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차와 레이스 쿠키

by 유자와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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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부터 밥이 아니라 간식이라 죄송하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구하기 힘든 제철 재료가 있다.

국산 레몬도 여기 속한다.

글을 읽고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기에 다른 음식 다 제치고 레몬청 담그기부터 시작한다.


농약을 치지 않은 국산 레몬만 있다면 레몬청 담그기는 라면 끓이기만큼 쉬워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언제든 구할 수 있는 레몬은 수입이다.

멀고 먼 나라에서 과일을 실어 오기에 신선도 유지를 위해 껍질 표면에 화학 코팅을 한다.

바나나는 껍질을 벗기니 괜찮지만 레몬청은 껍질 채 담가야 해서 문제다.

왁스가 발라진 수입 레몬으로 청을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간다.

베이킹 소다를 푼 물에 담그고 끓은 물에 살짝 데쳐도 미끈미끈함이 완벽히 사라지지 않는다.


국산 레몬은 코팅 처리를 하지 않아 깨끗이 씻기만 하면 된다.

언젠가부터 국산 레몬을 구할 수 있는 한겨울에만 청을 담그게 된다.

자연은 딱 그 시기에 맞는 열매를 선물로 준다.

생강청을 담그면 유자청을 담글 때가 되고 유자청을 다 먹을 때쯤 레몬이 짠 하고 나타난다.


레몬청을 담가보자. 레몬 4개 분량(450g)이면 500ml 유리병 하나가 가득찬다.

설탕은 사탕수수를 잘게 부순 원당으로 구입하자.

눈송이처럼 하얀 설탕은 사탕수수가 가진 비타민과 무기질 등을 제거한 후 남은 결과물이다.

쌀로 비유하면 원당은 현미, 하얀 설탕은 백미다.

직접 만드는 것이니 좋은 재료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흰설탕보다 가격은 두 배 비싸지만 그래봤자 설탕값이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작업은 유리병 소독이다.

냄비에 물을 적당히 담고 유리병을 그 안에 거꾸로 세운다.

약불로 올려놓으면 잠시 후 유리병이 달그락거리기 시작한다. 뜨거우니 꺼내달라는 신호다.

무시하고 2~3분 정도 달그락거리게 놓아둔다.

이제 병 안이 수증기로 가득찼다. 불을 끄고 병을 꺼내 똑바로 세워 두면 저절로 마른다.


레몬을 썰어보자. 국산이라도 레몬을 물로만 씻는 게 불안하다면 베이킹 소다를 푼 물에 잠시 담가 둔다.

씻은 레몬을 도마에 올리고 양쪽 꽁다리를 과감히 잘라내자.

그 다음 단면이 보이도록 얇게 썬다.

중간에 콕콕 박힌 레몬 씨는 버린다.

한 곳에 모아 두었다가 화분에 심어도 된다.

우리 집 레몬나무도 다 그렇게 키웠다.

커다란 볼에 얇게 썬 레몬을 넣고 설탕도 동일 분량 부어 섞는다.

나는 그보다 조금 적게 넣는 편이다.

설탕과 레몬이 잘 버무려지면 유리병에 담는다.

끝이다.


집에서 레몬청을 만든 후부터는 카페에서 레몬차를 시키는 게 주저된다.

국산 레몬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국산 레몬을 썼다 해도 집에서도 10분이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만들기 번거로운 생강차를 주문한다.

레몬청은 활용도가 높다.

샐러드 드레싱으로 쓸 수 있고, 탄산수에 섞으면 레몬에이드 완성이다. 고기 재울 때 넣어도 좋다.


이제 레몬차와 곁들일 쿠키를 만들어보자.

작은 구멍이 송송 난 쿠키라 레이스 쿠키라 부른다.

만드는 건 매우 쉽다.

참, 올해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면 글 읽는 건 여기서 멈추는 게 낫다.


완성된 모양새는 꼭 튀일이나 미니 감자전 같지만 맛은 상상을 넘어선다.

18개 분량이다.

필요한 재료는 견과 50g, 버터 100g, 설탕 60g, 꿀 한 스푼, 박력 70g, 소금 2g, 바닐라 익스트랙 10ml이다. 재료만 살펴도 얼마나 달콤하고 맛있을지 감이 온다.

아무 견과나 가능하다. 나는 피칸으로 했다. 오븐에 살짝 구워 사용하면 더 고소하다.


108도에 5분 구워 식힌 후 잘게 다진다.

원래는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갈아야 하는데 우리집에 그런 건 없기에 생략했다.

구워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핸드밀에 넣어서라도 가는 게 낫다.

그래야 나중에 쿠키가 균일하게 퍼지기 때문이다.


먼저 버터를 중탕으로 녹인다.

중탕이란 재료를 물에 직접 닿지 않게 하지 않고 뜨거운 열로 녹이는 거다.

냄비에 물을 조금 채우고 그 안에 또 다른 그릇을 넣는다.

그릇 안에 버터를 넣고 약불로 녹이면 끝이다.


이제 녹인 버터와 나머지 재료를 몽땅 섞는다.

섞고 나면 질퍽한 야채 죽처럼 된다.

다 되었다.

오븐에 종이 호일을 깔고 티스푼으로 죽을 떠서 트레이에 놓는다.

버터가 녹으며 넓게 퍼지기에 널찍하게 놓아야 한다.

가정용 오븐이라면 한 번에 다섯 개 구울 수 있다.

180도에 8분 굽는다.

오븐마다 화력이 다르기에 7분부터 타지 않는지 관찰하자. 9분까지 익혀야 할 수도 있다.

종이 호일 채 꺼내 식힘망에서 식힌다.

다시 종이 호일을 깔고 반죽을 떠 올린 후 굽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이 제일 번거롭다.

하지만 맛을 보고 나면 다음에 또 만들어야지 생각할거다.

딱 버터바를 튀긴 맛이다. 버터 견과전이라고 하자. 가장자리는 달고나 맛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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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만 맛보려 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


먹다보니 와인이 생각난다.

뱅쇼 만들고 남은 레드 와인과 함께하니 완벽하다.

세 개를 맛보고 간신히 포크를 내려놓는다. 버터 15g을 먹은 셈이다.

모과는 레몬 에이드와 함께 먹으니 완벽하다고 한다.

다음 날에는 레몬차와 함께 했다.

더할 나위없이 조화로운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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