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차돌박이 야채찜

by 유자와 모과
차돌박이 야채찜 그림.jpg


오래전, 친척 집에서 인덕션이라는 물건을 처음 보았다.

냄비에 든 국이 팔팔 끓는 모습을 보며 이상하다고 느꼈다.

불꽃은 어디 갔지? 이걸로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있을까?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지금, 주변에서 인덕션을 안 쓰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인덕션은 좋은 점이 많다.

폐가스 배출이 없어 실내 공기 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아무리 춥거나 아무리 더워도 가스 불을 켜면 환기를 시켜야 한다.

연소 과정에서 일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같은 유해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사올 때 인덕션으로 바꿀지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그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가스불 세기를 눈으로 확인하며 조절하는 재미와 스릴을 포기할 수 없었다.

요리할 때마다 집안 환기를 강제로 해야 하니 오히려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역시 가스레인지는 겨울이 문제다.

큼지막한 침니후드를 달았지만 가스 불을 켤 땐 무조건 창문도 함께 여는데,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에는 찬바람이 겁난다.

강추위 기간에는 냄새가 많이 나는 김치찌개나 생선구이 같은 음식은 안 하고 싶다.

얄궂게도 추울수록 진한 국물이나 기름진 음식이 당긴다.

어쩔 수 없다.

조리하는 동안 방문을 모두 닫고 부엌과 거실 양쪽 창문을 열어 맞바람을 일으킨다.

22도였던 실내 온도가 17도까지 뚝 떨어진다. 틈틈이 방안으로 피신해 몸을 녹여야 한다.


한파가 몰아치는 그런 날, 차돌박이 야채찜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찌는 방식이라 냄새가 적다.

짧은 시간에 완성되어 환기도 금방 끝난다.

영양학적으로도 좋은데, 데치거나 굽는 방식이 아니기에 비타민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리법도 단순하다. 야채를 씻고 자르고 넣으면 끝이다. 정말이다.

이제 만들어보자.


얇게 썰어진 고기라면 어느 부위든 가능하다.

나는 차돌박이나 샤브샤브용 소고기를 넣는다.

무항생제 한우 냉동 1등급 300g이면 14,000원 정도에 구매 가능하다.

성인 두 명이 먹기 딱 좋다.

돼지고기를 넣어도 된다.

다만 특별한 양념없이 수증기로 찌는 방식이라 고기 냄새에 민감하다면 좋은 고기를 선택해야 한다.


야채는 숙주나물, 쌈배추, 부추 중에서 하나는 필수로 있어야 한다.

냄비 바닥에 깔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 숙주나물과 쌈배추, 부추와 쌈배추 조합을 선택한다.

버섯도 두 종류는 넣어주자.

양파도 있다면 얇게 썰어주자.

냉장고에서 홀로 뒹굴고 있는 야채라면 뭐든 꺼내보자.

단 찌는 시간이 15분이므로 그 안에 익을 수 있는 재료여야 한다.

고기와 야채가 준비되었다면 양념 소스를 만들자.


간장 1T(숟가락 한 스푼), 어간장 1T, 레몬즙 2T, 매실액 1T, 설탕 1T, 청주 1T, 들기름 혹은 참기름 1T를 섞으면 된다.

어간장이 없다면 간장을 두 숟가락 넣으면 된다.

매실액이 없다면 설탕을 두 숟가락으로 늘려라.

레몬즙이 없다면 청주를 두 숟가락 넣자.

들기름이 없다면 안 넣으면 된다.

양념장은 대충 마음가는 대로 조합하면 된다.

하이디라오에 방문했다 치자.

어간장 대신 굴소스를 넣어도 괜찮을 것 같다.

매콤한 걸 좋아한다면 고춧가루를 추가해 보자.


이제 냄비에 차곡차곡 쌓기만 하면 된다.

맨 아랫바닥에 적당히 자른 쌈배추를 깔아준다.

그 위에 버섯이나 다른 야채를 넣자. 숙주나물이나 부추도 수북이 담는다.

그 위에 고기를 얹는다.

소금 후추를 톡톡 뿌린다.

마지막으로 방금 전 만든 양념장을 수저로 떠서 골고루 뿌려준다.


전골 냄비라면 고기가 냄비 위에서 넘쳐 흐르기 직전일 거다.

냄비뚜껑으로 꾹 눌러도 닫히지 않을 거다.

괜찮다. 끓기 시작하면 금세 가라앉아 저절로 뚜껑이 닫힌다.

뚜껑을 꾹 둘러 대충 닫은 후 중불로 끓이자.

물은 넣지 않아도 된다. 야채에서 수분이 나온다.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줄인 후 15분 동안 가만히 놔둔다.

그동안 밥을 하면 된다.


다 되었다.

냄비 뚜껑을 열면 야채와 고기가 풀이 죽어 푹 주저앉은 형국이다.

그리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비쥬얼이 강조된 세상이기에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젓가락으로 집어 맛을 보라.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부드러우면서도 기름진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양념이 되어 있지만 더 짠 맛을 원한다면 간장에 와사비를 풀어 곁들이면 된다.


추운 날, 고기는 먹고 싶지만 냄새 때문에 가스 불 켜는 게 고민된다면, 혹은 요리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차돌박이 야채찜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식당에서만 먹던 편백찜을 이젠 집에서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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