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얼굴에 난 게 뭐에요?

by 유자와 모과

교회 학생이 묻는다.


“선생님, 언제 태어났어요?”

“1982년에.”

“우와. 완전 할머니네.”

“넌 언제 태어났니?”

“2015년에요.”

“우와. 완전 아가네.”


윌 스미스가 주연으로 출연한 <알라딘>이라는 영화에서, 쟈스민 공주가 백성들의 환호를 받으며 거리를 행진하는 장면이 있다. 공주는 대중의 손을 잡아주며 미소 짓는다. 한 아저씨가 공주를 바라보며 넋이 나간 듯 웃는다. 옆에 있던 아줌마는 옆구리를 쿡 찌르며 “이 양반이”라고 핀잔을 준다.

영화를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여주인공에 나를 대입하며 보았는데, 처음으로 그 장면에서 아줌마와 나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슬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의 눈길을 끌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이 좋았다.


20년 전 막 대학생이 되었을 때 복학생 오빠들과 졸업반 언니들을 보며 너무 늙었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늙었는데 무슨 재미로 살지?’ 아이들 시각에서 보면 나는 그저 젊은 노인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늙는다는 건 상대적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육체는 약해지고, 그에 따른 기호도 변한다.


30대 초반까지도 겨울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얇은 재킷만 걸쳐도 추운 걸 몰랐다. 지금은 두툼한 기모바지를 입고 양말을 두 겹 신어도 찬바람이 피부 속을 파고든다. 예전에는 몸에 상처가 생겨도 금방 아물었다. 지금은 베개에 눌린 자국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는 막힘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제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저기, 그거 있잖아. 다섯 글자인데’ 하며 멈칫할 때가 있다. 20대 때는 사람이 붐비고 음악이 쿵쿵 울리는 식당을 즐겨 찾았다. 지금은 식탁 간격이 넓고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이 좋다.


부모님 댁에 놀러온 조카 하율이가 할아버지 무릎 위에서 놀다 갑자기 할아버지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근데 할아버지는 얼굴에 뭐가 많이 났어요. 까만 게 그게 뭐에요? 이상해요.”


당황한 아빠는 아무 대답도 못한다. ‘검버섯이야. 나이 들면 누구나 생길 수 있어.’ 나는 마음속으로 조카에게 알려준다. 그 뒤로 아빠는 운동할 때 반드시 모자를 쓴다. 예전에는 엄마가 아무리 잔소리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는데. 아빠는 몇 년 전부터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노인성 난청이다. 아빠를 불러도 대답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빠는 부인한다.


“귓구멍이 작아서 잘 안 들리는 것뿐이야. 음식 씹을 때마다 귀가 닫혔다 열렸다 해서 밥 먹을 때만 듣기 어려운 거야.”


사람 목소리는 500~2000 헤르츠 범위에 있다. 60세가 넘으면 높은 음을 인식하기 어려워진다.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면 된다. 하지만 내 목소리 톤은 높고 말은 빠르다 보니 아빠가 놓치는 문장들이 있다. 되묻지 않는 이상 아빠가 어떤 내용을 듣지 못했는지 알 길이 없다. 가끔 아빠를 작게 부르며 내 목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한다. 엄마는 후각이 둔해져 냄새를 잘 못 맡고 미각도 약해지고 있다. 혓바닥에 위치한, 맛을 느끼는 미뢰 수가 줄어들고 침 분비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짠맛에 대한 민감성이 저하된다. 부모님 식탁에 항상 소금과 간장 종지가 놓여 있는 이유이다.


부모의 신체적 노화를 지켜보며 나에게 닥칠 노화를 미리 상상해 본다.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야 하니 젊을 때부터 몸을 아껴 써야지. 오늘 내가 하는 행동이 장기적으로는 노후에 영향을 미친다. 청력이 시력만큼 소중하다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지금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도 잘 들리고 작은 소리에도 반응이 가능하다. 시끄러운 카페에서도 몇 시간이고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대학생 때는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끼고 돌아다녔다. 이제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큰 소음이 발생하는 환경에 귀를 노출시키지 않으려 조심한다.


어릴 때부터 치아가 튼튼하지 못하다면 치과 가는 걸 귀찮아하면 안 된다. 나도 치아가 약한 편이라 매년 치과를 방문하여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받는다. 치과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치료는 스케일링이지만 무섭다며 꺼려하는 사람도 많다(드르륵 소리가 공포스럽긴 하다). 그런 분은 유튜브에서 스케일링 도구로 핸드폰 액정이나 달걀 껍질을 박박 문지르는 영상을 꼭 찾아보길 권한다. 흠 하나 생기지 않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스케일링이 예전보다 덜 무서워진다. 나도 그렇게 극복했다.


잇몸이 약한 사람이나 50세가 넘었다면 스케일링을 받을 때 잇몸치료도 함께 받길 적극 권장한다. 2~3회 받으면 되는데 한 번에 만원에서 이만원 정도 내면 된다. 이가 정말 튼튼해진다. 치실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남편이 치실 사용하는 걸 보며 평생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작년에 치과에서 거액을 치료비로 날린 후 마음을 바꾸었다. 사용한지 일주일 만에 치실을 칭찬하는 사람이 되었다.


노화는 육체적 젊음을 가져가는 대신 정신적 자유를 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연령대에 맞춰 사회적 의무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부모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제약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을 덜 신경 쓰게 되고, 나에게 더 집중하게 된다. 사소한 일에 매달리지 않고 정말 중요한 문제에만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어왔기에 어지간한 일에는 침착한 태도를 보인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차곡차곡 다방면의 지식을 머릿속에 쌓아가는 기쁨도 크다. 지적으로 꾸준히 향상되어 가는 기분, 어제보다 성장한 기분이 들 때마다 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다. 10년 후 20 년 후 내 모습도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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