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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Jan 13. 2024

2028년 1년 휴직 프로젝트 대작전

2024년 1월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올해부터 자기계발(refresh) 휴직 이라는 제도가 생겨났다(회사에게 감사합니다).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면 어떤 이유건 상관없이 1년간 휴직할 수 있는 제도다. 

월급은 기본급의 70%가 나온다. 

만약 남편이 지금 휴직한다면 세금 떼고 한 달에 70만원~90만원 정도를 받는 수준이다. 


남편이 작년에 휴직 제도가 생길 것 같다고 말하자마자 우리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언제 휴직할까?’      


나는 남편이 좋다. 결혼 12년차인데 매년 남편이 더 좋아진다. 

남들은 너희가 아이가 없어서 사이가 좋은 거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줄 사랑이 몽땅 남편에게 가니까. 

내 소원 중 하나는 하루 종일 남편과 함께 있는 거다. 

우리는 한 공간에서 하루 종일 있어도 각자 할 일 하며 잘 놀기에 서로 부딪칠 일이 없다. 

소망이 일치하기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을지를 궁리한다.      


남편은 수중에 5천만원을 모으면 1년 간 휴직하겠다고 말했고, 나는 내년부터 매달 100만원씩 모으겠다고 대답했다. 

내년이 올해가 되었다. 이제 나는 매달 100만원을 모아야 한다. 

4년 후면 4800만원이고 이자까지 더하면 5천 만원이 가능하다. 

회사에서 70~90만원의 월급이 더해지면 매달 500만원 정도의 수입으로 일 년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5천만원을 만들지? 


이미 고정비가 상당하다.

주택 대출 상환비, 십일조, 시부모님 용돈, 관리비는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10년 뒤에는 남편이 퇴직할 예정이라 매달 주식도 사 모으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 100만원을 더 저축해야 하니 쉽지 않은 미션이다.      

가장 빠른 방법은 내가 소득을 창출하는 거다.

하지만 원고가 완성될 때마다 출판 계약이 척척 맺어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 내가 운영하는 ‘원북’ 유튜브 채널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두 번째 방법을 지출을 줄이는 거다.

어느 부분에서 줄일 수 있을까?     


핸드폰 요금?

폰 두 대, 집 인터넷 요금까지 합쳐 한 달에 3만원을 낸다.  

   

보험료?

둘 다 회사 단체보험으로 가입되어 있고 개인으로 든 건 하나도 없다.     


자동차 유지비?

아빠 명의로 된 경차 한 대가 있는데 매달 유류비가 15만원 정도 나온다. 부모님 운전기사 노릇을 해주는 조건으로 아빠 차를 가져왔기에 유류비는 아빠가 내준다. 자동차 유지비는 일 년에 한번 내는 보험료가 전부다.      

각종 물건 구입?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한다. 생필품, 세탁용품, 청소용품은 로션, 비누, 치약, 화장지, 샴푸, 구연산, 베이킹 파우더, 과탄산소다로 충분하다. 썬크림, 바디워시, 린스, 락스, 섬유유연제 같은 건 쓰지 않는다. 사용하는 화장품은 립스틱 하나, 파우더 하나인데 1년에 한번 산다.     


의류 구입?

옷도 거의 사지 않는다. 남편 옷은 여름과 겨울에 한 두벌 구입하는 게 전부다. 처음 옷을 살 때 좋은 재질의 옷감을 선택하고 손빨래를 하여 옷감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한 번 사면 오래오래 입는다.     


미용비?

내 머리는 남편이 집에서 잘라준다. 5주에 한 번 남편 이발 비용만 발생한다.    

 

취미생활비?

남편은 집에서 기타를 치고 나는 집에서 디지털 피아노를 친다.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매달 회비 4만원을 내고 한 달에 세 번 음악실을 빌려 여섯 명이 곡을 맞춰 보며 논다. 

일 년에 한두 번 남편이 그림 그릴 스케치북이나 붓 한두 개를 구입하는 게 전부다. 

독서가 취미인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다. 사고 싶은 책은 희망도서로 신청한다. 

매달 5권씩 신간 도서를 신청할 수 있다. 남편 몫까지 하면 매달 10권이다. 

세금 내는 보람을 희망도서 신청하며 느낀다.      


문화 레져비?

한두 달에 한번 3만원 짜리 좌석을 끊어 음악회에 간다. 

과천시민회관에서 과천시향이 하는 음악회도 즐겨 가는데 거긴 전좌석이 만원이다(감사합니다). 미술관도 일 년에 몇 번이라 큰 돈 나가지 않는다. 


티켓 값이 만원이 넘은 후로 극장은 가지 않는다. 

예전에 할인 쿠폰을 쓰면 조조 영화를 천 원에 볼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일주일에 두 번 영화를 보러 갔다. 

아바타 급의 영화가 나올 때는 큰 맘 먹고 간다. 

평소에는 집에서 빔 프로젝트로 영화를 보고 있다.


일 년에 36만원을 내고 헬스장에 다닌다. 

남편은 출퇴근 시간 걷기로 운동을 대신하고 집에서는 팔굽혀 펴기와 아령 들기로 몸을 다진다. 

가끔 탁구장에 가서 한 시간 탁구를 친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산책하기와 등산하기. 

둘 다 공짜다. 

     

외식비?

주중에는 집에서 해먹고 주말에는 두 번 외식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튀김류,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나 우동. 

외식해도 큰 돈 쓰지 않는다. 

배달 음식은 시키지 않는다. 

커피는 좋은 원두를 사서 집에서 내려먹기에 여행을 가거나 지인을 만날 때 외에는 카페를 방문할 일이 없다.

 

남편이 회사에서 점심 때 쓰는 밥값이나 커피 값이 꽤 되지만 이걸 줄이기는 어렵다. 

남편 혼자라면 항상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겠지만 함께 하는 동료들이 나가서 먹자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나도 남편도 밥 얻어먹는 사람보다 사주는 사람이 되고 싶기에 이 부분은 그냥 놔두기로.      


식료품 구입비?

이 부분은 다른 집과 비교하면 지출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엥겔지수가 최상이다. 

청소기나 전자렌지도 없는 우리 집에 오븐이 두 개나 있다는 건 그만큼 ‘잘’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아침은 과일만 먹기에 과일 값으로 나가는 비용이 높다. 

항상 세 종류 이상의 과일을 구비해 놓는데 요즘은 특히 과일 값이 비싸 장 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이렇게 비싼 사과를 먹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나머지 식재료도 되도록 좋은 걸로 구입해서 단가가 비싸다. 

몸 안에 좋은 음식을 넣어줘야 좋은 몸이 되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고 싶으나 안 좋은 음식도 즐겨 먹기에 할 말은 없다. 

식료품 구입비를 낮출 방법을 당장 찾아야 한다.  

    

여행비?

그래. 여긴 할 말이 없다.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우리 부부의 아킬레스 건이라고나 할까.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간다. 

코로나 발병 전에는 일 년에 두 번 해외를 나갔고 비행기길이 막힌 후에는 한 달에 한번 국내 여행을 떠났다. 

당일치기 나들이도 자주 간다.


얼마 전 옆집에 살던 언니가 근처의 더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언니 남편과 내 남편은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연봉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축하한다고 나도 거기서 살고 싶다고 말하자 언니는 물었다.      


“너도 가면 되지. 너희는 얘도 없는데 돈 벌어서 뭐에 쓰니?” 

“언니, 저희는 여행 다니느라 돈을 다 썼어요...” 


진심이었다.


이 항목에서 결단이 필요하다. 

소비를 확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다.     

여러 날을 고민한 끝에 남편에게 말했다.


“앞으로 4년간 우리 둘이 가는 해외여행은 금지야. 

국내여행도 매달 가는 건 금지야. 두 달에 한번 정도는 괜찮아. 

해외는 안 돼. 근데 만약 자기 월급 외에 부수입이 생기면 그걸로는 갈 수 있어(어떻게 해서든 가고 싶은 이 마음...).”


남편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매달 100만원 저축 중 50만원은 적금으로 50만원은 주식으로 하기로 했다.

주식은 IVV ETF를 1주씩 살 예정이다. 

정식 명칭은 I SHARES CORE S&P 500 ETF.  

S&P 500을 추종하는 ETF인데 시총이 세계 2위다. 1위는 SPY. 

1위를 사지 않고 2위인 IVV를 사는 이유는 단지 수수료 때문이다. 

IVV ETF의 연간 운용 수수료는 0.03%. 

0.09%인 SPY ETF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한 주당 가격이 60만원 대다.

이번 달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4년 동안 한 달에 한두 번 휴직 프로젝트 대작전 일지를 쓰려고 한다.

저축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일상에서 소비 유혹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혹은 실패했는지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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