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시장 정복하기 달이었다.
체크카드를 들고 집 근처 시장에 갔다.
재래시장은 도서관과 공원만큼 즐거운 공간이다. 집 가까이에 시장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온라인에서 쇼핑을 하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가니 야채가 싸다는 걸 실감한다.
특히 청경채. 온라인에선 3개 2천원인데 여기서는 9개에 천원이다.
오이 5개 삼 천원. 애호박 1개 천원이다.
과일도 싸다. 레몬 6개 3천원, 살구 600g에 6천원, 골드키위 9개에 만원이다.
시장 안을 둘러보다 김 파는 할머니와 눈이 마주친다.
할머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얼빠진 나를 낚아버린다.
“김 사려고? 자 봐봐. 이걸 이렇게 잘라. 그리고 냉동실에 넣어두면 언제 꺼내도 바삭바삭해.
오늘 김이 새로 왔거든. 먹어봐. 맛있지?
여기 껀 좀 쩔었는데, 이쪽 건 오늘 새로 온 거거든.
새댁이니까 얘기하는 거야. 1개만 달라고? 그러지 말고 3개 사. 냉동실에 넣어두면 돼.”
현장에서 직접 김을 굽는 줄 알았다. 다른 데서 가져온 거면 인터넷에서 사면 되는걸.
할머니가 건네주신 김은 짜기만 하다.
입맛에 전혀 맞지 않지만 나는 이미 그물 안에 든 물고기.
간신히 부탁해 한 봉지만 구입한다. 40g에 3천 5백원.
만두집에서 만두도 두 판 산다. 사장님이 만두를 건네주며 말한다.
“먹고 맛있으면 다음에 또 오세요.”
맛없으면 어떡하지? 다른 집 만두도 먹어보고 싶은데. 안 오면 섭섭해하실까?
별걱정을 다하며 만두를 받는다(다행히 맛있었다).
닭볶음탕용 닭을 사려고 정육점에 들어간다.
정육점 세 군데를 들렸지만 어딜 가든 가장 작은 닭은 12호다. 1.2kg. 가격은 8천원.
내가 이용하는 온라인몰 오아시스에서는 무항생제 닭이 800g에 8천원이다. 큰 사이즈와 가격이 똑같다.
하지만 우린 두 식구라 800g이면 충분하다. 남으면 버려야 한다. 냉동실에 얼려두긴 싫다. 닭 구매는 실패다.
국내산 목살 냉장 800g에 8천원, 국내산 차돌박이 400g에 만 4천원이다.
고기 가격도 저렴하다. 특별히 더 맛있지는 않다.
장바구니를 들고 갔는데도 순식간에 비닐봉지 습격을 받았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면 비닐봉지 쓸 일이 없다.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남는 비닐봉지를 얻어왔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한 달 동안 시장에서 장을 봤다.
오프라인 시장은 야채 과일 고기에 강하다.
제철 채소와 과일을 직접 보고 고르는 재미가 있다.
물론 사과나 오렌지 같은 과일은 무거워 들고 오는 게 힘들다.
가끔 무른 과일도 있기에 잘 살펴야 한다.
오아시스에서는 과일이 한두 개 무르면 퍼센트로 해서 셀프 환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시장은 안 되겠지?
레몬은 시장이 훨씬 저렴하나 상큼한 맛도 훨씬 덜하다.
품종 차이인지, 유통회사 차이인지 모르겠다.
고기는 종류별로 다양하고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어 좋다.
무항생제 고기는 찾지 못했다. 물어보지도 못했다.
생선도 신선하고 좋다는데 아직 거기까진 도전하지 못했다.
가을이 오면 조개류를 사보려 한다.
반면 공산품이 약하다.
원하는 치즈는 전혀 없고 쌀 조청, 올리브 오일, 국산 간장 같은 장류도 찾기 어렵다. 달걀도 난각번호 1번 유정란을 원한다면 온라인이 낫다.
시장에서 살 수 없는 품목은 온라인으로 구입했다.
그래서 식품 지출 비용이 줄었을까?
줄었다.
과일과 야채 품목이 장바구니 비용을 아끼는데 도움이 되었다.
체크카드 사용도 무의식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쓸 때마다 통장 잔고가 줄어드니 계산할 때마다 미묘하게 신경 쓰였다.
매달 생활비를 정해 놓은 건 아니었다.
돈이 떨어지면 충전했기에 쓰면 그만이었다.
한 번에 50만원씩 충전했는데 충전 시기를 늦추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 이번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도전해 볼까?
7월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삿포로에 다녀오느라 돈 쓴 걸 제외하면 전체 생활비는 5월보다 줄어들었다.
엊그제 시장에 갔다.
들고 오는데 무리가 없도록 되도록 가벼운 과일만 골라 왔다.
아침에 과일을 먹으며 모과가 말했다.
“근데 우리 수박은 언제 먹어?”
접시에는 블루베리, 사과, 천도 복숭아, 키위, 오이, 파프리카, 참외, 방울 토마토가 수북이 담겨 있었다.
다음 주에 온라인으로 꼭 주문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