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초보라면 안전벨트부터

by 유자와 모과

나는 안전벨트가 정말 싫다. 기본적으로 무언가가 몸에 꽉 달라붙는 걸 못 견뎌하기에 목티도 입지 않고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스타킹도 신지 않는다. 액세서리도 거추장스럽고 롱부츠도 싫다. 누군가의 차에 탈 때마다 안전벨트를 하는 게 너무 답답했다. 안전벨트를 하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밧줄에 칭칭 매여 있는 기분이라 운전자가 알아차리고 잔소리를 할 때까지 벨트를 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요즘 나오는 차들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경고 센서가 울려 안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운전을 직접 하기 시작하자 안전벨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고속도로에서 충돌 사고로 구조를 기다리는 차들을 몇 번 목격하고 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내가 모는 붕붕이는 볼보처럼 튼튼한 차가 아니기에 사고가 나면 차체가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어떤 차가 뒤에서 붕붕이를 퉁 쳤을 때 안전벨트를 하지 않는다면 내 몸은 포물선을 그리며 전면 유리창 밖으로 튕겨나갈 것이다. 에어백이 터진다고 해도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에어백에 얼굴이 짓눌려 질식하거나 다칠 위험이 있다. 혹은 작은 충격에도 목뼈 골절이 생길 수 있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시속 50km로 달리다 어딘가에 부딪칠 경우 우리 몸이 받는 충격은 4층 건물에서 떨어질 때 느끼는 강도와 같다고 한다.


운전을 하지 않을 땐 운전자가 운전만 잘하면 안전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규정 속도를 철저히 지키고 앞차와의 간격을 넓게 잡아도 칼치기(자동차 사이를 빠른 속도로 추월하는 행위) 차량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있고, 어디선가 확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때문에 사고가 날 수도 있다(왜 폭주 레이싱을 서킷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하려 할까?). 안전벨트는 그럴 경우 내 몸을 최대한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안전벨트가 답답하여 벨트를 느슨하게 잡아주는 클립을 살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립을 사용하면 충돌 사고시 벨트가 몸을 거의 잡아주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제는 차에 타면 무조건 안전벨트를 맨다. 아참 그전에 확인해야 할 게 몇 개 있다. 우선 자동 버튼을 눌러 접혀 있던 사이드 미러를 편다. 초보라면 사이드 미러를 접은 채 출발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등을 시트에 밀착시킨 후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앉는다. 운전에 서툰 경우 몸을 운전대 앞으로 바짝 당겨 운전하기도 하는데 그런 자세는 좌우 시야를 좁게 하기에 처음부터 등을 시트에 붙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의 위치도 확인한다. 구부정하게 앉았을 때와 똑바로 앉았을 때 백미러 위치는 확연히 다르다. 사이드 미러는 뒷문이 살짝 보이며 지평선이 거울 가운데쯤 있으면 적당하다. 그리고 두 다리가 브레이크와 엑셀에 편안히 닿는지, 팔을 곧게 뻗었을 때 손목이 운전대 윗부분에 닿는지 확인하며 운전석 위치를 조정하면 끝이다. 이때 여성이라면 굽이 높은 구두는 신지 않는 게 좋다. 굽이 3cm인 구두만 되도 운동화를 신고 운전하는 것보다 페달 조절이 훨씬 어렵다. 안전벨트를 매기 전에 해야 하는 몇 가지 점검은 매우 중요하지만 꽤 귀찮은 과정이기도 하다. 혼자 쓰는 차량이라면 금방 점검이 끝나지만 나는 가족과 함께 공유하기에 남편이 운전하고 나면 내 키에 맞춰 세심하게 조정해야 한다.


저녁이나 흐린 날에는 헤드라이트를 켜야 하지만 오토 모드가 있는 차량이라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다만 전조등이나 미등을 켜놓지 않았는지 항상 확인해야 한다. 운전하다 실수로 건드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운전대 뒤 양쪽 레버에는 여러 기능이 붙어 있는데 다소 복잡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어 하나씩 작동해보며 익히는 게 좋다. 왼쪽 레버는 깜박이(방향지시등), 전조등, 미등을 조절하고, 오른쪽 레버는 와이퍼와 워셔액을 조절한다. 처음 운전할 당시 레버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햇볕 쨍쨍한 날 창문을 수도 없이 닦아봤고, 비 오는 날 와이퍼 속도를 조절 할 줄 몰라 애를 먹기도 했다.


이제 차를 몰고 나가보자. 초보라면 범버카를 탄 것 마냥 운전대를 꽉 쥐고 운전하기 십상이다. 나도 연수를 받는 5일 내내 ‘팔에 힘 좀 빼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손에 힘을 주고 핸들을 잡으면 어깨도 아프고 에너지도 많이 소비해 운전을 오래 하기 힘들다. 여기서 잠깐, 핸들(handle)은 영어로 손잡이라는 뜻이다. 자동차 운전대의 바른 명칭은 핸들이 아니라 스티어링 휠(steering wheel)인데 오랫동안 잘못 굳어져 왔기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좌회전 차선에서는 좌회전 깜박이를 넣고 우회전을 하고 싶으면 우회전 깜박이를 넣자(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주차장 내에서는 필요없다). 차선 변경을 할 때에도 반드시 깜박이를 넣어야 한다. 깜박이는 뒤따라오는 차량과 보행자를 위한 기본 예의인데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앞서 가는 차량이 깜박이를 넣지 않고 휙휙 차선을 바꾸거나 옆으로 빠져 버리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도로교통법 제 38조에 따르면 방향지시등 없이 진로를 바꾸는 건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니 부디 깜박이를 넣어주시길.


평소 오토 기능으로 설정해 놓지 않은 차라면 해가 저물 때 혹은 한낮이라도 구름이 끼거나 비가 와서 어두울 때에는 전조등을 켜야 한다. 상향등을 켜면 멀리까지 볼 수 있기에 상향등을 켜고 싶겠지만 마주 오는 차나 앞서 가는 차의 운전자는 눈이 부셔 운전이 어렵기에 하향등을 켜야 한다. 컴컴한 시골길에서는 시야 확보를 위해 상향등을 켜도 되지만 이때도 마주 오는 차가 있다면 바로 하향등으로 조정하는 게 기본 예의다. 전조등을 켜지 않고 어둠속을 달려 나가는 ‘스텔스’ 차량도 있다. 운전자가 전조등 켜는 걸 잊어버렸거나 켜져 있다고 착각해 그냥 달리는 경우이다. 만약 내 앞에 스텔스 자동차가 있다면 귀찮더라도 비상등을 켜고 전조등을 껐다 켰다 하며 앞쪽에 신호를 줘야 한다. 불빛 하나 없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좋은 일 한다 생각하고 내 신호를 알아차리길 바라며 불빛을 깜박깜박 쏘아 주자.


차선은 중앙선에 가까운 구역부터 1차선, 2차선, 3차선으로 나눈다. 중앙선에 가까울수록 고속 차량, 멀수록 저속 차량 차선이다. 속력을 내어 빨리 달리고 싶다면 1차선을 이용하면 된다. 나는 고속도로에서 주로 2차선을 이용하는데 거북이처럼 기어가는 차량을 만나면 1차선으로 차선을 바꿔 추월한 후 다시 2차선으로 되돌아간다. 2차선 이상의 도로에서는 1차선이 추월 차선이다. 텅 빈 고속도로에서는 1차선으로 쌩쌩 달리고도 싶으나 속도가 120을 넘어가면 붕붕이 몸체가 흔들리는 게 느껴져 어쩔 수 없이 2차선으로 되돌아온다(레이는 천장이 높은 박스카라 공기 저항을 심하게 받는다). 우리 붕붕이는 운전자가 과속 하지 못하도록 자동으로 차체를 흔들어 주는 놀라운 차다. 참고로 2001년 단종된 티코는 달릴 때 양쪽 창문을 열고 두 손을 활짝 펼치면 하늘을 날 수 있었다고 한다.


운전할 때 시야는 넓게 멀리 봐야한다. 운전이 서툴수록 앞만 보고 달리겠지만 익숙해질수록 차 양 옆, 뒤, 땅바닥까지 보게 된다. 멀리 바라봐야 저 멀리 공사가 진행 중인걸 발견하고 차선을 미리 바꿀 수 있고, 뒤에서 오토바이가 달려오고 있는 걸 인식하고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운전대를 잡았다면 딴 짓하지 말고 동공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변을 끊임없이 주시해야 한다. 차선을 정중앙으로 유지하며 달리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다. 연수 받을 때 강사님께서는 차선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주셨다. 운전자의 오른쪽 허벅지를 차선 중앙에 둔다고 생각하고 운전하면 된다.


운전하며 한눈을 파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한다. 남편은 운전할 때 조수석에 있는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몇 시간을 운전해도 앞만 보고 얘기하기에 처음에는 너무 쌀쌀맞은 거 아니냐며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다면 자동차는 1초에 28미터를 움직이는 거다. 운전을 하다 남편이 사랑스러운 내 얼굴을 딱 3초만 쳐다본다면 74미터를 눈감고 달리는 셈이다. 한 달을 운전한 초보 운전자이건 10년을 운전한 능숙 운전자이건 상관없이 자동차 사고는 한눈을 파는 그 순간 일어난다. 귀여운 붕붕이가 흉기로 변하는 걸 막기 위해 앞만 보고 운전하는 남편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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