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는 나만의 공간

by 유자와 모과

2020년 2월 한국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조금씩 확산되어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 쓰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사동에 볼일이 있어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을 탔는데 한 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있으려니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지하철 자체가 창문을 열 수 없는 막힌 공간인데 얼굴의 반을 마스크에 눌려 숨 쉬는 것까지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되자 지하철 타는 게 무서워졌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내내 써야 하는 현실이 더 두려웠다. 그제야 자기 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차가 있다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동할 수 있겠구나! 자동차 있는 사람이 부럽게 느껴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런 생각을 나만 했던 건 아닌가보다. 누군가는 밀집된 장소를 피하고 싶어서, 누군가는 해외여행을 못가니 국내라도 맘껏 다니기 위해서, 누군가는 부동산이나 주식 자산이 상승했다는 이유로 차를 구입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승용차 판매 수는 매년 150만대를 유지하는 수준이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자 2020년 160만 대를 가뿐히 넘겨버렸다. 그리고 그해 10월 내게도 자동차가 생겼다. 아빠 명의로 되어 있긴 하지만 주로 내가 사용하고 부모님께서 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린다. 아빠는 졸지에 운전대를 뺏겼지만 차 없이 생활하는 데 금방 적응해 버리셨다. 나는 40년을 차 없이 살았지만 차를 타고 다니는데 금방 적응해 버렸다.


붕붕이(레이에 붙인 애칭)를 타면 아늑한 방안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경북대학교 정문 근처 원룸에서 1년 정도 머문 적이 있다. 6평짜리였는데도 풀 옵션에 신축 건물이라 월세가 꽤 비쌌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 작은 침대에 누우면 방 전체가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 들었다. 붕붕이를 타니 까맣게 잊고 있던 그 방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자동차에 자신만의 사적인 물건을 두기도 한다. 붕붕이를 부모님 댁에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온 날 차 안에 있는 짐을 모두 정리했다. 글로브 박스 안에는 손톱깎이, 흰 장갑 세 켤레, 돋보기안경, 선글라스, 썬크림, 에센스, 사탕꾸러미, 흰 봉투, 가위, 물티슈, 휴대용 휴지, 휴대용 칫솔 케이스, 휴대용 건강식품 등이 담겨 있었다. 부모님께서 급히 피난이라도 떠나시려 했던 걸까?

나는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차 안에도 최소한의 물건만 둔다. 글로브 박스 안에는 휴대용 휴지, 3단 우산, 붓 페인트, 일회용 마스크가 들어있다. 콘솔 박스에는 휴대용 껌 통과 핸드크림이 놓여 있고 트렁크에는 비상 삼각대, 창문닦이용 막대걸레, 엄마를 위한 방석이 구비되어 있다. 대시 보드 위 수납공간에는 자동차 보험증이 들어있고 이렇게 총 10가지 물건이 붕붕이가 가진 전부이다. 대시보드 위에 방향제나 인형 혹은 피규어를 놓는 사람들이 있다. 보기에는 귀엽지만 충돌 사고 시 운전자와 조수석을 향하여 물건이 날아와 언제든 흉기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대시보드 위에는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는 게 운전 집중을 위해서도 좋다. 대시보드 뿐 아니라 운전석 주변도 항상 깨끗이 유지해야 한다. 빈 깡통이나 장난감이 페달 밑에 굴러들어가기라도 하면 페달을 밟을 수 없기에 쓰레기는 바로 치워준다. 밀폐된 공간은 곰팡이가 좋아하는 환경이기도 하니 음식물이나 음료는 차 안에 오래 두지 않는 게 좋다.


자동차 외부를 멋지게 꾸미는 사람도 있다. 꼬챙이 안테나 봉에 라바 캐릭터를 끼워 놓은 차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트렁크에 토이스토리 캐릭터인 버즈와 우디를 대롱대롱 매달아 놓은 차도 종종 보인다. 펜더(자동차 바퀴 덮개 부분)에 스파이더맨이 그물을 펼치고 있는 스티커를 붙인 차도 있고, 주유구에 스마일 스티커를 붙인 차도 있다. 문짝에 날개 스티커를 달아주어 바람이 세차게 불면 하늘로 날아가려 기회를 노리는 차들도 많다. 개성 넘치는 차들을 구경하다 보면 붕붕이에게 미안해진다. 우리 붕붕이도 꾸미면 훨씬 귀여울 텐데. 하지만 외관에 장식을 더하면 세차할 때 불편하지 않을까? 인형은 어떻게 세탁해야 할까? 스티커 가장자리로 미세한 때가 모이지는 않을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자꾸 든다. 붕붕이는 주인을 잘못 만나 강제로 미니멀한 삶을 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