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짐을 싸서 내년으로 떠나려다 도로 짐을 풀었다.
나야 고맙지. 여름아. 난 네가 정말 좋거든.
그래도 입추가 지났다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를 하사한다.
7월에 하지 못한 산책을 실컷 하는 중이다.
걷다 보면 땀은 나지만 숨 못 쉴 정도는 아니니까.
8월엔 산책 하느라 바빴다. 조금 시원하다 싶으면 걸었다.
바깥 공기를 마시며 걸을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했다.
친구는 거의 만나지 않았다. 만나지 않으니 돈 쓸 일 없고.
외식도 가끔 했으나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없으니 큰 돈 나갈 일 없고.
8월 어느 날 파스타를 잘한다는 레스토랑이 있다고 하여 방문했다.
예약제라 금액 일부를 미리 결제하는 수고도 거쳤다.
그래. 맛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양이 너무 적었다. 파스타 면을 70g만 넣은 거 같다(1인분은 100g이다).
저번에 간 파스타 집도 그렇고. 분위기 좋고 비싼 레스토랑일수록 파스타 양이 적어지는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를 따로 시키게 하려는 걸까?
파스타를 먹으며 생각했다. 이젠 귀찮아도 집에서 해 먹자고.
파르마지아노 치즈와 루꼴라도 수북이 올려야지.
휴일엔 광화문 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해가 지면 걸을 만했다.
걷다 보면 포시즌 호텔을 지나게 된다.
라운지에 카페 겸 레스토랑이 있다. 빙수나 먹고 갈까 해서 가격을 찾아봤다.
망고 빙수가 14,900원이었다.
아니다. 잘못 봤다. 뒤에 0을 하나 더 붙여야 한다.
우리가 그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않냐고 모과가 물었다.
그 정도는 먹을 수 없다. 저 가격이면 애플망고가 3박스다.
귀한 손님께 대접할 수는 있지만 내가 먹겠다고 돈을 쓰진 않겠다.
부지런히 장을 보고 요리하는 날들이었다.
매년 먹는 양이 줄어든다. 작년에 사과 두 알을 먹었다면 올해는 사과 한 알 반을 먹으면 끝이다.
뭘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르니 섭섭할 정도.
그렇다고 장바구니 비용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덜 사도 재료비가 비싸져서 그런 거 같다.
예전에 친한 언니와 구례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난 언니는 삼립 크림빵 하나를 4조각으로 자르더니 한 조각을 먹고 배가 부르다며 나머지를 다시 봉지에 넣었다.
그때 언니 나이가 60이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 장난하냐고 물었다.
이제야 언니 말이 진심이었음을 알겠다.
예상보다 전기료는 적게 나왔다.
인덕션, 건조기 같은 전자제품이 없어 그런 것 같다.
21,500원이 나왔다. 지난달보다 두 배 더 나오긴 했다.
에너지 소비 현황도 평균 대비 –70%에서 –50%로 감소했다.
7월 1일부터 에어컨을 틀었다. 실내 온도는 27도.
대부분 집에 있었기에 에어컨도 하루종일 돌아갔다.
에어컨을 이렇게 오랜 기간 가동한 건 처음이다. 8월도 내내 돌리고 있으니 비슷하게 나오겠네.
이번 달은 경조사비가 많이 나갔다.
결혼과 장례가 하나도 없는 달이 있고 우르르 몰리는 달도 있다.
치과 치료비처럼 예측할 수 없는 비용이다.
통장에 여윳돈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없으면 마음이 인색해진다.
매일 편안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9월은 날이 좋을 테니 나들이 갈 일도, 친구 만날 일도 늘어나겠지.
8월보다 아껴 쓰기는 어려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