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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모두 휴가를 떠나면 좋겠다

by 유자와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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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다.

예전보다는 기간이 분산되었지만 여전히 학교 방학, 학원 방학, 회사 휴가가 7월 말에서 8월 초에 몰려 있다. 라디오에서도 휴가지에서 보내는 사연이 많다.

지인들도 휴가를 떠나고 돌아온다.

교회에 가니 까맣게 그을린 아이들 얼굴이 다 말해준다.


한 아이는 다음 주에 놀러 갔다오면 개학이라고 억울해한다.

학교 일정 때문에 여름방학이 2주밖에 안 된단다.

어머 어쩌니, 그럼 겨울방학은 며칠이냐고 물으니 “두 달 반이요” 한다.

그렇구나.


어린아이를 둘이나 셋, 심지어 넷을 키우는 학부모들이 휴가를 떠난다.

아이들을 이고 지고 끌고 계곡으로, 리조트로, 바다로 향한다.

아이 넷을 둔 우리 반 학부모님은 아이 둘을 둔 친구 가족과 휴가를 떠난다.

괜찮겠냐고 묻는 내게 어머님이 대답한다.

“은혜로운 시간이 되겠지요.”


반쯤 키워낸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떠나는 가족도 있다.

부모는 사춘기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며 동선을 짠다.

아이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아도, 자퇴하겠다고 속을 썩여도 속상한 마음 꾹꾹 삼키며 부모는 운전대를 잡는다.


다 키운 자식을 둔 부모도 휴가를 간다.

대학생이거나 취업 준비 중인 청년들이다.

부모 대신 자식이 운전하니 몸은 편하겠지만 휴가 때 쓸 돈은 부모님 주머니에서 나온다.


집에서 지지고 볶고 싸우던 가족들이 휴양지에 가서 지지고 볶고 싸운다.

서로가 밉고 피곤하고 짜증날 때도 있지만, 가족이라고 다 같이 짐을 싸서 휴가를 떠난다.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분 좋다.

서로가 닮은 얼굴들이 함께 모여 물장구를 치고 밥 먹는 모습을 그려본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트렁크 문을 열고 짐을 싣는 가족을 바라보며 내 마음도 행복해진다.

그들의 들뜬 표정만큼 내 마음도 두근거린다.

어디로 가는 걸까?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바라보며 안전하게 다녀오길 빌어준다.


휴가 잘 다녀오셨어요? 휴가 잘 다녀오세요. 주고받는 다정한 인사들.

가까운 곳이라도 모두가 휴가를 떠나면 좋겠다.

만나는 사람마다 휴가 즐겁게 다녀오라고 인사를 건네고 싶다.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오라고, 좋은 데 발견하면 알려달라고 말하고 싶다.

휴가는 어땠냐고, 사람들은 많지 않았냐고, 뭐가 제일 재밌었냐고 만나는 사람마다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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