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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Jun 27. 2024

2024년 6월 소비단식


발리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110만원.

한달 생활비를 비행기표 사는 데 몽땅 써버렸으니 이를 어쩐담.

30일 금식을 할 수도 없고.

다행히 날이 무더워졌다. 

더울 땐 친구를 만나 산책하고 밥 먹을 일이 줄어든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으니까. 

친구 만나는 횟수가 겨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자동적으로 밥값과 찻값도 줄었다.


장보는 횟수를 줄였지만 저렴한 제철 과일이 많이 나와서 식탁은 언제나 풍성했다.

여름에는 가볍게 먹어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 

겨울처럼 몸을 움츠리지 않아도 돼서일까. 식탐이 다소 줄어든다. 

와인도 두 병 밖에 마시지 않았다. 와인을 왕창 살까 두려워 6개월 째 코스트코 회원 연장도 하지 않고 있다. 지인 한 분이 그 사실을 알고 친절하게 나를 코코로 모셔다 주었다. 

와인은 딱 한 병만 사야지 다짐했고 멋지게 실행으로 옮겼다. 다만 아페롤 스피릿 한 병을 살짝 담았을 뿐이다.      


여행비라도 벌어볼까 싶어 동네 단기 알바를 검색했지만 마땅한 걸 찾을 수 없었다. 

전단지 붙이는 건 도저히 못하겠고, 식당 설거지 일은 관절에 무리가 가서 못하겠고(손빨래를 오래 했더니 손목이 약해지고 있다), 백화점 팝업 스토어 판매는 뽑아주지도 않고, 편의점이나 식당 서빙은 야간 시간이라 못하겠고, 학원 감독 보조는 대학생만 뽑고. 동네 단기 알바는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어렵다. 

한 달에 일주일만 일하는 일자리도 없다. 

일자리 자체도 적은데 그걸 또 이리저리 따지고 있으니. 


어떤 형태로든 돈 버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특히 주 5일 주 6일 동안 꼬박꼬박 직장 혹은 사업체에 나가 일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아이까지 돌보며 일하는 워킹맘 앞에서는 그저 고개를 숙일 뿐. 

출퇴근 시간에 우르르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들 덕에 사회가 발전하고 가족 누군가는 혜택을 입는다. 


지인 한분이 나와 비슷한 시기에 발리 여행을 간다. 남편 외벌이에 아이가 둘인 집이다. 

집에 있는 소형차가 15년이 넘어 올해는 차를 바꾸려 했다. 

남편과 대화를 나눈 후 지금 있는 차를 5년 더 타고 그 돈으로 매년 가족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심어주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차도 바꾸고 여행도 다니면 좋지만 월급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지인은 몇 달 전 아이들을 데리고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저가 항공사였고 민박 수준의 숙소에서 머물렀지만 아이들은 행복해했다. 

9월에 발리에 갈꺼라고 하니 초등학생 아들이 물었다고 한다. 

“엄마 우리 여행 또 가도 괜찮아? 그러다 거지되는 거 아니야?”     


돈 쓰는 방식은 먹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이는 뷔페처럼 이것저것 조금씩 맛보는 걸 선택하고, 누군가는 스테이크처럼 한 그릇 음식을 선호한다. 자신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면 자잘한 낭비가 줄어든다. 

혹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쉽게 미련을 버리고 원하는 걸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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