좋은 구경을 해도 집이 최고다.”


그래. 그 말이 맞긴 하다. 엄마는 즉각 집돌이 모드로 전환한다.


“엄마가 나들이 가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왜?”

“집이 최고라는 걸 느끼고 싶어서 그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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