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이 세 곳 있다.
동서남으로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원래는 두 곳이었는데 몇 년전 하나가 더 생겼다.
그렇다. 나는 축복받은 곳에 산다.
우리 집 터는 훌륭하다.
거실에 앉으면 도서관이 나를 에워싼 기분이다.
주로 이용하는 곳은 내손도서관이다.
세 도서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31만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교회만큼 자주 간다.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도서를 예약하고, 책을 빌린다.
사서님께 늘 감사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지는 않는다.
리모델링을 해서 깨끗하지만 좌석이 일직선으로 놓여 있어 책을 읽기에는 답답한 기분이 든다.
한 시간 정도 머물며 책을 고를 뿐이다.
도서관 내 문화센터에서 우쿨렐레 수업을 들은 적도 있다.
포일 어울림 도서관은 학의천 옆에 있어 퇴근하는 남편을 마중갈 때 가끔 들린다.
2021년에 완공되어 책 읽는 공간이 탁 트여 있다.
쾌적하다.
낮은 책장 옆에 넓은 소파가 있어 바로 책을 꺼내 앉을 수 있다.
창가에는 일인용 소파도 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책들을 읽으며 잠시 쉰다.
신생 도서관이라 책이 많지는 않지만 내손도서관에서는 그냥 지나쳤던 책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내손도서관에서는 대기가 걸린 책도 어울림 도서관에는 신간 도서칸에 무심히 꽂혀 있는 경우도 있다.
벌말 도서관은 급할 때 이용한다.
희망도서 신청이 3년 이내 출판 도서만 가능해서 읽고 싶은 옛날 책이 도서관에 없다면 끝이다.
내손 도서관에 없는 책을 벌말은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장 도서가 8만권 밖에 되지 않는데도 그렇다.
읽고 싶은 책이 없을 때 벌말 도서관에 가면 반드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한다.
내손 도서관에서 희망도서 신청 권수(한 달에 5권. 남편 것까지 써서 10권)를 넘기면 벌말에 신청한다.
내손, 포일, 벌말 도서관은 넉넉한 서재가 되어준다.
요청하는 건 대부분 들어준다.
지식을 나눠주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언제라도 잠시 들어가 쉴 수 있는 곳.
도심 속 오아시스.
수많은 책들 앞에 서면 저절로 겸손해진다.
쓰는 행위가 헛되게 느껴질 정도로 압도감이 들 때가 있다.
괜찮다며 마음을 다독거리는 힘도 함께 길러진다.
도서관, 교회, 하천.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가까이에 있다.
언젠가 이곳을 떠나게 되어도 아쉬운 마음 들지 않도록 더 자주 얼굴을 보여줘야겠다.
책은 다른 어떤 것보다 훌륭하다. 문화 매체를 가지고 권투 경기를 진행한다고 상상해보고, 책을 링 위에 세워놓고 다른 예술 형식과 맞붙게 한다면, 거의 모든 경우에 책이 이길 것이다.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 읽기> 닉혼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