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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May 30. 2024

2024년 5월 소비단식


말도 마시라. 

5월의 첫 스타트는 여행이었다.

남편과 여행, 부모님과 여행. 반복. 

매주 여행을 떠났다.     


결혼식도 있었다.

축가도 부르고 축의금도 냈다.

장례식도 있었다.

부의금을 냈다.     


어린이날이라 조카들에게 용돈도 줘야 했다.

가족 식사비도 왕창 들었다.

목회자에게 드릴 스승의 날 선물도 샀다.

집으로 초대도 받았고 지인도 잔뜩 만났다.

와, 돈 없으면 사회생활 하기 어렵겠는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오랜만에 대형 마트를 방문했는데 와인 페스티벌을 하고 있었다.

그래봤자 병당 몇 천원 할인이지만 와인이 내 품으로 폴짝 뛰어올라 어쩔 수 없었다.

와인이 넉넉해지자 마음도 넉넉해져 밤마다 와인을 한 잔씩 마셨다.

한 병 있을 때는 아껴 마시지만 여러 병 있으면 좀 더 자주, 좀 더 가득 따라 마시게 된다.

몇 주간 흥청망청 와인을 소비한 후 다짐한다. 한 병씩만 사겠다고.

뭐든 그렇다. 동일한 제품이 풍족하게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낭비하게 된다.

냉장고에 요플레가 한 개 있을 때와 열 개 있을 때의 마음가짐이 다르다.    

 

이번 달엔 식비를 조금 아껴 카드값 폭발을 막았다.

복지 포인트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한쪽이 올라가면(여행, 사회생활 비용) 다른 한쪽을 눌러줘야 균형이 맞는다.

카드값 빠져 나가는 날이 월급날보다 일주일 먼저다.

카드 사용일을 매달 첫날부터 마지막 날 기준으로 맞췄기 때문이다.

월급이 들어오면 일주일 안으로 대출 상환금, 적금, 투자금, 헌금, 공과금, 기타 등등이 빠져나간다.

남은 금액으로 다음 달 카드값을 내야 하는데 아슬아슬하거나 부족할 때가 있다.   

  

카드 값을 내지 못할 때 잠깐 쓰기 위한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

숫자 앞에 마이너스가 표시되면 초조해진다.

저걸 어떻게 없애지. 

처음에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꺼낼 때는 그게 빚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곧 채워 넣을 건데 뭘.

구멍이 조금 뚫렸을 때 메우지 않으면 구멍은 점점 커지기 마련.    

 

해외여행 가야하는데 돈이 부족하다고? 마이너스 통장이 있잖아.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지금이 기회라고? 마이너스 통장이 있잖아.

마이너스 숫자를 0으로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0이 되고 나서 통장을 없앨까도 생각해 봤지만 아직까진 자신이 없다.

몇 천 만원의 비상금을 확보하면 되는데 돈이 남으면 싹싹 긁어 주식을 사니 통장에 현금이 남아있질 않는다.

내년에 적금을 타면 생각해 봐야겠다.     


6월부터는 긴급 절약 모드로 바꿔야 한다.

올해 휴가를 해외로 가기 위해서다.

원래는 제주도로 가기로 했는데 비행기표, 숙박비, 식비를 따져보니 그냥 해외로 갈까 하는 마음이 든다.

2028년 남편의 1년 휴직을 위해 그때까지 해외 여행 금지라고 남편에게 당당하게 말했는데.

5개월 만에 마음이 바뀌는구나. 나약한 것. 

남편이 묻는다.

4년 동안 해외여행 금지라며?


저번에 내가 했던 말은 잊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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