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날들이다.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 맨발 걷기를 한다.
황토를 밟으며 벌레 먹은 나뭇잎도 보고 울타리에 앉은 물까치도 구경한다.
샤워까지 끝내도 오전 9시. 하루가 통째로 놓여 있다.
시간은 많지만 세 끼를 준비하고 먹다 보면 금세 하루가 저문다.
내 삶은 평안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하다.
얼마 전 한국 주식을 정리했다.
90%가 미국 주식이고 10%가 한국 주식인데 8%를 처분했다.
정부에서 전국민 지원금을 주겠다고 할 때 위기감을 느꼈다.
지금도 나라빚이 많은데 무슨 돈으로 주겠다는 걸까? 왜 준다는 걸까?
대통령 돈으로 주는 거 아니다.
국채를 22.8조 발행하는 거다.
그럼 그 빚은 누가 갚지?
소비쿠폰은 정부와 지자체가 8대 2 비율로 재원을 부담한다.
각 지자체는 돈을 마련하려 다른 부분의 재정을 축소하고 빚을 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돈을 풀면 정말 필요한 곳에 쓸 돈이 줄어든다.
어느 부분이 감액될까?
곳간이 텅 비어버리니 정부는 세금 걷을 방법을 궁리한다.
돈이 사방에 뿌려지니 원화 가치도 희석된다.
국민이 받는 돈은 공짜 돈이 아니다.
더 큰 세금과 인플레이션으로 감당해야 할 짐이다.
빈부격차는 더 심해진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낮추었다.
1997년 외환 위기 그림자가 드리울 당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5%였다.
1998년 IMF가 터졌을 때 경제 성장률은 –5.1%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법인세를 올리려 하고 4.5일제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에게 계속 더 내어놓으라고만 하면 누가 한국에 남아있으려 할까?
기업이 망하면 거기에서 일하는 직원도, 직원의 가족도, 수많은 협력업체도 함께 망하는 걸 모르는 걸까?
한국 주식 판 돈으로 미국 주식을 사려 한다.
정부가 원화 가치를 뚝뚝 떨어뜨리니 달러로 메꿔야지 별 수 있나.
그동안 주식 공부는 손 놓고 있었다.
수년 동안 정해놓은 주식만 꾸준히 모으고 있었는데 이번에 포트폴리오를 조금 바꾸기로 했다.
어떤 기업을 선택해야 할지 조언을 얻기 위해 도서관으로 현자들을 찾아갔다.
<현명한 투자자>,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피터린치의 이기는 투자>,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등 예전에 읽은 책들을 다시 펼쳐보았다.
이들의 책을 읽을 때마다 20대 때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
새롭게 발견한 책도 있었다.
<찰리 멍거 바이블>이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안 읽었지? 하고 봤더니 초판이 2022년 12월이다.
3년 가까이 경제 공부에 소홀했다는 의미다.
이재명 정부 때문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으니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책에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격자틀 인식 모형’이다.
찰리멍거는 시장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가 커다란 지식 체계 안에서 일어난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물리학, 생물학, 철학, 사회학, 수학, 심리학, 화학, 경제학 등이 융합되어 시장 시스템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투자는 복잡한 영역이다.
따라서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학문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찰리멍거는 특히 각 학문의 핵심 개념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학문은 통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명확한 개념을 제시하니 시야가 환해지는 기분이다.
1998년 한국 대기업이 도산하자 실업률은 7%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기업의 구조조정과 개혁을 거치며 한국 경제 성장률은 빠르게 반등하였다.
위기가 와야 정신을 차리기도 한다.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이 시기를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다.
나도 정신 차리고 공부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