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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소비단식

by 유자와 모과
카페 채그로.jpg


여름다운 여름이다. 교회 아이들 얼굴과 팔뚝 색이 매주 짙어진다.

7월의 가장 중요한 행사는 여름성경학교. 준비하느라 지쳐 주말에 나가 돈 쓸 힘도 없었다.

활기찬 선생님으로 보이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애를 쓰고 있지만 언제까지 체력이 받쳐줄지 모르겠다.


7월 초부터 에어컨을 켠 건 처음이다.

젊을 때보다 더위를 많이 타는 건지, 한국이 더워진 건지 모르겠다.

더우니 동네 산책도 하지 않는다.

서점이나 가볼까 해도 교보문고까지 30분 걷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한다(한 정거장 거리라 지하철 타는 건 왠지 나약해 보인다).


외식 할까 하다가도 산삼 먹을 것도 아닌데 이 더위에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바꾼다.

하루종일 집에 있다 보니 삼시세끼 예능을 찍어야 할 판.

움직이지도 않는데 몇 시간만 지나면 배가 고프다.

평일 점심은 혼자 먹기에 간단하게 해결한다.

하지만 점점 밖에 나가질 않으니 점점 먹고 싶은 걸 요리하게 된다.

소고기도 굽고 미나리전도 부친다. 감바스와 알리오 올리오도 만든다.


장보는 게 일이다.

온라인에서도 사고 동네 마트도 이용한다.

과일 소비가 많아 수시로 주문해야 한다. 여름 과일이라고 저렴하지도 않다.

9kg 수박 한 통이 32,000원이다. 폭우와 폭염으로 올해 가격이 올랐다고 한다.

더 이상 수박은 싼 과일이 아니다.


일주일이면 수박 한 통이 사라진다.

말랑이 복숭아 한 박스도 마찬가지다.

사과 한 박스는 이 주를 버텨준다.

참외와 자두도 이 주 간격으로 주문한다.

요거트, 치즈, 달걀, 고기, 야채 등은 일주일에 한 두 번 산다.

식재료가 한꺼번에 떨어지는 게 아니니 매번 재고조사를 해야 한다.


아이 셋을 키우는 친구에게 하소연했다.

둘이 사는데도 일주일에 몇 번이나 장을 봐야 한다고.

친구가 대답했다.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장을 두 번 봐.

친구야, 엄살 부려 미안.


집에서 성인 두 명이 하루 두 끼 먹는 기준으로 한 달에 과일 값 평균 30만원, 식재료 비용 50만원이 나간다. 여기에 외식이 늘어날수록 비용은 급격하게 올라간다.

이번 달은 집에 있는 날이 많아 소비가 줄었다.

삼시 세끼 찍느라 식재료 비용이 더 들긴 했지만 외식비는 아꼈다.

카페는 종종 갔다. 집에만 있기는 답답하고 밖은 더워 돌아다니기 힘든 오후에 동네 카페를 찾았다.

대부분 맛도 좋고 적당한 가격이었다.


8월도 이번 달과 비슷한 소비를 유지할 것 같다.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서 전기료는 꽤 나올 것 같다. 궁금하다.

고요하고 심심해서 좋은 7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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