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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Jul 31. 2024

2024년 7월 소비단식


치과에 다녀왔다. 일 년에 한번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하고 정기검진을 받는다. 

치과에서는 6개월마다 오라고 한다. 

치과는 유일하게 스스로 찾아가는 병원이다. 

남편 회사에서 매년 비싼 건강검진을 제공하지만 몇 년에 한번 겨우 받는다. 

나는 웬만한 병은 식단으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주사와 약, 검사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치과는 다르다. 충치가 생긴 치아는 음식을 바꾼다고 고쳐지는 게 아니다. 

뼈가 부러지면 깁스를 해야 하듯 썩은 이는 빨리 때워야 한다. 

매년 불안한 마음으로 치과에 간다. 

이가 하얗고 고른 편이라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어릴 때부터 충치가 많았다. 


술과 담배를 안 하는 아빠가 주전부리로 택한 건 빵과 과자였다. 

나와 동생과 아빠는 엄마의 잔소리를 견디며 과자를 먹고 또 먹었다. 

엄마는 이가 썩을 거라며 걱정했다. 

엄마의 예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나는 자라면서 치과가 환영하는 손님이 되었다. 

나와 똑같이 빵과 과자를 먹은 아빠는 지금까지 금니 하나 씌운 적이 없다. 

충치 치료를 몇 번 받았을 뿐이다. 

내 약해빠진 치아는 엄마를 닮아서다. 

단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 엄마는 임플란트를 몇 개나 심은 상태다. 

인생 참 아이러니하지. 


경기도로 이사 오면서 치과도 옮겼다. 

좋은 치과를 만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동네마다 평판이 좋은 치과들이 있다. 

직접 가서 치료를 받아보면 느낌이 온다. 

6년 째 같은 치과에 다닌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모두 좋은 분들이다. 

내가 몇 년에 한번 큰 돈을 쓰는 고객이라 더 친절한 걸까? 

작년 검진은 무사히 넘어갔는데 이번엔 치아 하나가 심각한 상태였다. 

치료비로 100만원 넘게 냈다.  

    

이번 달에 아껴 썼는데 엉뚱한 곳에서 돈이 왕창 빠져나가니 허무하다. 

이럴거면 뭐하려고 아껴 썼나 하는 마음이 든다. 

한편으로는 평소에 아껴야 큰 일이 생길 때 감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돈을 열심히 모으고 모아도 몸이 아프면 그 돈을 다 써야 한다. 

평소에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잘 쉬는 게 미래의 돈을 아끼는 길인데,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니 자꾸 잊게 된다. 

돈이란 게 마음대로 안 된다. 

계획을 세우고 착착 모으면 될 것 같은데 간혹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곤 한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대비도 필요 없겠지. 

8월은 부디 평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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