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넘치도록 휴식을 취했지만 눈의 피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 한쪽 눈이 지긋이 아파왔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 책을 펼쳐보았지만 아픈 건 여전했다.
책 읽는 게 겁났다.
며칠 동안 책을 멀리했다.
그것도 못할 일이었다.
원인을 찾아야 했다.
왜 갑자기 눈이 아플까?
고민해 보니 시신경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그런 것 같았다.
매일 산을 오르지만 겨울이라 땀이 날 정도는 아니다.
혈액이 손끝 발끝 머리끝까지 활발하게 돌아다니려면 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나야 한다.
따뜻한 계절에는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니 산을 오르는 것만으로 운동이 된다.
겨울엔 그걸로 부족하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나만큼 손이 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내 손을 잡고 깜짝 놀라거나 안타까운 표정을 지을 뿐.
체질적으로 몸이 따뜻한 사람은 아무 문제 없지만 손발 찬 사람은 겨울에는 과격한 운동을 해야 한다.
원래 약한 아이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더 약해지고 있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을 스친다.
이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씩씩할까 생각한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거나 노는 사람들 체력도 부럽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한 다음 토요일과 일요일에 이런 저런 약속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도 존경스럽다.
나처럼 체력 약한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눈의 피로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원인을 추측했다.
땀을 흘리려면 헬스장에 가야한다.
생각해보니 2년 전 겨울에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 헬스장을 다녔었다.
그러다 올 초에 이사 오며 그만두었더니 또 이렇게 되어 버렸군.
바로 헬스장을 등록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헬스장이지만 10분을 걸어야 한다.
운동 의욕을 꺾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눈만 아프지 않았더라면 절대 가지 않을 거리다.
어제 다시 산악용 트레드밀에 올라 걷고 또 걸었다.
1년만이다.
얼굴에서 땀이 났다. 소중하고 귀한 땀이다.
손도 곧 따뜻해졌다.
상체 운동도 했다.
집에 돌아와 책을 펼쳐 한 시간을 읽었다.
눈에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혈액순환이 문제였다.
젊을 때는 대부분 체중 외에는 몸에 관심이 없다.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갑자기 몸 어딘가가 불편해지면 왜 그런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픈 부분이 생겼는데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소한 걸 신경 쓰기엔 사는 게 너무 바쁘고 피곤하고 귀찮기 때문이다.
몸의 신호를 방치하면 몸도 가만 있지 않는다.
발뒤꿈치도 갈라지기 시작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건지.
뒤꿈치가 갈라지는 건 육십은 되어야겠지 막연히 생각해 왔다.
마흔 다섯도 되지 않았는데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추운 겨울이라고 온 몸이 투쟁하는 건가?
앞으로 무서운 일들이 얼마나 더 발생할까.
뒤꿈치까지 신경쓰는 건 귀찮은 일이라 무시하려 했다.
그러다 아빠 발뒤꿈치가 생각났다.
그래.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
저녁마다 뒤꿈치에 바세린을 바르기 시작했다.
10년 후에는 온 몸에 발라줘야 할지도 모른다.
10대보다는 20대가 좋았다.
20대보다는 30대가 좋았다.
30대보다는 40대인 지금이 좋다.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 느긋해지니 사는 게 즐겁다.
50대가 되면 40대보다 좋을 거 같다.
단점은 주름이 생기고 몸 구석구석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는 거.
신이 인간에게 겸손하라고 노화를 주신 건 아닐까?
노화가 없다면 자신이 신처럼 느껴질 테니.
올 한해도 살아 있어 기적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날들이었다.
내년에는 몸의 어떤 부분이 날 깜짝 놀라게 할지 궁금하다.
기대하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